▲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정수장학회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대선정국이 요동칠 전망이다.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7월 15일 정수장학회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혀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아킬레스 건’ 중 하나로 꼽히는 정수장학회 감사 결과에 따라 대선 정국이 요동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7월 26일부터 한 달간 정수장학회에 대해 기본재산 관리, 운영실태, 임원 급여 부분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가 끝난 후 문제점이 적발될 경우 검찰에 고발도 할 방침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박 전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감사 소식에 “하겠다고 하면 하는 거고요”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떨떠름해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진보적 성향의 곽노현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수장학회 감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캠프 한 관계자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원 17명이 지난 7월 12일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그 뒤를 이어 교육청이 감사 실시를 발표했다. 짜여진 각본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측은 “매년 실시하는 정기조사다. 정수장학회는 지난 2005년 이후 감사가 없었고, 지난 2월 언론노조가 감사를 청구한 게 고려됐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수장학회가 폭발력 있는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친박 측은 경계심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구성한 네거티브 대응팀 역시 이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이사장직에 있었던 박 전 위원장이 여러 차례 “정수장학회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소유권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 전 위원장 측근으로 알려진 최필립 현 이사장(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정수장학회를 맡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 참석해 “제가 지금 이사장도 아니고 (현 최필립 이사장에게) 아는 사이니깐 '물러나시오'라고 해야 하나”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야권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최대한 이슈화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기 위한 공세의 일환이다. 지난 총선 때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해 정수장학회를 꺼내든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장물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요? 착한 물건으로 바뀌나요? 머리만 감추곤 ‘나 없다’하는 모양을 보는 듯 하네요”라며 정수장학회의 설립 과정과 박 전 위원장 태도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이게 장물이고 또 여러 가지로 법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벌써 오래 전에 끝장이 났겠죠. 정수장학회에 대해선 제가 관여해 결정을 내릴 상황이 아니죠”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많은 국민들은 정수장학회를 공익법인을 위장한 박근혜 의원의 차명재산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공익법인이라면 국가 재산으로 귀속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박 의원은 장학회의 국가귀속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권 레이스에서 정수장학회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수장학회
정수장학회는 1962년 부산지역 사업가 김지태(1982년 사망) 씨가 소유하고 있던 부산지역 땅 33만㎡(10만 평)과 주식 등을 ‘헌납’받아 설립된 재단이다. 당초 ‘5·16장학회’였다가 1982년 박정희와 육영수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 개명했다. 그 후 김지태 씨 유족들은 기부가 아닌 강압에 의해 재산을 빼앗겼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언론장악 의도에 따라 강제로 이뤄졌다.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수사권을 남용해 재산 헌납을 강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고, 국가재건최고회의 관련자들은 박정희 의장 지시로 헌납 재산을 5·16 장학회로 이전했다”고 결론 낸 바 있다. 이로 인해 박 전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씨 유족은 2010년 6월 정수장학회 주식 반환 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24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