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에 많은 숫자 두며 중원 싸움서 우위 못 보여…이강인 존재감 확인과 선수층 강화는 소득
월드컵 이후 4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 평가전만 네 경기를 치렀고 부임 이후 약 4개월이 흘렀다. 반년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으로선 아쉬운 성적표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밝혀왔다.
#'무승'을 위한 변명
클린스만 감독의 본격적인 색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3월 A매치는 갓 지휘봉을 잡은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클린스만 감독도 대표팀 소집 명단을 2022 카타르 월드컵과 최대한 유사하게 가져갔다. 부상으로 1~2자리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첫 승을 거두는 데 실패했다. 무승의 여파는 적지 않았다. 이번 2연전은 일본과 상대를 바꿔가며 치렀다. 일본은 엘살바도르, 페루를 만나 무려 10골을 기록하며 2연승을 거뒀다.
일본과 크게 차이 나는 결과를 얻자 클린스만 감독에게 부정적인 의견이 뒤따랐다. 대표팀은 온전한 전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다. 중앙 수비 포지션에서 기존 주전 자원이었던 김민재와 김영권이 각각 군사훈련과 부상 때문에 모두 빠졌다. 백업 자원이던 권경원, 조유민도 부상으로 빠졌다.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손흥민을 적극 활용할 수도 없었다. 영국에서 시즌을 마친 이후 탈장 수술을 받은 탓이다. 손흥민은 8~9개월간 탈장 증세가 있었음에도 이를 참아가며 시즌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후유증이 있을 손흥민을 무리해서 출전시키기는 어려웠다.
주요 포지션에 포진한 유럽파들의 컨디션 조절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수들이 활약하는 유럽 주요 리그는 5월 말께 일정을 마쳤다. 많은 선수들이 2주에서 최대 1개월 가까이 팀훈련을 소화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 선수들은 소집 기간 이전부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해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공격수 출신 감독의 공격 의지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시절 A매치 108경기 47골을 기록한 전설적인 공격수답게 이번 6월 A매치 2경기에서 적극적인 공격 의지를 드러냈다. 페루와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4-4-2 포메이션을 일부 시간 동안 가동하며 투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측면 수비수 기용과 교체 카드 활용에서도 공격 의지가 엿보였다. 엘살바도르와 비교해 더 강한 상대로 여겨지는 페루를 상대로 클린스만 감독은 양 측면에 이기제와 안현범을 기용했다. 이들은 소속팀에서 주로 3백의 윙백으로 기용되며 공격포인트 생산에 적극 관여하는 자원들이다. 이기제는 지난 시즌 K리그1 도움왕(14도움)을 차지하기도 했다.
공격 숫자를 늘리는 적극적인 교체로 인상을 남겼다. 0-1로 끌려가던 페루전 후반에는 수비수 안현범을 빼고 공격수 나상호를 투입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득점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엘살바도르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이재성 대신 황의조를 넣어 페루전에서 수확이 없었던 투톱 시스템을 재가동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친 엘살바도르전 이후 "투톱을 놓고 손흥민에게 8번 역할을 맡기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통상 8번은 중앙미드필더를 의미한다. 현 대표팀에서 황인범이 맡고 있는 포지션이다.
#결정력 부족 드러낸 대표팀
대표팀이 이번 2연전에서 만들어낸 골은 단 1골이다. 엘살바도르전에서 교체로 투입된 황의조만 골망을 갈랐다.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은 최전방 공격수 자원은 오현규, 조규성, 황의조 3명이다. 조규성과 황의조는 이번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었다. 대표팀 소집이 임박해서야 각자 소속팀에서 골맛을 보기 시작했다. 오현규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셀틱에 합류한 이후 유럽에서 첫 시즌을 보냈다. 대부분 경기에 교체로 투입됐고 클린스만 감독은 "주전으로 뛰지 못해 90분간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찬스가 적었던 것은 아니다. 이강인, 이재성, 황희찬 등 2선 자원들은 몇 차례 좋은 패스와 크로스를 공격진에 공급했다. 하지만 슈팅들은 골키퍼에 막히거나 골대를 벗어나며 찬스가 무산됐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현재 대표팀 공격수 3명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라면서도 "이번 두 경기에서만큼은 황의조가 아직 앞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대표팀 기록도 그렇고 그간 커리어에서 황의조는 능력을 증명해온 공격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표팀이 결정력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소집 명단이 밝혀졌을 때 주민규가 뽑히지 않은 것에 대해 말들이 있었는데, 이런 모습이라면 주민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밀한 전술적 움직임 부족 우려
더 나은 결정력을 보여줬다면 승리를 가져올 수도 있었던 경기들이었다. 대표팀이 잡은 찬스의 횟수는 적지 않았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팀 차원에서 만들어진 찬스라기보다 이강인이나 황희찬의 개인 능력에 의존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며 "세밀한 전술적 움직임이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수비수 필립 람이 "클린스만 감독은 체력훈련만 시킬 뿐 전술훈련은 없었다"고 혹평했던 것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감독 부임 이전 논란이 됐던 '재택근무'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거주를 결정하며 일단락됐으나 주요 코치진은 여전히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 것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코치로 있으면서 유럽에서 해설가를 겸직하는 인사도 있다.
공격에 많은 숫자를 두며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A매치의 경우 공격수 손흥민이 중앙지역에 배치됐으나 후방까지 내려오며 공 순환에 관여했다. 하지만 이번 두 경기에서는 공격수들이 전방에만 머무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자연스레 미드필더들은 과부하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측면 공격수나 수비수가 간격을 좁혀 미드필드 싸움에 가담시키는 방안이 있으나 이 같은 상황이 나오지는 않았다.
수확도 분명 있었다. 이강인은 이번 두 경기를 통해 대표팀에서 중심 자원으로 활약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외에도 박규현, 박용우, 설영우, 안현범, 홍현석 등 기존 자원에 비해 어린 선수들이 데뷔전을 치르며 대표팀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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