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이 런던올림픽 수영에서 중국의 쑨양과 금메달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사진은 박태환이 은메달을 차지했던 2008베이징올림픽 200m 수영 결승전. 연합뉴스 |
# 목표는 ‘10-10’
한국 올림픽 선수단이 10개의 금메달과 종합 10위권 내 진입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선수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올림픽 2관왕에 도전하는 4인의 ‘베이징 스타’ 박태환, 진종오, 장미란, 이용대다.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올림픽 수영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수영의 ‘1인자’로 발돋움한 박태환. 이후 박태환은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의 부진으로 침체기를 겪었지만 지난 6월에 출전한 산타클라라그랑프리 대회에서 100m, 200m, 400m, 800m를 모두 석권, 4관왕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올림픽 2관왕을 노리는 박태환이 넘어야 할 산은 중국의 ‘떠오르는 태양’, 쑨양(21)이다. 박태환은 국제대회에서 작성한 3분44초22가 최근 최고 기록이고 쑨양은 지난 4월 자국 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 3분42초31을 찍었다. 박태환을 1초91 앞지른 기록이다. 해외 주요 언론들과 영국의 도박사들 또한 400m 결승에서 쑨양이 박태환을 누르고 단상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박태환은 쑨양과의 맞대결에서만큼은 선두를 내 준 적이 없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400m 2관왕에 오르며 세계 1인자로 등극했다. 박태환은 쑨양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경기 운영과 심리전에 강점이 있다. 박태환이 금빛 물살을 가르기 위해서는 쑨양을 따돌려야 한다.
‘사격의 신’이라 불리는 진종오의 올림픽 2연패도 필수다. 올해 뮌헨월드컵 2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진종오. 지난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10m 공기권총에서 아까운 은메달을 따냈던 진종오는 이번 대회 2관왕까지도 바라 볼 수 있는 페이스다. 하지만 사격은 멘털 스포츠다. 상대 경쟁자들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진종오의 장점은 풍부한 대회 경험과 침착함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이기에 금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
노장 반열에 오른 장미란도 올림픽 2연패를 이루기 위해 선수촌에서 열심히 땀을 흘렸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장미란이 참가하는 세 번째 올림픽으로 그 어느 올림픽보다도 신예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가장 큰 경쟁자는 중국의 저우루루. 저우루루는 지난 11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28kg을 들어 올려 합계 세계신기록을 다시 썼다. 328kg의 기록은 장미란의 합계 최고 기록 326kg보다 2kg 더 나가는 기록이다. 장미란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걸림돌은 부상이다. 어느덧 스물아홉의 나이가 되었고 고질적인 어깨 부상을 안고 올림픽에 나가야 한다. 그러나 장미란의 노련미와 경험들은 나이 어린 신예 경쟁자들을 이겨 낼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런던올림픽은 장미란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4년 전 파트너 그대로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계 랭킹 1위가 돼서 도전한다. ‘살인윙크’ 세리머니의 주인공, 이용대 얘기다. 이용대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 동시에 출전했다. 정재성과 짝을 이뤄 도전했던 남자복식에서 통한의 1회전 탈락의 쓴맛을 경험했다. 이용대는 남녀 혼합복식에서 짝꿍, 이효정과 금메달을 따 일약 스타가 되었지만 금메달을 따지 못한 정재성은 군 입대를 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정대성-이용대조의 승전보가 울려 퍼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1일, 세계배드민턴연맹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정-이 콤비는 9만 5320점을 얻어 라이벌 차이윈-푸하이펑조(중국)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정-이조가 차이-푸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어 체력전으로 들어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긴 랠리를 이끌어 상대의 체력 소모를 유발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 간다면 정-이조가 베이징올림픽 1회전 탈락의 아픔을 딛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 장미란. 로이터/뉴시스 |
한국이 올림픽 역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발판에는 양궁과 태권도가 있었다. 런던올림픽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양궁과 태권도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전 종목 석권을 해 주어야 ‘10-10’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양궁과 태권도 두 종목 모두 바뀐 경기 진행 방식이 적용돼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되었다.
먼저 양궁의 바뀐 경기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최초로 개인전에 세트제가 도입된다. 3발을 쏘면 1세트가 되고 총 5세트를 겨뤄 승자를 가린다. 세트를 이기게 되면 2점, 비기면 1점을 받고 지면 점수를 받지 못한다. 기존 총점 방식은 초반에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후반에 반격의 기회가 있었지만 세트제는 세트 스코어에 지면 패할 수밖에 없어 화살 한 발 한 발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양궁대표팀은 바뀐 세트제가 금메달 획득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대표팀은 이미 양궁 경기가 열리게 될 로즈크라켓 경기장을 빗대어 만든 훈련장에서 세트제를 대비한 훈련을 해왔다. 또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바뀐 세트제가 순간 집중력이 높은 우리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할 것으로 보고 전 종목 금메달 석권을 낙관했다.
태권도는 심판판정의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자호구 시스템이 도입된다. 올림픽에 처음 도입되는 전자호구 시스템인 만큼 한국 선수단은 물론 다른 나라 선수단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시합에 쓰이게 될 호구는 스페인 대도(Deado)사에서 만든 ‘대도호구’. 하지만 이번에 도입되는 ‘대도호구’가 한국 선수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도호구’는 일정 강도 이상의 타격을 가해야만 점수가 인정되기 때문에 강력한 타격 위주의 공격 성향을 보이는 한국 선수들에게 더욱 유리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최근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이란과 중국에 밀린 이유는 새로 도입된 전자호구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이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여자 하키대표팀이 지난 7월 5일 태릉선수촌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중에도 연습을 했다. 연합뉴스 |
비인기종목이라는 이유로 올림픽이 열리는 4년 주기로만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핸드볼과 하키. 런던올림픽에서도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날려버리는 금메달 도전은 계속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 이후 남자 핸드볼은 매번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만큼 높아진 유럽 국가들의 벽에 고전해 왔다. 런던올림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이 속한 B조에 덴마크(세계랭킹 4위), 세르비아(5위), 헝가리(7위), 스페인(8위), 크로아티아(10위)가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유럽 강호들과의 험난한 예선 일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한국을 넘어 월드스타로 거듭난 백전노장 윤경신이 플레잉코치로 뛰며 경기 내외적으로 도움을 줄 예정이고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들이 대거 대표팀에 남아있어 경험 면에서는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다. 체력을 기반으로 한 수비력만 살아난다면 런던올림픽 금메달도 꿈은 아니다.
‘우생순’의 신화를 기필코 금메달로 승화시키겠다는 여자핸드볼 선수단. 여자대표팀 역시 전통적 강호들이 속해 있는 ‘죽음의 조’ B조 예선전을 통해 4강 진출을 노린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은 경험 부재다. 김정심, 우선희, 문경하 등 대표팀에 남아 있는 일부 베테랑들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남녀하키는 아직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없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만큼은 다르다. 남녀동반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룬 하키 대표팀은 남녀 모두 조별리그 대진 운이 좋아 수월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상위 8개팀이 모두 우승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남자 하키는 참가국 간의 전력이 ‘백지 한 장’ 차이라는 평가. 그만큼 이번 한국 남자 하키대표팀의 금메달 가능성 또한 높다. 오랜 시간동안 팀을 맞춰온 선수들의 끈끈한 팀워크와 빠른 스피드로 무장한 남자 대표팀의 선전이 기대된다.
유럽팀들 사이에서 일명 ‘도깨비 팀’으로 평가 받는 한국여자하키팀의 최대 장점은 역습과 조직력이다. 지난 1월 열린 4개국 국제여자하키대회(한국, 영국,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참가)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페이스가 나쁘지 않아 여자대표팀이 여자 하키표 ‘우생순’을 완성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인태 기자 cit0207@gmail.com
▲ 진종오(가운데)는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남자 사격 권총 10m 결선에 올랐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사격으로 ‘첫 조준’ 태권도로 ‘해피엔딩’
한국이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초반 레이스가 중요하다. 첫 번째 금메달 주자, 진종오는 개막날인 7월 28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10m 공기권총 사대에 서서 금빛 방아쇠를 당긴다.
7월 29일 새벽부터는 한국의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가 시작된다. 세계 최강 양궁 남자단체전에서 임동현, 오진혁, 김법민이 출전하고 이 경기가 끝난 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펜싱의 남현희가 금메달 한풀이에 나선다. 같은 시간, 박태환도 자유형 400m 2관왕에 도전한다.
7월 30일에는 올림픽 7연패의 금자탑을 쌓기 위해 이성진, 기보배, 최현주로 구성된 양궁 여자대표팀이 금빛 과녁을 조준한다.
7월 31일부터는 유도 태극 전사들이 출격한다. 31일 왕기춘이 유도 73kg급 메달 사냥에 나서고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사상 첫 한국 수영 2관왕에 도전한다. 8월 1일 새벽에는 유도의 김재범이 ‘금빛 메치기’를 보여준다.
8월 2일에는 베이징 깜짝 금의 주인공, 역도의 사재혁이 대회 2관왕 바벨을 들어올린다. 3일부터는 올림픽 효자 종목, 양궁 개인전이 막판 금메달 레이스에 힘을 실어준다. 3일에 양궁 여자 개인전이, 이어서 4일에 양궁 남자 개인전이 열린다.
8월 5일에는 사격의 진종오가 50m 권총에서 다시 금메달 조준에 나서고 장미란의 2관왕 도전이 이어진다. 6일에는 ‘도마의 신’, 양학선이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금빛 레이스의 마지막은 태권도가 장식한다. 9일 새벽에는 태권도 남자 58kg급에서 이대훈이, 11일에 황경선이 여자 67kg급에 출전한다. 태권도 여자 67kg급 이인종과 남자 80kg급 차동민은 12일에 금메달 발차기를 보여준다.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