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임성근 헌재선 퇴임으로 탄핵 각하…법조계 일각에선 전관예우 노린 전략이란 평가도
5월 30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에서 권오수 전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의자들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첫 기일이 열렸다. 앞서 권오수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 받았다. 권 전 회장 측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서 권오수 전 회장 측은 “1심에서 실패한 시세조종이라면서도 구체적 부분에 대해 여러 군데서 사실을 오해했다”며 “금융거래 정보나 사실조회를 통해 이를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심증거인 사건 관련인들의 검찰 진술과 법정 진술, 항소 이유 주장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겠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검찰 측은 “1심은 권오수 전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구조를 오해해 포괄일죄를 인정하지 않고, 일부 면소 판단을 했다”며 “사기적 부정거래도 공소기각한 만큼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항소심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측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권 전 회장은 2심을 앞두고 변호인단을 새로이 추가했다. 1심에서는 법무법인 화우가 권 전 회장의 주 변론을 맡아왔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권오수 전 회장 측은 지난 3월 21일 항소심 재판부에 법무법인 해광의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그런데 담당변호사 중에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었다. 임성근 변호사다.
임성근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로, 지난 1991년 부산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창원지법 거창지원장,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형사정책심의관, 대구고법 부장판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법원 내 최고 요직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걷던 임 변호사는 사법농단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2014~2015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관련 칼럼을 써 박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재판 등의 판결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결국 임 변호사는 재판개입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임 변호사의 행위들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불법행위”라면서도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2022년 4월 대법원이 검찰 상고를 기각, 무죄가 확정됐다.
임성근 변호사는 헌정사상 최초로 판사 탄핵소추되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지난 2021년 2월, 1심 판결이 위헌성을 인정한 것을 근거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전체 288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10월 임 변호사의 판사 탄핵심판안을 각하 결정했다. 임 변호사가 2021년 2월 28일 판사를 퇴임했다는 점을 근거로 청구가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탄핵 각하 결정 3개월 후인 2022년 1월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를 열고 임 변호사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2022년 1월 17일자로 법무법인 해광에 합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권 전 회장 측이 전관예우를 노리고 법무법인 해광과 임성근 변호사를 항소심에서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임성근 변호사와 항소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승렬 부장판사는 지난 2009년 서울중앙지법, 2013년과 2016~2017년 서울고법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이러한 의심을 무게를 더하는 대목도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가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도 임성근 변호사가 변호를 맡고 있기 때문.
빗썸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한다 속이고 계약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항소심 재판도 서울고법 형사5부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 측 변호인단엔 강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함께 임성근 변호사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관예우를 노리고 변호인을 선임할 때 같은 재판부에서 함께 일한 사람을 쓸 정도로 노골적으로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같은 법원에서 몇 년간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전관예우라고 무작정 주장하기도 어렵다”며 “하지만 여러 의혹이 겹친다면 충분히 의심해볼 소지는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해광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건이라 따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7월 6일 두 번째 공판을 열고 항소 이유에 대한 각 피고인의 구체적 구두변론을 들을 예정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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