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신뢰도 하락‧재무부담 증가로 신용도 하향 조정 가능성…향후 수주 경쟁력 악화 우려
지난 4월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자이 아파트 내 지하주차장이 붕괴됐다. 이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동부건설·대보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에 참여했다. 공정은 60% 이상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10월과 12월 각각 준공과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점검 결과 사고 원인은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에 따른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 관리 미흡 △공사 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 등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곧 입주를 앞두고 사고가 발생해 예비 입주민들의 불안은 커져갔다.
GS건설은 “시공사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입주예정자들께서 느끼신 불안감과 입주시기 지연에 따르는 피해와 애로, 기타 피해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또 “검단 아파트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르는 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며 총 17개동, 1666세대에 대해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다. GS건설은 공시를 통해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입주예정자 관련 비용을 감안해 약 5500억 원을 2023년 상반기 결산에 손실로 반영할 계획이며, 자금은 철거부터 신축 아파트 준공 때까지 약 5년 동안 분할해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GS건설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GS건설의 대표 브랜드 ‘자이’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아파트 브랜드평판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2위였던 자이는 사고 발생 후 6월 조사에서 순위가 7위로 떨어졌다.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함에 따라 향후 수주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시공 비용으로 GS건설이 추산한 비용은 약 5500억 원이지만 업계에서는 GS건설이 추산한 금액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철거, 재공사, 입주자들 보상비용을 다 합치면 5500억 원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법적 소송 비용이 빠져 있다”며 “예비 입주자들이 입주를 하지 못해 생기는 개인적인 손해들로 인한 소송을 제기하면 거기에 또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비용까지 모두 하면 85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GS건설의 신용도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아파트 전면 재시공과 관련한 직접 비용, 자금소요 규모, 수주경쟁력 등을 살펴보고 신용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사고 현장 대응 과정에서의 직접적인 비용 부담, 자금소요 규모 등과 더불어 브랜드 인지도를 포함한 수주경쟁력과 시공역량 등 본원적인 사업기반의 변화 가능성, PF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등의 원활한 차환 여부를 모니터링해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안전 관련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신용도에 부담요인”이라며 “부실시공과 관련한 브랜드 인지도 저하 등이 사업 및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 광범위하고,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기업평가도 GS건설의 중기적인 실적, 회사의 대응방안 등을 모니터링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PF 지급보증에 대한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GS건설의 주택사업 관련 지급보증 규모는 총 2조 9018억 원이며, 이 중 1조 2839억 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과거 유사한 사례를 살펴볼 때, 대외신인도 하락 및 서울시의 부정적인 행정처분 전망 등으로 회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며 “부동산 PF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회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분양을 하고 분양 대금으로 PF 자금을 상환하는데 기존 건축비만큼 PF 자금을 받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분양 대금으로 상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재시공 비용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PF를 해줄 수가 없고, 회사의 잘못으로 재시공을 하는 건데 그 건축비를 수분양자에게 떠넘길 수는 없으니 순수하게 GS건설의 신용으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기존 PF는 상환재원에 분양 대금이라는 게 있었는데 재시공은 분양 대금이 없다”며 “그래서 금융기관에서도 순수하게 GS건설의 재정상태를 보고 돈을 빌려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돈을 쉽게 빌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GS건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햐향 조정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서는 3만 1000원에서 1만 6000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만 원에서 1만 6000원으로 GS건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GS건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실제로 GS건설의 주가는 국토교통부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6일 19.47%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GS건설 아파트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 일대가 지난 11일 내린 폭우로 침수됐다. GS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연이은 피해가 발생해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재발방지 대책과 신뢰회복 방안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대로 설계하고 설계도면에 충실하게 시공하고, 시공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도 손상된 기업이미지는 단시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향후 해당 기업의 건설생산품, 특히 아파트의 품질 수준이 꾸준히 확보되어야만 기업이미지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추산한 금액보다 비용이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예상하고 있는 금액에 맞춰서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고, 변수가 생기면 변수에 맞춰서 다시 조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PF와 관련해서는 “2~3년짜리 장기 PF와 3개월 정도 되는 단기 PF가 있는데 장기 PF는 금리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내부적으로 우려될 만한 문제는 없다”며 “단기 PF는 만기가 돼서 연장을 할 때 조건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데 신용도에 변화가 있으면 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단기 PF 자체가 많지 않고, 사고가 있었지만 아직 신용도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조건이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발주처인 LH 관계자는 “향후 비용 문제 등 세부 방안에 대해 GS건설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부사장을 책임자로 한 지원 TF를 구성해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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