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원톱’에 원희룡 박민식 가세, 공격라인 두터워져…외연확대 한계 및 윤석열 대통령에 불똥 우려도
일단 여권에서는 공격력 강화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탄핵 사태 이후 분열돼있던 보수의 결집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뒤를 잇는다. 하지만 내각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원톱에서 스리톱으로
최근 여권에서 단연 돋보이는 공격수는 원희룡 장관이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관련,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전격적으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원 장관은 7월 6일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어 이 정부에서 추진했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고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와의 연관성을 적극 차단하면서 방어막을 강하게 쳤다. 그는 7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대통령과의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해 여사님을 계속 물고 들어가는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 프레임”이라면서 “장관은 정치적 책임까지도 지는 것이다. 인사권의 책임까지 각오하고 고뇌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장관은 민주당 때리기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방송에서 “김 여사에 대한 악마화 선동을 정권 끝까지 하려는 게 지금 민주당의 태도”라며 “그동안 한두 번 당했느냐. 과거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온갖 괴담 선동으로 재미도 봤고 탄핵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고 민주당 과거를 겨눴다. 사업 백지화에 대해 “국민의 삶은 도박의 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도박은 이 대표 가족과 김남국 등 측근들이 좋아하는 거 아닌가. 저는 도박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정치권에선 고속도로 건설 전면 백지화 방침까지 내놓은 원 장관 행보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원 장관이 3선 국회의원 출신이긴 하지만 제주도지사를 지내며 행정을 맡아본 만큼 ‘막 지르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 장관 주변에선 민주당이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김건희 여사를 끌고 들어가자 정면 승부를 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원 장관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바로 옆에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자리하는 모양새다. 박 장관은 스피커를 한껏 높이면서 공격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의 상징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격 선봉에 서고 있는 형국이다.
박민식 장관은 최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정무위 소위를 통과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과 관련, 7월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법이 처리될 경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민주유공자로 부활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민주유공자법은 전형적인 특정 진영의 ‘역사 가로채기’ 방식을 보여준다”며 “이 법에 따르면 박 전 시장도 언젠가 민주화에 대한 공만 추켜세워지다 민주화 유공자로 부활할지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것을 그냥 방관한다면 진짜 유공자는 좌파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집요하게 짓밟히고 죽이기를 당할 것이고, 가짜 유공자는 무한정 복제되어 득세할 것”이라며 “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묘역에 그의 부끄러운 범죄 혐의를 기재하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장관은 야당이 이 법률안을 통과시키면 자신이 직접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은 상태다.
앞서 박 장관은 6월 26일에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한방 날렸다. 6·25 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아 문 전 대통령이 ‘1950 미중전쟁’ 서적을 추천하면서 ‘미중전쟁’이라는 시각을 부각시키자 박 장관은 “왜곡된 인식”이라고 했다. 그는 “6·25 전쟁 책임을 모호하게 하는 메시지에 참전유공자들이 분노하고 계신다”면서 “6·25 전쟁은 남한을 적화통일하려는 김일성의 야욕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전쟁의 본질을 명확히 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사회지도층의 본분”이라고 언급하며 문 대통령에게 일침을 놨다.
박 장관은 원희룡 장관처럼 자리까지 던지겠다는 각오를 내비치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그는 7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가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은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백 장군은 최대의 국난을 극복한 최고의 영웅”이라며 “가당치도 않은 친일파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7월 5일에는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이 문구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3월 당시 보훈처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가 정한 명단을 기준으로 보훈처와 현충원 홈페이지의 안장자 기록에 적은 것이다.
민주당이 ‘조선제일 혀’라고 부를 만큼 야당에 공세적 태도를 보여 왔던 한동훈 장관은 원·박 두 장관이 세게 치고 나오자 최근엔 일단 재충전 모드에 들어가며 후방으로 한 발 빠진 모습이다. 정치 이슈보단 부처 현안에 집중하는 스탠스다. 그는 7월 10일 전남 영암 조선소를 방문해 “외국인 숙련근로자가 한국에 기여할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이민 정책 주무 장관으로서의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한 장관도 후선에서 올라와 ‘스리톱 공격수’로 적극 가담할 것으로 여권에서는 보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상대적으로 화력이 약한 여당 지도부보다는 내각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스리톱, 민주당 공세 저지선 역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원희룡 장관 등의 공세적 태도가 민주당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선제 타격이 되는 것은 물론, 보수 전체를 결집시키는 응집력 발휘 효과까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당내에는 민주당 공격을 방어하고, 이슈를 단숨에 빨아들일 만한 확실한 공격수가 없는데 장관들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게 여당 인사들의 판단이다.
보수의 가장 확실한 대선후보라 불리면서 청와대행이 유력시됐던 이회창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를 쓰러뜨린 김대업 병풍 사건을 비롯해 이후 광우병 사태나 사드 전자파 논란 등에서 보수가 일방적으로 밀렸던 것은 강력한 저지선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게 여권의 자체 분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동훈 장관 등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어 거대 야당과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 멘토’로 알려져 있는 신평 변호사는 7월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원희룡 장관에 대해 “여권을 일거에 구해냈다.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는 “오랜 세월 수많은 이슈 파이팅에서 맥없이 끌려 다니기만 하던 보수였는데 원희룡 장관이 느닷없이 양평고속도로 백지화를 들고 나왔다”면서 “고속도로 특혜의 무분별한 의혹 확산에 저항하며 그 효과를 차단하고, 논쟁을 완연히 다르게 새로운 상태로 이끄는 힘을 지닌 것”이라고 원 장관을 치켜세웠다.
보수 결집 모양새는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는 원희룡 장관을 응원하는 화환 등이 줄지어 늘어섰다. 7월 10일부터 화환이 들어오기 시작해 국토부 청사 입구 양옆으로 화환과 꽃바구니가 도열했다. ‘원희룡 장관님 힘내세요’ ‘굳세어라 원희룡’ ‘원희룡 장관님 항상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화환에 달렸다. 응원 화환과 꽃바구니는 원 장관 지지자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총선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여당 내부에선 우려도 있다. 공격에 치중하다가 수비가 뚫려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여당이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라는 원 장관의 강경 입장에 전면 동조를 못한 채 민심 추이를 살피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원 장관과는 다르게 고속도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재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혼선이 적잖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7월 10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가 원 장관의 전면 백지화 결정에 대해 “장관이 너무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야당의 정치적 공세라는 게 한두 번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지역 주민들, 국가사업, 대통령 공약 사업 측면에서 접근했어야 하는데 너무 야당의 공격에 성급하게 말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중단된 것이고, 사업의 적정성을 다시 검증한 다음 재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집토끼는 잡았지만 산토끼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내년 총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무당층으로의 외연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장관들이 전면에 나섰다가 자칫 논란에 휩싸일 경우 그 불똥이 윤 대통령에게로 바로 튈 가능성도 높다. 장관들이 직접 앞장선 공격이 거세지자 한참 상승세를 타고 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이 관측되는 것도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대목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7월 1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원 장관의 결정은 잘못”이라고 전제한 뒤 “이런 결정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총선에 과연 도움이 될까, 중도층한테 어필할 수 있는 태도인가라는 면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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