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감독·주연 맡은 액션, 이정재 이은 ‘겸업’ 기대감…8월 15일 개봉 ‘오펜하이머’ ‘달짝지근해’와 대결
1년 전으로 돌아가 2022년 여름 극장가를 살펴보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기나긴 그림자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극장가는 오랜만에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런 극장가의 봄날을 기다려온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했는데 과연 승자는 누구였을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2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산: 용의 출현’이 1위 자리에 올랐고 ‘헌트’가 43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2위에 올랐다.
최동훈 감독의 작품으로 기대감이 집중됐던 ‘외계+인 1부’는 15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고,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동한 ‘비상선언’도 205만여 명의 관객에 만족해야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이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전편 ‘명량’이 기록한 1761만여 명에 비하면 1000만 명가량 부족한 숫자다. 148억여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명량’보다 두 배가량 많은 300여억 원의 제작비가 투자됐음을 감안하면 다소 안타까운 흥행 성적이다.
결국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은 한국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외화 ‘탑건: 매버릭’이 됐다. 817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탑건: 매버릭’은 대작 한국 영화들이 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 여름 성수기를 살짝 피해 미리 6월 22일에 개봉했는데 한국 영화들의 흥행이 부진한 틈을 타며 롱런해 결국 1위 자리에 올랐다.
영화계에선 2022년 여름 극장가의 진정한 승자는 이정재 감독의 ‘헌트’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역시나 여름 극장가 극성수기를 살짝 피해 8월 10일에 개봉했는데 개봉 전에는 ‘헌트’가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보다 더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영화관계자는 거의 없었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오랜만에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는 부분에선 의미가 각별했지만 더 이상 이정재와 정우성이 티켓 파워가 탄탄한 청춘스타는 아니다. 게다가 배우 이정재의 감독 입봉작이라는 부분은 오히려 우려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정재의 ‘헌트’는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더니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까지 나면서 관객 400만 명을 넘겼다. 만약 7말8초 극성수기에 ‘헌트’가 개봉했더라면 500만 관객까지 넘겼을 것이라고 보는 영화인들도 있을 정도다.
다시 2023년 여름 극장가. 이번에도 대작 한국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한다. 7월 26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밀수’를 시작으로 8월 2일 개봉하는 김용화 감독의 ‘더 문’과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 9일 개봉하는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까지 4편이 이번 여름 극장가 한국 영화 빅4다. 소위 말하는 ‘7말8초’ 여름 극성수기에 4편의 영화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다. 특히 여름 극장가의 최고 정점인 8월 2일에는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같은 날 개봉한다.
그리고 6일 뒤인 8월 15일 ‘보호자’가 개봉한다. 감독 이정재를 돕기 위해 정우성까지 가세했던 ‘헌트’와 달리 ‘보호자’는 철저하게 정우성이 중심인 영화다. 감독 겸 주연 역할을 맡은 데다 스토리 자체가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혁 캐릭터를 맡은 배우가 바로 정우성이다.
최근 공개된 티저 예고편만 봐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 장면들이 다채롭게 다가온다.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컬러에 액션 영화라는 장르적 특징이 잘 맞물린 영화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정우성 외에도 박성웅이 조직의 보스 ‘응국’ 역할로 출연하며, 김준한이 살기가 짙게 드리운 눈빛의 조직 2인자 ‘성준’ 역할을 맡았다. 김남길은 광기 어린 모습을 드러낸 성공률 100%의 해결사 ‘우진’ 역할로 출연하며 우진의 파트너인 사제 폭탄 전문 킬러 ‘진아’ 역할로는 박유나가 출연한다.
사실 영화계는 감독 이정재보다 먼저 감독 정우성에 먼저 주목했었다. 둘 다 1990년대 초중반에 20대 청춘스타로 데뷔해 30여 년 동안 톱스타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영화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충무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이들은 자연스레 연출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정우성은 이미 2014년 ‘킬러 앞에 노인’ ‘세가지 색 - 삼생’ 등의 단편 영화를 연출하며 영화감독의 길에 들어섰고 이번 ‘보호자’가 첫 장편영화 연출이다. 게다가 ‘보호자’는 벌써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과연 이정재에 이어 정우성도 감독 겸업 시도가 화려한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배우와 감독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팬들의 응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편 8월 15일에는 유해진 주연의 영화 ‘달짝지근해: 7510’도 개봉해 여름 극장가 흥행 대격돌에 가세한다. ‘달짝지근해: 7510’은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유해진의 첫 로코(로맨틱 코미디) 도전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다.
다만 같은 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개봉한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다. 2023년 할리우드 최고의 기대작 가운데 한 편인 ‘오펜하이머’ 역시 한국 대작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는 극성수기를 살짝 피해 8월 15일로 개봉을 확정지으면서 한국 영화 ‘보호자’ ‘달짝지근해: 7510’과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됐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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