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타 X파일’ 세기의 이별<4> 세 번의 이혼 톰 크루즈

불꽃같은 이 남자 돌아설 땐 얼음장

▲ 할리우드에서 가장 완벽했던 크루즈&키드먼 부부는 2001년 크루즈의 갑작스런 이혼 통보로 파경을 맞았다.

과연 사이언톨로지 때문일까? 최근 케이티 홈즈와 헤어진 뒤 사이언톨로지 신도인 욜란다 페코라로와 사귄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 톰 크루즈에겐 정말 종교가 결혼 생활보다 중요한 그 무엇일까? 호사가들은 그렇게 해석하고 싶겠지만 단정할 순 없는 문제다. 1990년 니콜 키드먼과 결혼한 후 10여 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가장 파워풀하며 완벽한 커플이었던 톰 크루즈. 그의 이별 이야기를 만나 본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은 그의 열정적인, 그러기에 쉽게 식기 마련인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열정은 그를 스타로 만들었지만 그 이면엔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고, 자기 자신도 부모의 이혼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이혼을 통해 세 아이(두 명은 입양 자녀)에게 상처를 주었다.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믿음도 이런 열정의 소산이 아닐까 싶다. 사실 종교에 대한 그의 첫사랑은 사이언톨로지가 아니라 가톨릭이었다. 14세 때 신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3년 동안 종교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신부가 되기엔 너무 여자를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성직자를 포기했다고 농담처럼 회고한다.

니콜 키드먼을 만나기 전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 연애 전선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었다. 1982년 멜리사 길버트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TV 시리즈 <다이너스티>로 유명한 헤더 록리어와 연인이었고, <위험한 청춘>(1983)에서 만난 레베카 드 모네이와는 “그녀와의 관계로 인해, 나는 좀 더 좋은 배우, 좀 더 좋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며 2년 동안 동거하기도 했다.

이후 셰어와 잠깐 만났지만 자신이 16년 연상 대스타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는 것이 싫어 “연인이 아니라 좋은 친구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1986년 친구의 연인이었던 배우 미미 로저스와 톰 크루즈는 결혼한다. 6세 연상인 로저스는 사실 배우로서 그다지 성공을 거두진 못한 상태였고 당시 톰 크루즈는 <탑 건>(1986)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청춘스타였다. 크루즈는 스타덤의 혼란 속에서 미미 로저스와의 결혼을 통해 여유 있는 삶을 찾고 싶었고, 그런 이유로 선택한 인연은 길게 가진 못했다.

▲ 톰 크루즈 첫번째 부인 미미 로저스.

로저스와 거의 파경에 이르렀던 1989년 여름, 톰은 친구와 함께 극장에서 <죽음의 항해>(1989)라는 호주 영화를 보았고 거기서 니콜 키드먼이라는 배우를 처음 만난다. 그는 친구에게 말했다. “저 여배우는 도대체 누구지? 나 저 배우랑 꼭 영화를 찍어야겠어!” 당시 <폭풍의 질주>(1990)를 준비하던 크루즈는 스튜디오 간부들에게 키드먼을 추천했고 뜻밖의 러브콜에 키드먼은 태평양을 건넌다. 영화사 회의실에 들어섰을 때 그곳엔 여섯 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이때 유일하게 일어나 악수를 청한 사람은 바로 톰 크루즈였다. 이때 키드먼은 자신이 더 키가 크다는 걸 알았고 캐스팅되긴 글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합격이었다. 키드먼은 자신이 더 키가 큰데도 괜찮느냐고 묻자 스튜디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크루즈 씨는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촬영 기간 동안 둘은 예상했던 대로 사랑에 빠졌다. 미미 로저스가 크루즈의 마음을 돌리려고 현장을 방문했지만 크루즈는 매몰차게 말했다. “내 곁엔 니콜이 있어.” 로저스와 크루즈는 1990년 2월에 이혼했다. 독실한 사이언톨로지스트였던 미미 로저스는 부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상담의 성과는 없었지만, 톰 크루즈는 이때 사이언톨로지의 교리를 처음 접했고 이후 열성적인 신도가 된다.

1990년 12월 크리스마스이브 크루즈는 키드먼과 결혼한다. “난 내가 결혼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23세)였다는 걸 알지 못했다. 난 그때 내 남은 인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회고하긴 했지만, 당시 키드먼은 크루즈에게 완벽한 확신이 있었다. 이후 부부는 1993년엔 이사벨라를, 1995년엔 코너를 입양했다. 크루즈의 그늘에 가려 있던 키드먼은 1995년 <투 다이 포> 이후 자신만의 확고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톰 크루즈도 <미션 임파서블>(1996)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은 완벽한 스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휴양지인 텔룰라이드를 비롯 LA, 뉴욕, 런던, 시드니에 집이 있었고 전용기와 전용 보트와 수많은 자동차가 있었으며, 신도는 아니었지만 키드먼과 아이들도 사이언톨로지 모임에 참석했다.

하지만 큐브릭의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셧>(1999)에 함께 출연할 즈음 그들의 결혼 생활도 영화 내용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2001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파티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은 완벽한 연기였다. 그들 사이엔 갈등 투성이였다. 크루즈는 아이들을 사이언톨로지스트로 키우고 싶었지만 키드먼은 원하지 않았다. 키드먼은 호주에서 살고 싶었지만 크루즈는 자신의 기반인 LA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영화 경력은 갑자기 슬럼프를 맞이했고 크루즈는 승승장구했다. 2001년 2월 크루즈는 키드먼에게 갑작스레 이혼을 통보했다. 크루즈의 말에 충격을 받은 키드먼은 상담을 받아보자고 했지만 크루즈는 최종 결정이라며 떠났다. 그는 <바닐라 스카이>에서 공연한 페넬로페 크루즈와 열애중이었던 것. 그리고 이 시기 키드먼은 유산을 경험했다. 10년 동안 친자녀가 없었던 것이 결별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는 걸 감안하면 비극이자 아이러니다.

결국 그들은 2001년 8월에 이혼했다. “이젠 마음 편하게 하이힐을 신을 수 있다”는 독한(!) 조크를 날린 키드먼은 이혼 이후 <물랑루즈>(2001)에 이어 <디 아워즈>(2002)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후 개런티는 1500만 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처음에 모든 사람들은 톰 크루즈와의 결혼을 말렸다. 크루즈의 그늘에 가려 내 배우 경력을 망치게 될 거라는 거였다. 그런 얘기들은 날 열받게 했다. 하지만 난 조용히 앉아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이 결혼이 내 배우 경력만 망치게 될지, 더 큰 무엇인가가 있을지에 대해서.”

이후 케이티 홈즈가 크루즈의 새 부인이 돼 7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며 할리우드의 유망주에서 ‘수리 크루즈의 엄마’가 되었지만 현재는 크루즈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