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회사 마이크론 이의신청 움직임…과거에도 유사한 상표권 다툼 전력, 심판 3년 이어질 수도
[일요신문]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MICRON)가 국내 메모리 후공정 외주기업(OSAT) 하나마이크론의 영문 회사명에 대한 미국 상표 등록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에서 ‘MICRON’ 상표권을 일찌감치 확보한 데다 과거에도 유사한 명칭의 상표 등록에 이의를 제기한 전력이 있다. 아직 마이크론의 정식 이의신청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사의 상표 지정상품이 일부 겹쳐 상표권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표 등록 앞두고 마이크론 등장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국내 메모리 후공정 외주기업(OSAT) 하나마이크론의 영문 회사명에 대한 미국 상표 등록에 이의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충남 아산시 하나마이크론 사옥. 사진=연합뉴스미국 특허상표청(USPTO)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10월 1일(현지시각) 하나마이크론이 미국에 출원한 ‘HANA MICRON’ 상표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이크론은 특허상표청 산하 상표심판원(TTAB)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한 기간을 90일 연장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잠재적 이의신청인은 이의제기 사유를 조사하기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0월 2일 상표심판원은 마이크론 신청을 받아들여 이의신청 기한을 당초 10월 8일에서 내년 1월 6일로 연장했다.
하나마이크론 입장에선 상표 등록 직전에 마이크론의 견제에 직면하게 됐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해 10월 영문 회사명인 ‘HANA MICRON’ 상표를 미국에 출원했다. 지정상품에는 반도체와 반도체 패키지를 비롯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 플래시 드라이브 등 다양한 전자·반도체 제품이 포함됐다. 해당 상표는 심사를 거쳐 올해 9월 등록 전 공고됐다. 등록 전 공고 단계에서 이의신청이 없으면 그대로 상표가 등록되고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상표심판원이 소송에 준하는 당사자계 심판을 개시한다.
마이크론의 이번 조치는 정식 이의신청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허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이의신청 제기를 위해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흥 와이즈업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정식 이의신청 여부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시간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브랜드 관리를 엄격하게 한다. 샤넬의 경우 ‘코코’라는 명칭이 들어간 상표 출원에도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미국에서 상표권을 일찌감치 확보한 상태다. 마이크론은 1997년 3월 미국에 ‘MICRON’ 상표를 출원해 1998년 3월 등록을 마쳤다. 지정상품은 반도체 소자로 현재까지 등록이 유지되고 있다. 마이크론이 미국에서 이 상표를 사용했다고 밝힌 시점은 1982년 7월이다.
마이크론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것은 과거에도 ‘MICRON’이 들어가는 명칭의 상표 등록에 이의를 제기한 전력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2023년 11월 홍콩 소재 반도체·전자부품 기업 치미크론이 미국에 출원한 ‘CHIMICRON’ 상표에 정식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마이크론은 미국에 등록된 ‘MICRON’ 상표를 이의신청 근거로 제시했다. 2024년 2월 치미크론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해당 상표 출원은 포기 처리됐다.
마이크론은 지난 10월 1일(현지시각) 하나마이크론이 미국에 출원한 ‘HANA MICRON’ 상표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사무실. 사진=AFP/연합뉴스마이크론은 2002년 12월 대만 반도체 기판업체 유니마이크론의 전신 법인이 출원한 ‘UNIMICRON’ 상표에도 정식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유니마이크론이 반도체·집적회로 관련 지정서비스를 제외하는 등 출원 범위를 조정하자 마이크론은 2004년 3월 이의신청을 철회했다.
#유사성과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쟁점
향후 마이크론이 정식 이의신청을 제기한다면 두 상표의 유사성과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양사 모두 반도체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상품의 연관성이 높다. 또 상표에 ‘MICRON’이라는 공통 명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마이크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면 상표 보호 범위가 넓게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하나마이크론도 반박할 여지가 있다. 하나마이크론 상표는 ‘HANA’라는 명칭이 결합돼 전체적인 인상이 다르다. 백호용 리앤목특허법인 파트너변리사는 “하나마이크론은 ‘micron’이 반도체 업계에서 공정 미세도를 나타내는 길이 단위로 사용돼 왔다는 점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로문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반도체 고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고도로 전문적인 B2B(기업간 거래) 구매자여서 단순 혼동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하나마이크론에는 유력한 방어 논거가 된다”라고 밝혔다.
하나마이크론은 2001년 국내 설립 이후 같은 회사명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그보다 앞서 미국에서 ‘MICRON’ 상표를 사용하고 등록까지 마쳤다. 미국은 상표권에 속지주의 원칙이 적용돼 미국 내 사용 이력이 중요하다. 하나마이크론 역시 2006년 1월 미국 법인을 설립했지만 현재까지 미국 법인 명의로 ‘HANA MICRON’이라는 회사명을 상표 출원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마이크론은 특허상표청 산하 상표심판원(TTAB)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한 기간을 90일 연장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잠재적 이의신청인은 이의제기 사유를 조사하기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상표심판원 자료마이크론이 이의신청을 제기해 끝까지 다툴 경우 하나마이크론의 상표 등록이 통상 1년 6개월에서 3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민흥 변리사는 “미국은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간을 준다”며 “정식 이의신청 전에 양사가 합의할 수도 있지만 하나마이크론은 이미 상표 출원 심사를 통과한 만큼 당장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성현 대표변리사는 “정식 이의신청 이후에는 양사가 상표 사용 범위를 구분하거나 지정상품 일부를 삭제해 혼동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상당수 분쟁은 심판 도중 합의로 종결된다”고 짚었다.
다만 상표 등록 여부와 실제 사용은 별개 문제다. 마이크론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하나마이크론의 상표 등록이 거부돼도 하나마이크론이 미국에서 해당 회사명을 곧바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상표 사용을 제한하려면 별도의 상표권 침해 소송 등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현재 내부 확인 및 검토가 진행 중으로 현재로서는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하나마이크론의 미국 상표 출원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공개된 자료 외에 추가로 확인해 드리기는 어렵다”며 “아직 (마이크론의) 이의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았다. 정식으로 이의신청서가 접수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이유나 승소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어 검토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과 마이크론 상표권을 대리하는 변호사에도 메일을 통해 질의했으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DDR5 호황에 OSAT 주가 들썩
국내 메모리반도체 후공정 외주기업(OSAT)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9월 1일 대비 10월 12일 종가는 SFA반도체가 93.2%, 한양디지텍이 89.6%, 에이팩트가 77.3% 드림텍이 43.4%, 하나마이크론이 41.2%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업체에 반도체 후공정을 위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1.1%, 14.8%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중심으로 후공정 외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DDR5. 사진=삼성전자 제공메모리 OSAT 기업들이 주목받는 것은 메모리 기업들의 메모리 생산량이 늘면서 후공정 외주 물량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후공정 설비에 투자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첨단 패키징 라인에 집중돼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고 기술 난도가 높지 않은 범용 D램의 후공정을 외주로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중심으로 후공정 외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DDR5는 범용 D램 중 최상단 모델로 인공지능(AI) 서버나 고성능 PC 등에 쓰인다. 삼성전자 DDR5 점유율이 43%(올해 1분기 기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28년 삼성전자의 DDR5 칩 출하량은 51억 개로 2025년(25억 개)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DDR5 후공정 외주가 모듈 조립에 집중됐다면 최근엔 그 앞단인 칩 패키징과 테스트로 확대되는 추세다.
정다운 LS증권 수석연구원은 “메모리 제조사들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먼저 누리지만 후공정 업체들은 생산 물량이 늘어야 실적이 개선되는 만큼 시차가 존재한다.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메모리 제조사들의 주가 수급은 좋지 않지만, 신기술이 확산하려면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공급 물량이 늘어야 하는 만큼 반도체 업체들의 증설과 생산량 확대에 대해서는 시장 의구심이 크지 않다”며 “시장 불안이 진정되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소부장 업체들에도 선별적으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