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방림 오너일가의 내홍도 격화하고 있다. 법원이 서재희 방림 회장의 딸 서 아무개 씨에게 '부친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사위인 임상준 방림 부사장은 약 3개월째 회사에 출근도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서 회장 처남인 조교제 전 실버프리 대표를 비판해온 인물들이다. 오너 일가를 둘러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일각에선 방림 경영권 매각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방림 주주들은 지난 9월 23일 법무법인 시공을 통해 회사 측에 임시주총 소집요청서를 전달했다. 주요 안건은 △이용인 상근감사 해임의 건 △김영희 신규 감사 선임의 건이다.
주주들은 소집요청서에서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감사는 이사진의 직무를 감독해야 할 독립적인 감사 기능을 방기한 채, 회사와 자회사 소송을 대리해 패소하는 등 감사의 지위를 사익 추구에 이용한 정황이 짙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해임 요구 대상인 이 감사는 서울남부지법 판사 출신으로, 2015년 12월부터 10년 넘게 방림 상근감사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그가 서재희 방림 회장과 인척 관계라는 사실이 본지 취재로 뒤늦게 드러났다(관련기사 [단독] 감시자가 변호인으로…방림, 도 넘은 '오너 처가' 챙기기).
이 감사는 서 회장의 처남인 조교제 전 실버프리 대표와 사촌이다. 실버프리는 방림이 인수해 충남 당진시에서 운영했던 요양원으로, 요양급여 부정수급과 불법 자기거래 의혹 등 각종 비위 정황이 불거져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관련기사 [단독] 거래처 주소지가 왜 이래? 방림 운영 요양원 '장부' 따져보니).

이 감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심판'이 '선수'로 뛰었다는 점이다. 기업 내부를 감시·감독해야 할 상근감사가 회사 측이 낸 소송에서 사측 변호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이 감사는 2019년 방림이 자회사 실버프리의 전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측 변호인으로 등판했다. 방림이 "우리가 인수하기 전 실버프리 임원들의 과도한 배당 때문에 경영 차질이 빚어졌다"며 낸 소송이었다.
결과는 방림의 최종 패소였다. 방림은 막대한 소송비용을 떠안았지만, 이 감사는 상근 감사 급여에 더해 별도의 변호사 수임료까지 챙길 수 있었다.
이 감사의 이후 행보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촌인 조교제 실버프리 대표가 곤경에 처하자, 이번엔 실버프리 측 변호인으로 변신했다. 예금보험공사 자회사가 조 대표의 월급을 압류하려고 실버프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다. 하지만 이 감사는 법원에 답변서조차 내지 않아 '무변론 패소'를 당했다.
방림 주주들은 "이 감사가 도저히 상근감사라고 볼 수 없는 기형적 근무형태를 보여 왔다"며 "그를 해임함으로써 방림의 경영 투명성을 회복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이 감사의 후임으로 지목된 인물도 눈길을 끈다. 주주들은 신규 감사 후보로 실버프리 설립자인 김영희 씨를 추천했다. 김 씨는 방림이 실버프리 지분을 인수한 뒤 2017년 경영권을 잃고 회사를 떠난 인물이다. 주주 측 요구가 관철될 경우, 과거 회사에서 밀려났던 설립자가 수년 만에 회사의 최고 감시자로 '귀환'하게 된다.

일련의 사태를 촉발한 뇌관은 단연 실버프리다(관련기사 [단독] 유령 직원까지…방림 운영 요양원 12억대 부정수급 적발 파문). 그러나 방림은 '꼬리 자르기식 매각'으로 대응했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실버프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7월 2일, 보유 지분 74.04% 전량을 신설 법인 '이토스앤솔스티스'에 불과 10억 원에 넘겼다.
이토스앤솔스티스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석연찮은 지점이 많다. 이 회사는 실버프리 인수 불과 일주일 전인 6월 25일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됐다. 소규모 신설 법인이 한 주 만에 10억 원을 동원해 실버프리 경영권을 인수한 셈이다.
특히 임원진의 면면은 의구심을 더욱 키운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 등기 임원 대다수가 조 전 대표의 자녀를 비롯한 조씨 일가 친인척이다.
방림이 실버프리 비위 의혹의 진상 규명과 경영진 문책 대신, 회사를 통째로 떼어내 조 전 대표 일가에 넘겨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서 회장 처가 일가가 별다른 제재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분석이다.

서 회장 처가 인사들이 실버프리와 관련 사업을 이어가는 사이, 반대편에선 정반대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조 전 대표의 실버프리 파행 운영에 각을 세워온 서 회장 친가족들이 회사 안팎에서 배제되는 양상이다.
실버프리 비위와 조 전 대표를 꾸준히 비판해온 서 회장의 친딸 서 아무개 씨는 최근 법원에서 부친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서 씨가 서 회장을 직접 찾아가 "조교제 전 대표 문제를 원칙대로 처리하라"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부녀간의 충돌이 격화됐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서 씨의 남편이자 서 회장의 사위인 임상준 방림 부사장 역시 회사에서 사실상 밀려났다. 임 부사장은 방림의 사내 등기이사 3명 가운데 한 명이지만, 약 3개월째 회사에 출근조차 못하고 있다. 임 부사장은 당장 오는 12월이 임기 만료다.
방림 오너일가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고, 감사 교체와 이사진 재편 문제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회사 안팎에선 현재의 경영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경영권을 외부에 넘겨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신문은 방림 측에 주총 소집에 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상법에 따라 주주들이 적법하게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하면 회사 이사회는 지체 없이 소집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총을 열 경우 원칙적으로 개최 2주 전까지 안건 등을 주주들에게 통지해야 한다. 회사가 소집 절차에 나서지 않으면 청구 주주들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임시주총을 열 수도 있다.
주현웅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