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지뢰 사건은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외교부 국감에서는 북한에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물을지를 넘어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사이 대북정책 이견 여부까지 질의 대상이 됐다. 7일 열린 국방부와 통일부 국감에서도 북한의 책임과 재발 방지 대책, 향후 남북관계를 놓고 질의가 이어졌다. 한 사건을 두고 정부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와 대응 수위가 국감 초반부터 함께 검증대에 오른 셈이다.
가장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은 곳은 국방부다. 군은 지난달 21일 육군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를 조사한 결과 북한이 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가 원인이라고 지난 5일 최종 판단했다. 국방부는 7일 국감에서 북한의 MDL 침범 지역을 유엔군사령부와 공동 조사해 정전협정 위반을 공식화하고 북측에 통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가로 확인되는 MDL 이남 북한군 지뢰도 제거할 방침이다. 북한의 MDL 침범에는 작전수행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다만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남북 군사회담과 군 통신선 복원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국제사회를 통한 대응에 무게를 뒀다. 조현 장관은 6일 국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과 의장성명, 서한 발송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독자 제재 가능성도 열어뒀다. 조 장관은 “북한에 단호한 요구를 하는 것과 이것이 불필요하게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며 대응과 상황 관리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평화와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정동영 장관은 7일 국감에서 이번 지뢰 사고를 언급하며 “이와 같은 불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평화를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장관은 정전체제 아래 반복되는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드러난 온도차는 외교·통일부 사이에서 앞서 노출된 대북정책 이견과도 맞닿아 있다. 조 장관은 지난 8월 5일 외교·안보 분야 대통령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제시한 남북·미국·중국 간 4자 대화와 평화체제 전환 구상을 “이상주의적”이라고 평가하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구상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 내에서 조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6일 “이상이 있어야 현실을 바꾼다”고 반박했고, 통일부도 해당 구상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세 부처의 대응 차이를 정부 내 심각한 엇박자라기보다 각 부처가 맡은 역할에 따라 입장을 내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노규덕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7일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장관으로서 가지고 있는 수단 가운데 제재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이고, 통일부는 남북·북미 대화를 뚫어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제재까지 얹히면 북한의 반발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라며 “각자의 입장을 얘기한 것이고 심각한 문제라기보다는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방부 대응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지뢰를 폭파하고 다른 지역의 지뢰도 제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필요한 대응”이라며 “유엔군사령부와 군사분계선 위치에 대한 입장을 먼저 조율한 뒤 이를 북한에 명확히 알리고 집행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대응 기조 자체가 북한의 행위에 상응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7일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전체적인 대응 방향은 대통령의 국군의날 연설에서 다 나온 것이고, 당시 북한에 대한 비판과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두는 접근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하나도 없이 대화의 문만 열려 있다고 하니 북한이 거기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준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