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경기 에콰도르전에서는 3-0 완승을 거두며 희망을 보여줬다. 피파랭킹 25위 팀을 상대로 적극적인 전방 압박이 효과를 봤다. 이강인, 황인범 등 그간 대표팀에서 비중이 높았던 일부 인원이 빠진 사이 대체 자원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어진 우루과이전에서는 전반에만 3골을 내줬다. 최종 점수는 1-4였다. 후반 막판에서야 가까스로 만회골을 만들었다. 에콰도르전 대비 더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으나 전방에서부터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비진은 쉽게 위험에 노출됐다. 공수 간격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도 답답한 양상은 이어졌다. 다만 우루과이에 비해 상대의 개인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 패배는 면했다. 마지막 우즈베키스탄전은 2-0 승리로 마무리했다. 직전 두 경기에서 드러난 불안한 경기력은 다소 개선됐다.
4경기 결과는 2승 1무 1패였다. ‘6경기 임시 사령탑’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레노 감독으로선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낙제점도 아니었다.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발견한 4경기였다.

송민규는 현재 모레노 감독의 4-4-2 시스템에 잘 어울리는 측면 자원으로 통한다. 공격 자원이지만 수비 장면에서도 팀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2경기에 출전해 2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성과도 있었다.
조현택은 이번 소집 기간 중 자신의 대표팀 입지를 가장 넓힌 자원이다. 이전까지 A매치 출전은 단 1경기에 불과했으나 이번 4경기에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출전 시간은 점차 늘어 우즈벡전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모레노 감독의 경기 중 조정 능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4경기에서 대표팀은 전반전 어려운 경기를 펼치다가도 후반이면 전술 조정, 선수 교체 등으로 경기력을 개선했다. 4경기에서 나온 6골 중 5골이 후반에 터졌다.
공수 간격 유지, 측면에 치우친 공격 전개는 과제로 남았다. 짧은 준비기간이 문제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향후 개선 여부를 지켜볼 일이다.

우즈벡전으로 이번 대표팀 일정이 끝난 이후,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동갑내기 절친으로 알려진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은 주변에 국가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우즈벡전 이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설득을 통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대표팀에 헌신해왔으나 이제 막 30대에 접어들었다. 향후 활약 또한 기대를 받고 있다. 대표팀을 떠나기엔 이른 시점이었다. 이들의 은퇴 언급은 팀 내 갈등 문제로 해석됐다.
선수단 내 불협화음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수년간 대표팀은 경기 외적인 잡음에 시달려왔다. 소셜미디어에서 문제가 불거지는가 하면 대회 도중 선수 간 다툼이 외부로 유출되기도 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장기간 대표팀 내 분위기에 대한 문제가 거론됐다. 파벌설, 은퇴설 등이 이따금씩 흘러나왔다. 분위기를 전하는 화자의 시각에 따라 해석은 제각각이었다.
이와 관련해 축구계 관계자는 “내부 문제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감독으로서도 참 어려운 부분일 것 같다. 다만 선수들이 감독이 한 이야기를 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레노 감독은 우즈벡전을 하루 앞둔 10월 5일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내 문제에 대해 “내 원칙은 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부에서 해결해야한다는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얼굴을 맞대고 해결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앞서의 관계자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만 노력해도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10월 일정은 끝났다. 11월 중 친선전 2경기를 치르고 나면 다음 일정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 이어진다. 대표팀에게는 우승만이 목표인 대회다. 중요 일정을 앞두고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아시안컵까지는 100일도 남지 않았다. 또다시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임시직인 모레노 감독이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모레노 감독으로서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회장이 공석인 상황이다. 감독 선임 논란, 월드컵 실패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표류하는 축구협회와 대표팀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경기력 개선에 앞서 선수단 화합이라는 어렵고도 시급한 과제가 남게 됐다.
김상래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