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해임 내 의사 아냐” vs “검찰에 회유당해, 정신차려라” 법정 부부싸움 해석 분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한 축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키맨으로 꼽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그간 쌍방울 대북송금과 경기도의 연관성을 부인해오다가 7월 초부터 입장을 바꿨다. 방북비 대납 관련 사실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구두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2차 영장신청 국면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굉장히 폭발력이 큰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 배우자 A 씨가 등장했다. A 씨는 7월 19일 A4 용지 두 장 분량 탄원서를 민주당에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A 씨가 법원이 아닌 민주당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정치적 메시지 표출을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 씨는 탄원서에서 “신체적 고문보다 극심한 심리적 압박이 군사독재 시대 전기고문보다 무섭다”면서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조작된 증언과 진술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기 위해 남편을 구속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너무나 많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인해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했을 것이란 취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7월 24일 이 전 부지사 측은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해광은 이 전 부지사가 기소된 뒤부터 지속해서 변론을 맡고 있었다. 이날 해임신고서 제출은 사실상 A 씨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7월 25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 없이 홀로 재판장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변호인 해임신고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집사람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변호사 해임은 제 의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제가 수감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몰랐는데 판사님께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해광 변호인단 도움을 받고 싶다”고 선언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판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변호인을 해임할 수 없다. 이 전 부지사가 이런 입장을 밝히자 A 씨는 “(변호인단이) 없었던 일을 얘기했다. 당신이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 A 씨는 “저 사람(이화영 전 부지사)이 안에서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자신이 얼마나 검찰에 회유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답답하다. 정신차려라”라고 일갈했다.
A 씨는 “만약 당신이 그런 판단을 하면 가족으로 해줄 수 있는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고 싶다”면서 “당신 혼자 알아서 재판하고 어떤 도움도 받을 생각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재판장에서 일어난 때 아닌 부부갈등에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변호인 해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자 재판부는 변호인 출석 아래 7월 25일 오후에 재판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후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이 전 부지사와 가족 사이 입장이 정리되면 출석하겠다”며 불출석했다. 오후 재판은 진행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와 A 씨 간 입장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와 쌍방울 사이 연관성 전면 부인’ 전략에서 ‘본인 형량 줄이기’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배우자와 어떤 교감이 없었던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선 이 전 부지사 배우자의 법정 부부싸움을 언급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월 27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 측이 이화영 씨를 회유·압박하던 것이 한계에 부딪히자 감옥 밖에 있는 이화영 씨 아내를 회유해 압박하는 최후 전술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7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편이 자기 형량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배우자가 나와서 ‘우리 남편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지금 당 대표에 폐를 끼쳐선 안 된다’라고 하는 건 역대급 선당후사”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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