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사퇴 후 7년째 공석, 윤 대통령 공약이지만 지지부진…늦어도 12월 표결 예정 특검법 힘 싣기 시선도
#여야 공방만 수년째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카드를 꺼내들었다. 7월 30일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역대로 친인척 비리가 있을 때 대통령이 직접 해명 혹은 사과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포함한 대대적 인적 쇄신과 아울러 특별감찰관 도입을 통한 측근·친인척 비리 척결을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법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을 상시적으로 감찰하는 제도다.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 때 처음 시행됐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처가 리스크’를 염두에 둔 스탠스로 풀이된다. 7월 21일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는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위조한 잔고증명서의 액수가 거액이고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해 범행했으며, 위조 잔고증명서를 증거로 제출해 재판 공정성을 저해하려 했다”며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상당한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건희 여사 일가는 변경된 고속도로 노선 인근에 29개 필지(3만 9394㎡·약 1만 1937평)를 보유 중이다. 민주당은 202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기존안이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뒤바뀐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2022년 3월 9일 당선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종점을 변경하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관련기사 ‘여사님 이름에…’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어쩌다 총선 화약고가 됐나).
7월 31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직 대통령 장모가 범죄로 법정 구속된 것은 초유의 일인데도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침묵하고 있다”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윤 대통령의) 처남이 수사를 받고 있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해 처가에 특혜를 주었다는 게이트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의 힘으로 대통령 친인척의 범죄 혐의를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본인이 약속한 특별감찰관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놓고 민주당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판했다. 8월 1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 이래 법에 정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사실상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됐고 법에 정해진 일을 하지 않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면서도 “민주당에서 임명과 관련된 협의를 해오면 같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법은 ‘친문 핵심’ 박범계 전해철 민주당 의원 주도하에 2013년 4월 최초로 발의됐다.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에서 특별감찰관법이 시행됐고, 2015년 4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 이석수 감찰관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하면서 갈등을 빚다 2016년 9월 사임했다. 이후 차정현 특별감찰과장이 2018년 4월까지 감찰관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 7년째 특별감찰관이 공식 임명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이 결원될 때엔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당초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24일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향후 설치 예정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특별감찰관의 관계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관련법 제정 시 그 대상 및 기능을 규율하면 그 취지에 맞게 특별감찰관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인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이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최순실과 우병우를 조사하려 하자 그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말았다”며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고, 역대 정부에서 문제가 된 친인척 및 측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특별감찰관제도는 하루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논평을 냈다.
하지만 2017년 12월 청와대와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미루고 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별감찰관법 폐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2019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특별감찰관 제도는 공수처가 합의되지 않아서 만든 것”이라며 “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기능이 중복될 우려가 있는데 같이 둘지, 특별감찰관 제도를 없앨지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내부 자정 기능이 사라진 사이 조국 사태,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대통령 처남 땅 투기 의혹 등이 연이어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민정수석실 폐지와 특별감찰관 재가동을 공약했다. 2022년 3월 국민의힘은 “윤석열 당선인은 오직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을 국민께 되돌려드려야 한다는 신념 아래 민정수석실 폐지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천명했다”고 논평을 냈다. 그런데 2022년 5월 30일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공약 후퇴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임명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으나, 윤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1월 대통령실에 검찰, 경찰, 국세청 소속 파견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감찰조사팀 신설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인척 감찰 업무를 제외한 채 민정수석실의 ‘사정 컨트롤 타워’ 기능만 살리면서다. 윤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회에 공을 넘겼다. 7월 3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이라는 자리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와야 되는데 지금 국회에서 아무런 요청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8월 “국회가 먼저 합의해 특감 후보를 추천하면 100%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입장이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15년 이상 판·검사나 변호사를 지낸 변호사 중 3명을 후보로 서면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 가기 위한 포석?
일각에선 특별감찰관을 띄운 배경으로 특검을 꼽는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도입에 응하지 않으면, 특검 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4월 27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 본회의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두 특검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최대 180일)와 본회의 숙려기간(최대 60일)을 거쳐 늦어도 올해 12월엔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2022년 8월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한 뒤 여당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특검으로 응수했다. 그해 9월 7일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법안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시간강사·겸임교원 지원 시 허위 경력 위조 의혹 △윤 대통령 검찰 재직 중 부당한 전시회 후원 의혹 등을 담았다. 여기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을 추가해 특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7월 20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지금 김건희 여사 측에 대한 특검이 예정돼 있다. 나중에 (특검) 수사 범위를 조정하는 수정안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서울-양평고속도로 등 정권 출범 이후에 불거진 여러 논란을 넣을 수 있다”며 “야당이 다수의석이기 때문에 어쨌든 (특검 법안은) 통과한다.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면 총선 때 한창 수사하고 소환하고 할 것이기에 (여권이) 위기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야당이 마음 독하게 먹으면 특검 라인업 고약하게 짤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성윤 정진웅 임은정 검사. 정권이 가장 불편해하는 인사들이거든요”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대립한 검사들을 중심으로 특검을 구성하면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단 뜻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윤석열 사단’과 대립했던 심재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7월 28일 검찰을 떠났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한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2022년 7월 사직서를 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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