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접한 청와대 측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여의도에서 돌고 있다는 살생부를 구하려는 직원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소문에 불과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 박 전 위원장이 유력 대선 주자임엔 틀림없지만 아직 후보에 불과한데 청와대 직원들을 분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솔직히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시키는 대로 일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근혜 캠프는 진화에 나섰다. 이상일 대변인은 해명자료를 통해 “살생부설은 터무니없는 악소문으로 캠프에선 어느 누구도 관련 페이퍼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는 걸 분명히 밝혀둔다. 얼토당토 않는 소문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모르나 이로 인해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 만큼 오히려 캠프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홍사덕 캠프 공동선대위장도 청와대 측에 “내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 오해하지 말라. 당청관계를 이간하려는 음해”라고 해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신문>이 살생부를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그 형식이나 내용이 너무나 허술하고 조잡해 캠프 공식 문건이라고 하기엔 신빙성이 떨어졌다. 청와대에 파견나간 적이 없는 부처 공무원들 이름이 여럿 있었고, 심지어는 7년 전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던 직원도 포함돼 있었다. 대다수 정치권 관계자들 역시 “공식적인 보고서라고 보기 힘들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만든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찌됐건 ‘박근혜 살생부’는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를 놓고 여권의 권력구도를 엿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레임덕’으로 위축되고 있는 반면 차기 권력에 가장 근접한 박 전 위원장에게로 힘이 급속히 쏠리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 역시 “이 대통령의 힘이 셌던 정권 초라면 이런 게 나왔겠느냐. 당청 관계의 현주소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