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차 안에서 발견된 여성은 일명 강남의 텐프로 종업원 이 아무개 씨(30)로 드러났는데 사망한 지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그리고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약 3시간 후 서초경찰서에는 강남 유명병원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 아무개 씨(45)가 찾아와 “수면유도제를 투여한 후 사망한 이 씨의 사체를 유기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 의료사고에 의한 사망과 이를 덮기 위한 돌발적인 사체유기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씨에 따르면 이 씨와는 1년여 전부터 의사와 환자로 만났다. 이 씨의 수술을 집도한 것을 계기로 친해진 두 사람은 종종 식사를 같이 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평소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겪어오던 이 씨는 2~3개월에 한 번씩 김 씨를 찾아와 영양제를 맞기도 했다.
경찰조사에서 김 씨가 밝힌 사체유기 이유는 너무도 간단했다. 그는 “병원에 누를 끼칠 것 같아 시신을 유기하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여지껏 나온 얘기들은 김 씨의 진술에 의한 것으로 의혹들이 다수 남아 있다.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귀띔, 수사 결과에 따라 충격적인 내용이 나올 가능성도 시사했다.
수사의 핵심은 단순 과실치사인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단순 사고사인지,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를 확실히 밝혀낸다면 사건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의혹은 김 씨가 시신을 유기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김 씨는 당황한 나머지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미다졸람으로 인한 급사가 맞다면 김 씨가 중벌이 불가피한 시신유기라는 엽기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의문이 남는다. 일종의 의료사고로 인한 과실치사 사건으로 충분히 마무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씨는 미다졸람 5㎎을 주사했다고 진술했으나 전문가들은 그 정도 용량을 영양제에 섞어 주사할 경우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 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을 병원 측의 허가도 없이 임의로 빼내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이 씨에 대한 주사처방전이나 진료기록은 전무했다. 이 씨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은 김 씨의 처방이 떳떳하지 못했거나 뭔가 숨겨야 하는 상황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김 씨가 이 씨에게 수면유도제를 투여할 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김 씨가 미다졸람을 적정량 투약한 것이 맞는지, 또 투약에 다른 의도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응급조치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김 씨는 이 씨에게 홀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이 씨의 숨이 멎은 응급상황에서도 다른 의료진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내과 전문의는 “의료사고의 과실 여부를 가리는 데에는 사고가 터진 이후 의사의 처신도 매우 중요하다. 순수한 과실치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김 씨는 이 씨의 사망을 인지한 즉시 다른 의료진에게 알렸어야 했다.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의 ‘수상한 관계’를 둘러싸고도 여러 가지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김 씨가 숨기고자 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일단 경찰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종종 부적절한 성적 관계를 가져온 사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충격적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씨는 경찰에서 “내연관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씨와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져온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씨의 변호인 역시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정상 진료 시간이 아닌 늦은 밤에 따로 만난 점,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이 없는 상황에서 투약이 이뤄진 점, 처방전이나 진료기록도 없이 미다졸람을 김 씨가 직접 투약했다는 점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 채무나 치정 등에 의한 타살 가능성도 모두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김 씨가 이 씨와 과거 성관계를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김 씨가 성관계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용도로 미다졸람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일단 부검결과 외상이나 성폭행 흔적과 같은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씨의 속옷이 찢어져 있었고 속옷 안쪽 부분에서 흙이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성폭행 혹은 성행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씨가 투약했다는 약이 미다졸람이 맞는지, 어느 정도를 투약했는지, 이전에도 투약한 적이 있었는지, 사건 당일 성관계가 있었는지 등은 DNA 정밀 분석을 통해 추가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두 사람 간 갈등이나 다툼 여부를 비롯해 말 못할 ‘비밀’ 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충격적인 것은 이 사건에 김 씨의 부인도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김 씨로부터 “실수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말을 들은 김 씨의 부인이 이 씨의 시신을 유기한 김 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데려오는 등 사실상 사체 유기를 방조한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