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 잃은 마담과 남성 접대부들 진출 불법 영업…단속 강화 땐 해변 포장마차 돌며 직접 영업 가능성
소위 말하는 핫플(핫플레이스)마다 넘쳐나는 불법 호빠 홍보물들에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속초를 찾은 관광객들이 깜짝 놀라고 있는 분위기다. 어쩌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속초가 호빠의 천국이 된 것일까.
#속초에서 호빠 집중단속 벌어진 사연
호빠는 남성 접대부를 고용해 여성 고객들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벌이는 유흥업소를 의미한다. 술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성매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불법 유흥업에 불법 성매매다. 속초시에서 휴가철 불법 호빠 영업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해부터로 알려져 있다. 연분홍과 노랑 등 형형색색 홍보물이 영랑동 등대해변과 장사항 등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뿌려지기 시작한 것. ‘호빠·선수 20명 대기·픽업가능’ 등 글씨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는 홍보물이다.
여성 고객들이 홍보물을 보고 전화를 걸면 차량을 보내 픽업해 모텔 지하 노래방 등 불법 영업이 이뤄지는 장소로 데려간다. 술자리로 시작해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보물에 따르면 속초의 불법 호빠에서 일하는 남성 접대부는 강남에서 활동하는 20대 ‘선수’들이다. 그들이 휴가철을 맞아 왜 속초로 대거 내려온 것일까. 주요 거점인 서울 강남을 비우고 속초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강남 호빠 업계를 잘 아는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휴가를 맞아 제대로 놀아보자는 심리로 흥청망청하는 휴가지는 유흥업계 입장에서도 큰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이미 수년 전부터 룸살롱들에서 일하는 여성 접대부들이 제주도 등 휴가지에서 불법 영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정도부터 호빠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휴가철에 여성 접대부가 제주도로 대거 향하는 데 반해 남성 접대부는 속초를 비롯한 강원도 등 동해안 바닷가로 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성 접대부는 제주도, 남성 접대부는 동해안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의 시발점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얘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유흥업계는 오랜 기간 영업이 중단됐었고 밤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된 기간도 길었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대부분의 룸살롱이 2년 넘게 개점휴업도 아닌 강제휴업 상태로 견뎌야 했다. 일부 룸살롱이 간판 불을 끄고 불법 영업에 돌입했다가 연이어 단속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소 차원이 아닌 접대부를 관리하는 마담들을 중심으로 제주도 불법 영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에선 휴가지에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해외여행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몰린 곳이 바로 제주도였기에 그곳이 새로운 불법 영업의 거점이 된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지난해 여름 친한 마담이 제주도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한번 방문했었다. 가보니 펜션 하나를 통으로 빌려서 은밀한 영업을 하고 있었다”며 “마치 밤마다 펜션에서 서양의 파티가 열리는 분위기였다. 룸살롱처럼 밀폐된 룸이 아닌 펜션에서 파티 형식으로 술자리를 갖고 방으로 가서 2차를 하는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손님 관리를 하는 룸살롱 상무들과 손잡은 마담들이 이런 방식으로 여름 휴가철에 제주도로 내려가 불법 영업을 하며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올해 여름에도 제주도에서 이런 형태의 불법 유흥업소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여름 동해안으로 확산됐다. 당시는 2년여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휴가지에 관광객이 대거 몰렸다. 이런 흐름을 타고 호빠 마담들이 동해안으로 떠나 비슷한 형태의 불법 영업을 시작한 것. 특히 속초가 거점이 됐는데 그만큼 속초에 관광객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속초에 해변 포장마차 등 젊은 층이 모이는 핫플이 많은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대거 사라진 호빠…남겨진 마담과 남성 접대부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며 여름 유행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더 이상 없다. 유흥업소가 문을 열고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집합금지 명령으로 가게 문을 열지 못해 마냥 놀아야 하는 여성 접대부들이 대거 제주도로 향하는 시절과는 분명 달라진 상황이다.
왜 그들은 서울 강남에서 호빠 영업을 하지 않고 대거 속초 등 동해안으로 떠난 것일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미 대부분의 호빠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호빠 고객층의 상당수는 접대부들이다. 룸살롱 등에서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여성 접대부들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호빠를 자주 찾았던 것. 그렇게 룸살롱과 호빠는 묘한 공생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집합금지 명령으로 유흥업소들이 대거 영업을 중단하면서 여기서 돈을 벌어 호빠를 찾아야 할 여성 접대부들도 크게 줄었다. 호빠는 어차피 불법 영업이라 집합금지 명령의 영향이 크지 않다. 그렇지만 손님이 줄면서 정상 영업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서울 강남 소재의 호빠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호빠가 문을 닫아 업장이 사라졌지만 여기서 일하던 남성 접대부, 소위 선수들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마담들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새로운 형태의 영업에 돌입했다. 선수들이 직접 클럽 등을 다니며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손님을 잡으면 마담에게 연락하면 차량을 보내 픽업하는 방식이다. 정상적인 업장이 없기 때문에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비밀리에 술자리를 마련해 놓고 손님이 잡히면 바로 영업 준비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그 전에도 별도의 업장 없이 룸살롱과 손잡고 새벽 시간 영업시간이 끝날 즈음 룸살롱이 호빠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집합금지 명령으로 룸살롱이 영업정지인 상황이라 오피스텔 등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앞서의 서울 강남 호빠 업계를 잘 아는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클럽 등 여성들이 많이 찾는 술집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소위 죽돌이들 가운데 영업 중인 선수들이 많다”면서 “과거에는 삼겹살집 같은 데서 술을 마시면 여성 접대부들이 껌이나 사탕 등을 돌리며 룸살롱 영업을 많이 했는데 이와 유사한 현장 영업을 하는 남성 접대부들이 많아졌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형태는 최근 속초 등 동해안에서 기승을 부리는 불법 호빠와 거의 유사하다. 어차피 업장을 잃은 마담과 선수들이 휴가철을 맞아 서울 강남에서 동해안으로 장소만 옮겨 불법 호빠 영업을 이어가는 셈이다. 서울과 달리 단속이 심하지 않아 대놓고 홍보물까지 뿌리며 더 편하게 영업을 이어왔을 정도다.
다행히 올해 휴가철에는 속초시가 합동단속 등 강력 대응에 들어갔지만 동해안의 휴가철 불법 호빠 영업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홍보물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 서울의 클럽처럼 동해안 해변 포장마차 등에서 선수들이 직접 영업에 돌입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여름 휴가철에만 집중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속초시의 경우 여름 휴가철에 엄청난 관광객이 몰리지만 사실 주말을 중심으로 1년 내내 관광객이 많다. 이런 까닭에 아예 속초 관광지에서 1년 내내 불법 호빠 영업을 하는 이들도 많다. 블로그와 SNS 등에는 속초로 겨울여행을 떠났다가 호빠 홍보물을 봤다는 목격담도 많다. 이는 제주도 역시 비슷하다. 유명 휴가지의 경우 여름 휴가철 합동단속에 그치지 말고 상시적이고 적극적인 단속이 절실해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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