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속 신규 수익원 창출 시도…일각 “레모나에 치중된 매출 구조 탈피해야”
#8월 말 출시 예정
경남제약은 오는 8월 말 비타민과 미네랄을 배합한 ‘강아지 레모나’ 제품 라인 일부를 출시할 예정이다. 9월 중에는 후속 제품도 내놓는다. 경남제약은 지난 8월 7~8일 ‘강아지 레모나’라는 이름의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했다. 상품분류로는 동물용 약제·간식 형태의 애완동물용 식이보충제·의료용 기능성 동물영양간식 등을 포함하는 05류, 강아지 사료와 애완동물용 간식 등이 포함된 31류가 지정됐다.
강아지 레모나는 반려동물용 영양제다.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닌 사료로 분류돼 판매될 예정이다.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은 별도의 법이 없고, 사료관리법에 따라 사료로 분류된다. 사료관리법에 따르면 사료는 가축이나 동물에 영양이 되거나 건강 유지 및 성장에 필요한 단미사료, 배합사료, 보조사료를 뜻한다. 동물용 의약품·의약외품과 달리 사료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시험을 거쳐 품목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관할 시·도에 사료 성분 등록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남제약의 반려동물 사업은 사실상 처음이다. 경남제약은 반려동물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모기·진드기 기피제 ‘모스펜스’를 판매 중이다. 그러나 모스펜스는 반려동물 전용으로 출시된 제품은 아니다. 경남제약은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약품 사업 경험은 있다. 경남제약은 2020년 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독감, 구제역 전용 소독제 ‘박탄-에스’를 출시하며 동물약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남제약은 2020년 H&B(헬스·뷰티) 사업본부 산하에 동물약품 사업팀도 신설했다. 하지만 2021년 말 해당 팀을 해체하며 동물약품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경남제약은 반려동물 영양제 사업 매출 규모가 커지면 반려동물 사업부도 신설할 계획이다. 경남제약은 지난 6월 기준으로 동물약품 사업팀을 다시 꾸리거나 별도의 반려동물 사업 조직을 신설하지는 않았다.
사람 대상 제품을 반려동물용 영양제로 재단장해 내놓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사람 대상 일반의약품인 ‘경옥고’에서 착안해 반려견용 영양제 ‘견옥고’를 출시했다. 대웅제약 자회사 대웅펫도 대웅제약의 종합비타민 ‘임팩타민’을 반려동물용 영양제로 바꾼 ‘임팩타민펫’을 출시했다. 일동제약도 유산균인 ‘비오비타’를 활용해 반려동물 전용 프로바이오틱스인 ‘일동펫 비오비타 시리즈’를 내놓았다.
국내 반려동물용 영양제 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224억 원에서 올해 250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반려동물 양육비로 월 평균 14만 8700원을 지출한다. 이 중 약 48%인 7만 1700원을 사료·간식·영양제·건강식품 등을 구입하는 데 쓴다. 동물용 영양제를 판매하는 제약사 관계자는 “기존 제품과 같은 원료를 쓸 수 있다는 데서 (제조가) 편하다”며 “사람용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시장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 효과는 아직…
제약업계에서는 경남제약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을 놓고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경남제약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경남제약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18년 8억 원, 2019년 31억 원, 2021년 77억 원, 지난해 34억 원이었다. 최근 5년 동안 2020년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경남제약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2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450만 원)보다 대폭 증가했다. 매출도 감소하는 추세다. 경남제약의 매출은 2020년 709억 원, 2021년 646억 원, 2022년 590억 원으로 줄었다.
재무 상황도 안정적이지 않다. 경남제약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57%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회사의 단기 재무 안전성 지표인 유동비율은 80%였다. 회계업계에서는 유동비율이 200%가 넘어야 이상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경남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지난해 말 43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258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강아지 레모나 출시는 일단 주력 제품인 비타민C 제품 ‘레모나산(레모나)’을 토대로 한 품목 다각화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남제약은 반기보고서에서 “일반의약품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업 영역 다각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레모나 톡톡, 레모나 키즈, 레모나 젤리 등 레모나 라인업 식품이 경남제약의 추가 매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경남제약 자회사 경남제약스퀘어는 지난 8월 17일 ‘레모나 하이볼’을 출시한다고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남제약이 레모나에 치중된 매출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남제약의 올해 상반기 레모나 매출은 103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3.4%를 차지했다. 2021년(23%)과 비교해 레모나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레모나의 경쟁력이 이전보다는 많이 약화됐다고 판단한다”며 “경남제약의 경우 수익을 낼 만한 혁신 제품 개발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경남제약은 올해 잇달아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남제약은 올해 1월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경남제약스퀘어를 설립했다. 경남제약스퀘어는 소비자들의 구매 및 활동 보상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지급하는 B2E(Buy to earn)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경남제약스퀘어는 올해 상반기 6억 70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경남제약은 지난 3월 엔터파트너즈 지분 38.26%를 취득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엔터파트너즈는 플라스틱 사출, 금형 사업과 외식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한다. 엔터파트너즈는 지난 6월 드라마 소품제작 사업을 펼치는 스튜디오더블랙 지분 100%를 인수했다. 또 경남제약 계열사인 블레이드Ent(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와 엔터파트너즈는 ‘블레이드AI’를 설립해 AI(인공지능) 엔터테인먼트 기반 기술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엔터파트너즈는 올해 상반기 4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블레이드Ent도 34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이와 관련, 경남제약 관계자는 “강아지 레모나는 자사 온라인몰에서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점차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로 판매를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동물약품사업부는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위해 선택과 집중의 과정에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반려동물 관련 제품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확장 운영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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