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의 적자폭이 커지자 정부는 한전과 그 계열사들의 한전공대 출연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5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에는 6조 2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가 막대한 적자로 자구 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출연금도 효율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전이 출연하는 금액을 줄이겠다는 것은 한전 자체도 어려운 만큼 관련 사업들에 쓰는 돈도 줄여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한전공대에 지원되는 310억 원의 정부 출연금은 그대로 집행될 예정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한전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출연금을 줄이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국에너지공과대도 교육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예산을 요청하는 등 자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한전의 적자 수준은 해외였으면 파산이 날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켄텍에 지원을 많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개교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학교에 대해 출연금을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전 적자 구조는 근본적으로 에너지 수입 가격은 상승하는 데 비해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그동안 판매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기 때문”이라며 “대학 설립 과정에서 불가피한 예산 지원을 한전 적자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전공대의 캠퍼스 공사는 다 끝나지 않았고 직원들도 다 채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 에너지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학교가 출연금 축소로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앞으로 신입생들을 받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병훈 포항공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교육에 대한 예산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출연금 축소 기조로 가면 지원이 줄어든다고 생각해 우수한 학생들이 한국에너지공대로 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에너지 관련학과 한 교수는 “교육은 1~2년 만에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최소 20~30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분야에서 통찰력 있는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재 양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한국에너지공대에 들어가는 지원금 정도는 오히려 부족한 수준”이라며 “한국에너지공대에 출연하는 금액이 매출 70조 원대인 한전의 재무를 크게 흔들 것 같지도 않고, 출연금을 줄인다고 해서 한전의 적자가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한전에서 받은 ‘2023년도 예산(구입전력비) 세부 내역’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00조 6492억 원의 예산 중 전력구입비에 96조 347억 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입비에 비해 전기 판매액은 82조 5652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의 대부분 매출은 전력판매에서 나오는데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로 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한전공대 출연금 축소를 먼저 고려하는 것보다 역마진 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적자 극복을 위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관계자는 “출연금 축소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검토되는 단계고, 정부와 유관기관이 한전과 소통하고 있다”며 “출연금이 축소될 경우 학교 건물 건축과 추진 예정인 국가 대형 연구,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용장비센터의 연구 장비를 확보 등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직원들도 다 뽑지 못한 상황인 데다 국가 과제 수행이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출연금이나 예산 확보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출연금 축소를 결정하면 공사로 통보를 하고, 공사에서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며 “아직까지 정부에서 검토하는 단계라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학교와 한전과 협의 중에 있고, 한국에너지공대의 일종의 모기업인 한국전력이 어려운 상황이니 그에 맞춰 출연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