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은 물론 근육 줄고 지방 느는 데다 피로감·우울증 생겨…치매·당뇨 위험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메이요 클리닉’에 따르면, 주로 남성 고환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남성 성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은 골밀도, 체지방 분산, 근육량, 얼굴과 몸의 털, 성욕, 정자 생성 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은 50대 남성 가운데 약 12%, 60대 남성의 약 19%, 70대 남성의 약 28%, 그리고 80대 남성의 약 49%가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대개 20세 전후에 가장 높으며, 40대까지는 일정 농도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한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노화로 인해 매년 최소 1%씩 감소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나이에도 수치가 낮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심지어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할 가능성이 다섯 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에 영국 성의학회는 “테스토스테론 결핍 문제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왔다”고 주장했다.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나 경각심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남성 호르몬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건강상의 경고 신호들은 무엇이 있을까.
#성욕 감퇴
인디애나대학의 ‘남성 성 및 생식 건강 연구소’ 책임자인 헬렌 L 버니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은 성욕의 주요 동력이다”라고 소개했다. 다시 말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면 성적인 흥미가 떨어지고 자위에 관심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실제 성욕 감퇴는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 가운데 하나다.
이는 테스토스테론이 결합하는 안드로겐 수용체가 욕망을 처리하는 뇌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성적 흥분을 알리는 신호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발기부전
버니 박사는 “남성이 발기를 하기 위해서는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다”면서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매우 낮으면 발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발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경으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해야 하는데 이때도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다. 이는 음경 내부의 발기 조직 내에 수용체(음경해면체)가 있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 부족은 또한 비아그라와 같은 약물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근육량 감소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성장을 촉진하고 체지방 증가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 근육량 역시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와 관련된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수용체에 결합되지 않은 호르몬인 ‘유리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낮은 남성은 정상 수준인 남성들에 비해 노화와 함께 근육이 손실될 가능성이 두 배에서 세 배가량 더 높았다. 이는 살코기 같은 순수 근육이 지방조직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손실되는 근육량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복부 지방 증가
특히 복부 주위에 지방이 많아진다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나자리 박사는 말했다. 비만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을 경우 특히 복부에 지방이 축적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나자리 박사는 “나이가 들면서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아지는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테스토스테론을 분해하는 지방 조직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방 세포는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으로 변환시키는 효소인 아로마타제를 생성한다. 에스트로겐은 가슴, 엉덩이, 허벅지뿐만 아니라 복부에 더 많은 지방이 축적되도록 한다.
#우울증
일부 연구는 테스토스테론 결핍과 우울증 사이에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8년 독일의 연구진들은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TRT)이 우울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27개의 임상시험을 검토했다. 2000명에 달하는 남성들을 종합적으로 관찰한 이 보고서는 테스토스테론을 투여받은 남성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위약을 투여받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이 기쁜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때문에 결국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대 랑곤의 비뇨기과 전문의인 보비 나자리 박사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기분이 침울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상관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테스토스테론 부족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들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가령 수면 부족이나 갑상선 기능 장애 등이 그렇다.
#피로감
테스토스테론은 주간 호르몬이다. 즉, 아침에 수치가 가장 높고 하루 내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버니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은 동기부여와 에너지의 주요 동력이다”라고 설명하면서 계속 활기를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은 정상 수준의 남성보다 피로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으며, 만성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남성은 에너지 레벨도 감소해 만성 피로에 시달릴 수 있다.
#골밀도 감소
나자리 박사는 “남녀 모두에게 에스트로겐은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수치도 낮다. 왜냐하면 남성의 경우 체내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거나 잘 부러지는 골다공증이 초래된다. 처음에는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점차 진행됨에 따라 허리 통증, 굽은 자세,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이로 인해 키도 작아진다.
#심장질환
일부 연구는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심장질환, 심장마비,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미국 심장협회의 저널인 ‘서큘레이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은 남성들은 정상 수치를 가진 남성들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높다. 이는 테스토스테론이 심장으로 향하는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버니 박사는 테스토스테론과 심장질환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직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당뇨병
테스토스테론은 인슐린과도 관련이 있다. 인슐린은 체내의 당을 에너지로 저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호르몬으로, 췌장에서 분비된다. 버니 박사는 “인슐린은 테스토스테론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잘 분비되기 위해서는 체내에 일정량의 테스토스테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관리’ 저널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당뇨병 환자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온라인 남성 건강 클리닉인 ‘테드 헬스’의 수석 의학 자문인 제프리 해켓 교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들은 정상 수치인 남성들보다 당뇨병을 앓을 위험이 세 배 더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뇨병이 발병하면 기대수명이 10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2년 동안 1007명의 당뇨병 전 단계의 남성들을 추적 관찰한 호주의 연구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지난해 ‘랜싯’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40% 낮았다.
여전히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당뇨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고 있지만, 이미 많은 연구들은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하지 않으면 복부 장기 주위의 내장 지방이 증가해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매
제2형 당뇨병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노인들의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알츠하이머협회’ 저널에 발표된 호주 연구진의 결과가 한 예다. 평균 50~73세 사이의 약 15만 명의 남성들을 7년 동안 추적관찰했고, 이들 가운데 826명은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치매에 걸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연구진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감소가 치매나 알츠하이머의 발병 위험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0년 홍콩대학 퀸메리 병원의 노인의학과 과장인 렁윙 추 박사가 주도한 연구에 참여했던 미국의 노인의학 교수인 존 몰리 박사 역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부족하면 알츠하이머 발병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는 치매 증상이 없는 55세 이상의 중국인 남성 1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 가운데 47명은 가벼운 인지 장애나, 혹은 기억력 감퇴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1년 안에 알츠하이머를 앓은 남성들의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몰리 박사는 “낮은 수치의 테스토스테론이 알츠하이머의 위험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연구였다”라고 소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남성의 뇌가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 신경이 퇴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뇌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 사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40세 이상의 남성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할 가능성이 최대 다섯 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40세 이상의 참전용사 850여 명을 4년간 추적 조사한 2006년 워싱턴대학 학술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참전용사들은 조기에 사망할 가능성이 88%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슬리의 ‘로버트 헤이그 당뇨병 및 내분비학 센터’의 내분비학자들의 주도하에 2013년에 수행된 또 다른 연구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 부족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 사망의 위험 또한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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