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단장 “반복적 우려 제기…결국 모두가 실망”…학부모 “무인도 모험 다룬 ‘파리대왕’ 떠올라”
부푼 기대 속에 막이 올랐던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결국 폭염, 코로나19 확진자 집단 발생, 성추행 논란, 태풍 등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행사가 시작된 후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고, 2500여 명은 벌레에 물린 상처와 피부 발진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급기야 최대 규모인 4500여 명이 참가한 영국과 1000여 명이 참가한 미국이 행사 4일 만에 조기 퇴영을 결정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와 관련 영국의 ‘스카이뉴스’는 영국 스카우트 단장의 입장을 통해 폭염 속에 열린 잼버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30여 명의 대원들을 돌보고 있는 이 단장은 ‘스카이뉴스’를 통해 “음식과 화장실 시설이 열악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물을 마시려면 걸어서 10분을 가야 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또한 “매시간 물 1리터를 마시라고 하면서도 제공받은 물병 가운데 3분의 1은 깨져 있거나 물이 새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카우트 지도자도 특히 화장실 시설이 형편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공된 식사 역시 영양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돈이 아깝다.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기대했던 경험들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아이들은 조직과 준비 부족으로 인해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속상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잼버리에 참가한 두 자녀를 둔 피터 날드렛은 X에 “이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총 9000파운드(약 1500만 원)를 모았다”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된 현 상황을 아쉬워했다.
영국의 ‘데일리메일’ 역시 잼버리에 참가한 부모들과 학생들의 원성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이 여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던 반면, 다른 부모들은 ‘너무나도 빨리 질서가 무너졌다’, ‘이대로 두면 아이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17세 딸이 잼버리에 참가했다고 말한 익명을 요구한 아버지는 PA 통신(PA Media) 인터뷰에서 “딸의 말에 따르면 화장실은 너무 지저분해서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역겨웠다. 진행 인원도 부족했다. 딸의 말을 들으니 한국인들이 대회를 잘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내 생각에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국인 부모인 올라프 클레이튼은 잼버리가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를 묘사했다. 딸 가브리엘라(16)가 평소 한국 문화를 무척 좋아했다고 말한 그는 “딸아이는 한국어도 배웠고 한국 문화도 공부했다. 잼버리에 참가하기 위해서 18개월 동안 빵집에서 일하거나, 영어를 가르치거나, 케이터링 서비스업체에서 알바를 하면서 돈을 모았다”고 했다.
이렇게 기대했던 한국에서의 잼버리가 끔찍했다고 말한 그는 “그곳은 정말 지옥이었다. 뙤약볕 아래서 아이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기절했다. 그늘도 없었고 모든 활동은 취소됐으며 커다란 모기들이 사방에서 날아다녔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뱀도 나왔다. 그는 “딸아이는 매우 강인한 편이다. 하지만 그런 딸도 ‘땅속에서 희한한 게 나왔다’며 공포에 떨었다. 딸아이의 잠자리 아래서 뱀이 한 마리 발견됐던 것이다. 다행히도 방글라데시 스카우트가 뱀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국 스카우트 대표팀의 최고 책임자인 매트 하이드 역시 여러 가지 문제로 골치를 썩인 잼버리 주최자들을 비판했다. 그는 ‘데일리메일’을 통해 영국 단원들이 주최 측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거대한 캠프장의 화장실은 더러웠고, 전반적으로 위생상태가 형편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행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광활하고 나무가 없는 허허벌판에서 아이들이 열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출발 전부터 반복적으로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주최 측으로부터 모든 조치가 제대로 취해질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모두들 실망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상상해 보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주기적으로 청소가 되지 않고 있다면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누도 부족했다”며 분개했다.
이어서 그는 “(조기 퇴영 결정을 내린 이유는)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안전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가장 우려했던 점은 첫째, 불결한 위생과 화장실의 청결 문제였다. 그 외에도 음식의 질과 양도 기대에 못 미쳤다. 둘째, 더위도 문제였다. 그는 “한국의 여름은 유난히 덥고, 전례가 없는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열악한 의료 서비스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악몽’이란 제하의 또 다른 기사에서 ‘데일리메일’은 과거 스카우트 리더로 일한 경험이 있는 남성의 의견을 전했다. 그는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음식이 부족해 아이들이 점심으로 디저트류만 먹고 있으며, 각종 불만 사항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음식과 물이 충분하지 않았다. 음식 선택권은 정말 형편없었다. 포장지에 적힌 글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만일 특정 알레르기가 있다면 그냥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게 나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속해서 ‘분통 터지는’ 사연들을 접했다고 비난하면서 4년 전 자신이 참가했던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의 경험과 비교했다. 그는 “그때는 더 많은 보호 시설과, 더 많은 물,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모든 것이 있었다”고 맹비난했다.
한 영국인 부모는 ‘텔레그래프’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면서 울고 있다”라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 아버지는 15세 아들이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면서 “얼마나 빨리 질서가 무너졌는지 놀라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늘이 거의 없고 식수가 부족했던 1999년의 우드스톡 축제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한정적으로 배분된 음식들은 고도로 가공된 과자류였다고 말하면서 이런 상황을 한 무리의 소년들이 무인도에서 불시착한 후 벌이는 모험을 다룬 소설인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아버지는 “주최자들은 확실히 대회를 개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으면 (로버트) 바덴 파월(스카우트 설립자)이 무덤에서 돌아누울 지경이다!”라고 비꼬았다.
또 한 관계자는 진흙탕 위에 둥둥 떠 있는 팔레트 위에 설치된 텐트나, 모기를 제거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살충차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잼버리에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며 황당해 했다.
다른 한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이 행사는 엉망이었다. 곳곳이 침수됐고, 쓰레기가 넘쳐났고, 위생 시설은 형편없었다. 음식도 부족했다. 불만 사항은 끝이 없었다”라고 퍼부었다. “내 아들은 열기 때문에 질식할 것 같았다”고도 했다.
반면 이런 불만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한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부모들은 맹렬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여전히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주최 측이 뒤늦게라도 아이들을 위해 전해질 음료, 그늘진 텐트 구역, 간이 병실을 제공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스카우트 팀의 세계 행사 책임자인 제이콥 머레이는 기자들에게 “무더위와 어려움, 난관에도 불구하고 단지 8%만이 불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추가적인 도움을 제공해 준 한국 정부와 지방 정부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36명의 청소년들로 구성된 영국의 ‘베드포드셔 비즈’ 팀도 감사함을 전해왔다. 팀 리더인 닉 킬리는 “모든 경험들은 경이로웠다”라고 운을 떼면서 “(더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텐트를 치는 경험은 청소년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BBC ‘룩 이스트’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팀이 상황에 잘 대처하고 지원을 잘 받았다고 말하면서 ‘부정적인’ 뉴스가 도배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그들(언론)이 집중하지 않은 것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여전히 잘 어울리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힘들었지만 보람도 상당했다. 아무도 실망하지 않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4세의 스카우트인 네드와 그의 친구들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소년은 “나는 벌레에 물린 적도 없었고 알아서 더위를 잘 피해다녔다”면서 “힘들었지만 평생에 단 한 번뿐인 경험이었고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종교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평소라면 절대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을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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