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처리 ‘수두룩’한 데다 종속기업 영진약품도 궤도 못 올라…KT&G “사업 연관성, 미래 유먕 분야 투자 진행”
#바이오 지분 투자 성적표 살펴보니
지난 6월 말 기준 KT&G 타법인출자 현황에 따르면 KT&G의 관계기업인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와 SJ바이오메드의 장부가액은 0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장부가액은 현재 기업가치를 뜻한다. 장부가액이 0원이라는 것은 투자한 회사의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KT&G는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와 SJ바이오메드의 지분 각각 22.73%, 14.39%를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는 임상시험·모니터링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KT&G는 2012년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에 15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2013년 투자금액 전액을 손상 처리한 후 현재까지 장부가액이 재조정되지 않고 있다.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5억 원, 2022년 15억 원이다.
SJ바이오메드는 비만 치료 백신을 연구했던 기업이다. KT&G는 2008년 백신 사업권 확보 목적으로 SJ바이오메드에 1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개발 성과가 미진했고, 후속 투자유치에도 실패했다. 결국 KT&G는 SJ바이오메드에 대한 지분 투자금액을 2018년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고, 현재 폐업 및 청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회계사는 “관계기업이나 공동기업의 경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1028호에 따라 손상이 발생해 장부가액이 0원이었다가 다시 이익이 발생하면 인식해 장부가액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투자 자산을 재평가해 가치 변동이 있으면 반영한다”며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데 장부가액이 0원으로 책정된 기업은 사실상 실패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KT&G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여러 바이오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KT&G가 지분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은 올해 6월 말 기준 오스코텍, 넥스젠바이오, 라이프엔자, 지플러스생명과학, 와이브레인, 네오켄바이오 등이다. 이 중 지플러스생명과학, 와이브레인, 네오켄바이오는 비교적 최근인 2021~2022년 투자한 기업이다.
KT&G는 2021년 지플러스생명과학에 10억 원을 투자해 지분 0.95%를 확보했다. 하지만 KT&G는 지난해 지플러스생명과학 투자금액 전액을 평가 손실 처리했다. KT&G가 지난해 각각 20억 원과 1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47%, 3.39% 보유하고 있는 와이브레인과 네오켄바이오는 아직 평가 손실 처리되지는 않았다. 다만 와이브레인과 네오켄바이오 모두 2021년 대비 2022년 영업손실이 늘었다.
KT&G는 2000년대 초반 단순 투자 명목으로 오스코텍, 넥스젠바이오, 라이프엔자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오스코텍은 혁신신약 개발 업체이고, 넥스젠바이오는 단백질 신소재 연구 개발 업체다. 라이프엔자는 구강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다. 이 중 넥스젠바이오와 라이프엔자는 투자금액 각각 22억 원, 16억 원 전액이 손상 처리된 상태다. 그나마 오스코텍은 최초취득금액(24억 원) 대비 현재 장부가액(122억 원)이 크게 올랐다.
KT&G의 바이오 투자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KT&G가 그간 종종 바이오 기업 투자로 수익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영진약품 수익성 들쭉날쭉
KT&G의 종속기업인 영진약품에도 바이오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KT&G는 2003년 영진약품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숱한 변화가 있었다. 영진약품은 2013년 대표 제품 ‘영진구론산바몬드’ 등이 포함된 드링크사업부를 LG생활건강 자회사 해태음료(현 해태에이치티비)에 매각했다. 2017년에는 영진약품과 KT&G생명과학을 합병시켰다. KT&G는 현재 영진약품 지분 52.45%를 보유 중이다.
영진약품의 실적은 좀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영진약품의 수익성도 들쭉날쭉하다. 영진약품은 2017년 30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2018년에는 22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영진약품은 이어 2019년과 2020년 각각 100억 원, 3억 8000만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39억 원, 74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영진약품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억 9000만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3억 48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진약품의 성장 동력에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영진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상황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영진약품이 라이선스인(기술도입)한 주력 파이프라인인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연물신약 후보물질은 2018년 글로벌 임상 2b상 프로토콜을 개발 이후 후속 개발이 멈췄다. 류마티스관절염 천연물신약 후보물질도 2020년 국내 임상 2상을 종료한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영진약품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7.45%, 2022년 7.31%, 2023년 2분기 6.51%로 줄어들고 있다.
한편, KT&G의 전체 매출에서 제약·화장품 등 기타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는 KT&G가 앞으로도 제약·바이오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 KT&G는 사업다각화 목적에서 여러 바이오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안다”며 “향후에도 바이오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에도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신약 개발 등 전략적 목적으로 2002부터 2012년까지 제약·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지분 투자했다”며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산업 분야를 비롯해 담배, 홍삼 등 KT&G 그룹 사업과 연관성이 높거나 미래 유망 분야의 벤처기업까지 폭넓게 검토하면서 필요에 따라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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