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율이 가장 높은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캠프도 ‘후원금 가뭄’으로 빠듯한 살림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른쪽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사진제공=문재인 |
하지만 유권자들의 정치권 불신과 경선 흥행 부진, 공천헌금 파동 등이 정치권 ‘돈가뭄’으로 이어지며 캠프 잔고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후보는 물론 민주당 예비후보 중 후원금 규모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손학규 캠프 모두 공통적으로 자금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투명성과 자금난 속에 사실상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각 후보의 경선자금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그나마 형편이 낫다고 알려진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캠프도 후원금 부족으로 빠듯하게 살림을 운영하고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매년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으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도 1억 4929만 원의 후원금을 모아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다. 여기에는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500만 원)과 조카 한유진 씨(500만 원), 정수장학생 출신 인사 모임인 ‘상청회’ 김삼천 회장(500만 원) 등 고액기부자들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하지만 최근 박 전 위원장은 경선을 앞두고 자신의 삼성동 집을 담보로 1억 2000만 원의 대출을 받고 거기에 지인에게 돈을 차입해 당의 경선기탁금 2억 5000만 원과 사무실 보증금 1억 20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박 전 위원장의 재산신고액을 살펴보면 22억여 원 가운데 예금액이 7800만 원밖에 되지 않아 급하게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박 전 위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기탁금 6000만 원을 냈고 당의 후보가 되면 2억 40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현재 박 캠프 측은 지난달 22일부터 대선을 위한 후원회를 가동하며 당 내 경선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의원의 한 캠프 측 관계자는 “현재까지 모인 후원금이 4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분이 ARS를 통한 후원이다. 캠프에서는 ‘개미 후원금’으로 부르고 있는데 한 통화를 걸면 자동으로 3000원이 후원되기 때문에 지지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 전 위원장의 경우 고액기부자들이 비교적 많아 걱정이 덜하기도 하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을 살펴보면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1000만 원을 후원한 것을 비롯해 고액기부자들이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씩 후원해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캠프 측의 한 공보담당자는 “합법적인 정치 후원금임에도 고액 기부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지난 대선과 같은 수준의 모금이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의 돈 사정도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에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의 불똥이 당내 경선을 벌이고 있는 각 후보 캠프로 이어지면서, 민주통합당에도 자금 투명성과 관련해 비상이 걸렸다. 이에 민주통합당 각 예비후보들은 앞 다퉈 투명성을 강조하며 캠프 자금 운영 현황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단연 문재인 상임고문이다. 전체 예비후보를 통틀어 가장 먼저 경선비용 공개를 시작한 문 고문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선거비용 공개’란을 만들어 매주 월요일 선거비용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선거과정에서부터 반칙이나 부패가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비용 공개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캠프의 선거비용 공개는 지난 6월 26일부터 시작으로 8월 6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캠프의 경선자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후원금’ 항목이다. 문재인 캠프의 8월 6일자 ‘정치자금 수입·지출 가결산서’ 내역을 살펴보면 후원회 기부금이 총 11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당 예비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자, 손학규 후보(5억 원 추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더군다나 최근 정치권 전반적으로 후원금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비춰볼 때 문재인 캠프는 꽤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다른 캠프에서는 때 아닌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A 후보 캠프 관계자는 “투명성 차원에서 후원금 규모를 공개하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보면 얄밉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B 후보 캠프 관계자는 “후원금 공개는 그만큼 후원금을 많이 받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각 캠프 관계자들이 후원금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캠프마다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예비후보들 중에 후원금 규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캠프 측도 “한 달 식대만 몇 백만 원씩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경선 캠프에 유입되는 돈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후보 개인 자산과 정치후원금 그리고 출판기념회 등 수익사업을 통한 자금이다.
대선 후보와 달리 당내 경선을 치르는 예비후보들은 개인자금이나 후원금을 마련해 경선을 치러야 한다. 정당의 최종 대선 후보가 되기 전 치러지는 경선에서 예비후보들에 대한 당의 자금 지원이나 여타의 혜택은 없다. 여기에 정치자금법상 경선 후원금이 27억 9885만 원(대선 선거비용 제한액 559억 7700만 원의 5%)으로 제한되고 있는 점도 경선 캠프의 자금줄을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4년 마련된 정치자금법(일명 ‘오세훈 법’)은 정당 후원회 금지, 기업 등 법인의 정치 후원금 기탁 금지,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한도 연 1억 5000만 원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경선후보에 대한 1인 최대 후원금 역시 1000만 원으로 제한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경선을 치르는 후보들은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금을 받을 수 없고 오직 개인의 이름으로 된 후원금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역 후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현역 국회의원인 문재인, 정세균 예비후보는 의원직을 유지한 덕에 세비 등 의원 자격으로 지원받는 플러스알파가 존재한다. 이 금액은 한 달에 약 6000만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 |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예비후보들의 후원금이 28억 경선 제한액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손학규 캠프 회계 담당자는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에게 기업인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할 리 만무하다. 결국 소액 후원이 대부분인데 금액이 적다보니 후원금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현상’에서 보였듯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경선 흥행 실패로 이어지고, 이는 바로 후원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캠프 관계자는 분석했다.
민주통합당 유력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살림살이가 팍팍한 대선 캠프를 꼽으라면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캠프를 꼽을 수 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지난해 재산신고액은 7000여만 원, 현재까지 모은 후원금은 2억 원 수준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이는 중앙선관위 기탁금 6000만 원과 경선을 위해 당에 내야하는 돈 4억 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에 김 전 지사는 지난 6월 전국으로 출판기념회를 다니며 얻은 수익금과 지인에게 돈을 빌려 경선기탁금을 마련했다. 또 최근에는 은행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스마트폰 무료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모금에 나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월세에 홍보비에…‘억, 헉’!
12·19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는 각 후보들은 경선자금을 어디에 주로 쓰고 있을까. 기탁금을 제외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캠프 사무실 운영비다. 박근혜 캠프는 여의도에서도 명당으로 소문난 대하빌딩 2층을 쓰면서 월 1020만 원(관리비 별도)을 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7층과 8층에도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단순 시세로만 계산해도 2억(보증금 포함)이 넘는다. 그 외 부수적인 운영 경비만도 매달 1000만 원에 달한다.
인건비의 경우 캠프 실무진을 최소로 꾸리고 당 안에서 차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한다. 현재 박근혜 캠프는 현역 국회의원 30여 명이 무급으로 일하고 있고 캠프 실무 역시 그 밑의 보좌관과 비서관들이 담당하고 있다. 반면 10회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는 전국의 합동연설회를 다니며 쓰는 비용이 만만찮다. 이미 억 단위를 넘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홍보비도 만만찮게 들어갔다.
문재인 후보와 손학규 후보의 경선 비용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부분은 기탁금이었다. 예비후보들은 기본적으로 선관위에 6000만 원의 기탁금을 낸다. 여기에 당 경선 기탁금으로 당에 총 3억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다음으로 비중이 큰 부분은 운영비다. 임차료나 캠프 사무실 준비비용에서부터 유급 사무원 급여 등 매월 고정 경비가 여기에 포함된다. 문재인 캠프는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 5층에 350평 사무실 보증금 및 중개수수료로 1억 8800만 원을 사용했다. 월세는 매월 18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또 유급 사무원 10명 6월 수당으로 1122만 원을 지출했다.
손학규 캠프 측은 여의도 신동해빌딩 11층에 270평 사무실을 보증금 없이 월세 1500만 원에 계약했다. 또 유급 사무원 10명 하루 수당으로 7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나마 이 수당도 불규칙적이다. 캠프 관계자가 밝힌 고정 운영비는 약 7700만 원.
마지막으로 홍보비 등 선거비용이 세 번째를 차지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지 않은 탓에 비중은 크지 않다. 다만 캠프 관계자는 “본격적인 경선연설이 시작되고 홍보물 제작량이 많아지면 그 비용도 만만찮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김두관 전 지사의 캠프는 손학규 상임고문과 같은 신동해 빌딩에 위치해 있다. 규모는 160평으로 손학규 캠프보다 아담하고 비용 역시 보증금 없이 월 2000만 원을 낸다. 특이한 점은 실무진을 중심으로 한 캠프의 상근 인원이 40여 명에 이르지만 모두 무급이라는 것. 반면 홍보비용의 경우 현재까지 1억 3000만 원을 지출해 다른 주자들 부럽지 않은 비용을 쓰고 있다. [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