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개발청 100% 관광·레저 활용계획만 세워…사업자 매수 유인 없으면 농지기금 환수도 미지수
#지목상 농지에다 '관광 복합도시'
잼버리 부지 편법 용도변경 논란의 발단은 2017년 12월 6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위원회 회의다. '새만금잼버리 부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매립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농지관리기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관련기사 농지로도 레저용지로도 난감…"잼버리 땅 앞으로 더 문제" 우려 까닭).
관광·레저 용도인 잼버리 부지의 매립 예산이 부족하자 농지기금을 끌어다 쓰려고 지목만 농지로 바꾼 게 핵심이다. '행사 종료 후 일정 기간 농지로 쓰다 관광·레저용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으로 실제 1846억 원의 농지기금이 쓰였다. 이런 구조 탓에 잼버리는 농지에 샤워실과 화장실 및 각종 홍보관 등을 세우는 모순적 형태로 진행됐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새만금 개발 관련 기관들은 잼버리 뒤 잠시라도 해당 부지를 농지로 쓸 계획이 일절 없다. 부동산 투기 등을 이유로 새만금개발청이 비공개하고 있는 '새만금 기본계획'이 이를 보여준다. 정보공개청구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최신 보고서에도 잼버리 부지의 향후 활용 계획은 100% 관광·레저뿐이다.
새만금 기본계획은 4~5년마다 발간한다. 잼버리 부지의 용도가 관광·레저였던 2017년, 농지였던 2021년에 한 차례씩 나왔다. 그런데 2021년 기본계획을 보면 해당 부지의 농지 활용 계획이 전혀 없다. 잼버리 부지를 포함한 '제3권역의 용지개발 가속화'를 명시하며 "관광·레저 중심의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한다"고 못을 박았다.
구체적으로 2017년에는 잼버리 부지를 포함한 제3권역 활용 계획에서 주거 면적이 1.7~2.2㎢였다. 그러다 2021년에는 2.3~2.8㎢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산업 면적은 0㎢에서 0.9~1.2㎢, 상업업무 면적은 0.4~0.6㎢에서 0.9~1.1㎢, 관광레저 면적은 14.4~19.3㎢에서 9.8~12.0㎢, 기반시설 면적은 9.9㎢에서 8.0~9.8㎢로 바뀌었다. 농업 면적은 0㎢로 그대로 유지했다.
2021년 새만금개발청은 잼버리 부지 등 제3권역에 도심항공교통(UAM) 산업용 실험·실증시설과 무인선박 실험실 등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밖에 재생에너지 사업을 활용해 정주형 테마마을, 테마파크, 스포츠·위락시설이 복합된 관광단지 개발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부 지목상 '농지'의 활용 방침이다.
#"농지기금 사용 어렵다" 법률자문
이 같은 자료는 잼버리 땅을 농지로 쓸 계획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일찍이 제기됐던 우려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2017년 11월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향후 농지로 전혀 활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농지기금 사용은 어렵다"는 법률자문까지 받았다고 알려졌다.
물론 새만금개발청 자료에도 '잼버리 대회 이후 민간에 의한 관광 복합도시 개발을 추진하되 수요발생 전까지 농업용지 등으로 관리·활용한다'는 내용이 한 줄 들어 있긴 하다. 그러나 관련 기관에서조차 잼버리 부지가 잠시나마 농지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놓고는 자신 없어 하는 분위기다.
잼버리 종료로 새만금개발청 등이 민간 사업자를 찾아 나선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5~6월부터 이곳에서 농사지을 수요자를 물색할 계획이다. 두 정부 기관이 같은 땅을 놓고 개발자와 농업 사업자를 함께 찾아 나서는 셈이다. 훗날 개발업자가 나오면 농업 사업자는 자리를 빼야 해 농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농림부 관계자는 "매년 여름 새만금 인근 영농법인 등을 대상으로 1년 임대 형식의 농사 수요자를 모집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공모가 끝났으므로 잼버리 부지의 농업 사업자는 내년에 공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광·레저 용도로 바뀔 수야 있지만 수요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지역사회에서는 터무니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한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농사가 가능한 땅이 되려면 저수지를 만들고 간선수로도 전부 새로 뚫어야 하는 데다, 잼버리에서 목격했듯 배수 기능도 다시 손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거의 습지 수준인 땅인데 당장 내년부터 농사를 짓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공동대표는 "새만금 3권역 자체를 농생명 용지로 변경하고 개발계획의 대대적인 수정이 있지 않는 한 잼버리 부지를 농지로 활용한다는 기대는 누구도 갖기 힘들다"면서 "비닐하우스라도 설치하면 뭐라도 될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관광·레저 땅에서 누가 나서겠나"라고 꼬집었다.
#기금 회수 '땅값'에 달려
투입된 농지기금 1846억 원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관광·레저 용도로 언젠가 다시 바뀌면 해당 기금도 돌려받는다는 게 새만금위원회 등의 방침이지만, 이는 오롯이 새만금 일대 부동산 가격에 달린 문제다. 도심을 조성할 만한 땅으로서의 가치가 그동안의 농지기금보다 높지 않다고 평가되면 기금 손실뿐이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농지기금을 환수하는 형태로 절차가 진행되겠지만, 땅의 감정평가를 거쳐 사업자가 매수 의사를 보여야 한다"며 "땅값이 농지기금보다 높을지 낮을지는 두고 봐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느 사업 방식과 다르지 않은 형태로 법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새만금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해졌다. 지난 8월 29일 한덕수 총리가 새만금 기반시설(SOC) 건설사업의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강조하며 국토교통부 등에 '새만금 빅 픽처'를 짜달라고 당부했다고 알려졌다. 2024년도 예산안에서 새만금 사업비는 전년 대비 78% 삭감된 1479억 원으로 책정된 상태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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