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가 농장서 훔친 대마 함께 피우기도…김예원 측 “녹색당과 무관, 사적 일탈”
#훔친 대마로 함께 흡연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김예원 전 녹색당 대표는 2021년 10월 24일부터 올해 3월 8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대마를 흡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대표는 지인인 60대 남성 A 씨를 통해 불상량의 대마를 받아 주거지에 보관하며 흡연했다. 김 전 대표는 대마를 파이프에 넣은 뒤 불을 붙여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폈다.
2021년 10월 24일 김예원 전 대표는 A 씨를 만나기 위해 경기 파주시에 있는 B 씨 소유의 대마 농장에 방문했다. 김 전 대표는 B 씨를 도와 대마를 수확하던 A 씨에게 “기회가 되면 대마를 해보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A 씨는 “알아서 챙겨가면 된다”고 말하며 자리를 비켜줬다. 김 전 대표는 농장에 있던 대마가 담긴 양파망 1개를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갔다.
2022년 10월 23일 김예원 전 대표는 B 씨 소유 대마 농장을 찾아가 A 씨에게 “정신 질환 등으로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A 씨는 “대마를 가져가 봐라”라고 말하며 자리를 비켜줬다. 김 전 대표는 농장에 있던 대마가 담긴 양파망 2개를 가방 및 비닐 쇼핑백에 넣어서 가져갔다.
A 씨는 김예원 전 대표가 농장에 방문할 때마다 대마를 가져가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훔친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임의로 농장에 있던 대마를 검정색 비닐봉투에 담아 가방에 넣어서 가져갔다. A 씨는 절취한 대마를 주거지에 보관한 뒤 2021년 10월 24일부터 2023년 3월 7일까지 총 9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피웠다. 2023년 2월 12일과 27일에는 김 전 대표를 본인 주거지로 불러서 훔친 대마를 함께 피우기도 했다. A 씨는 물을 채운 물담배용 파이프 기구에 대마를 넣고 불을 붙인 다음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흡연했다.
첫 공판은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으로 10월 25일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9월 20일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김예원 전 대표 측 변호인의 공판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미뤄졌다.
앞서 8월 22일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김창수 부장검사)는 대마를 상습 흡연하고 소지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김예원 전 녹색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김 전 대표가 대마를 단순히 소지·흡연했을 뿐 아니라, 지인인 60대 남성 A 씨가 훔친 대마를 상습적으로 피웠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A 씨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절도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대표는 2019년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021년 녹색당 당무위원장을 지내고 같은 해 7월 당 공동대표에 당선됐다. 대마 흡연 관련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올해 2월 사퇴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이번 일은 녹색당과 무관하다. 김예원 전 대표의 사적인 일탈로 생각하시면 된다”며 말을 아꼈다. 공소장과 관련된 문의에 대해서도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환경운동가의 몰락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A 씨는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10년 넘게 활동해온 인물이다. 한 시민단체에선 사무총장으로도 재직했다. 이곳은 2013년 국회에 사단법인으로 등록됐다. 이 밖에 A 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들은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 목록에서 찾을 수 없었다.
A 씨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단체의 이사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A 씨는 협회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로 그만둔 지 오래됐다”며 “2019년 1월 제가 취임할 때 ‘A 씨는 문제가 있으니까 인수인계만 받고 내보내라’는 말을 들었다. A 씨가 사무총장이란 직함을 사용하고 다닌 것도 문제다. 당시엔 그런 직함이 없었다. 그만둔 이후에도 A 씨는 협회 활동 장소에 갑자기 나타나선 여러 번 행패를 부렸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12일 A 씨는 현직 국회의원과 함께 ‘삼(대마) 산업 육성과 농업경제 활성화 전략’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토론회는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A 씨와 관련이 있는 단체들의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A 씨는 “우리가 규제 식물로 묶어 둔 사이에 일부 선진국들이 삼(대마)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며 “세계 3대 삼 재배지로 알려진 이북과도 교류협력의 길을 트면 세계 삼 산업의 중심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2020년 녹색당도 “전 세계 모든 녹색당의 공동 목표와 정책이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라며 국회에 입성하면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녹색당은 대마 합법화를 주장해온 A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김혜미 녹색당 부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제 임기 동안에는 A 씨와 활동한 적이 없다. A 씨를 뵌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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