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들 “아이들 괴롭힌 적 없어” “내게 먼저 말 걸어준 친구” 옹호글 동시다발 게재
9월 6일 디스패치는 김히어라가 중학생 시절 후배들로부터 돈을 갈취하고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일진 모임의 일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김히어라는 당시 재학중인 중학교의 이름을 딴 ‘빅(Big)상지’라는 모임에 속해 있었고, 의자매 개념에 해당하는 그의 ‘X 동생’이 김히어라를 돕기 위해 교내 절도 사건을 벌였다가 두 명 모두 사회봉사 조치를 받았다.
보도 직후 김히어라는 학창시절 자신이 소위 말하는 ‘모범생’은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가 속해 있던 빅상지 모임은 단순히 2000년대 초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된 것이었으며, 일부 학생들이 금품 갈취나 폭언 등 학교폭력을 행하는 것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히어라는 디스패치의 취재가 진행 중이던 6월경 제보자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제보자들이 오해가 있었다며 사과하고 기자에게도 제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알렸다고도 덧붙였다. 모든 오해가 풀려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생각했으나 3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기사가 보도된 것을 보고 대중들이 더 큰 오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김히어라는 입장문을 통해 “15살이었던 그때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수를 했고, 그 실수를 인정하며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이렇게 부족한 저이지만 적어도 남에게 악의적인 피해를 끼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소속사인 그램엔터테인먼트도 “김히어라 배우는 일진 활동을 한 적이 없으며, 일진으로 활동한 점에 대해 인정한 적도, 학교 폭력에 가담한 적도 없다”며 “언론 보도와 달리 빅상지 카페가 일진 모임도 아니었고 거기에 가입한 평범한 학생들도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향후 구체적으로 반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김히어라의 ‘일진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중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으로 갈렸다. 일진 무리에 있었던 사람이 학폭과 일진을 비판하는 작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 출연했던 것을 비난하며 연예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부정적인 여론과 아직 명확한 피해자나 학폭 가해 사실 등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단순히 무리의 일원이었다는 것만으로 ‘밥줄’을 끊는 것은 가혹하다는 옹호 여론이다.
실제로 연예계 학폭 폭로가 연달아 터져 나왔던 2021년에는 제보와 폭로가 모두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다루고 있었지만, 김히어라의 경우는 단순히 일진이 포함된 집단에 함께 속해 있었다는 주장 외엔 그의 가해를 뒷받침할 만한 이렇다 할 증거가 없다는 지적도 일었다.
논란이 불거진 초반엔 부정 여론이 득세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김히어라의 동창들의 글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조금씩 옹호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9월 7일 김히어라의 중학교 동창생이라고 주장한 네티즌 A 씨는 “(김히어라의) 입장문을 읽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김히어라도 그가 쓴 입장문 그대로다. 소위 노는 애 무리였지만 요즘 학폭 이슈 뜨는 것처럼 애들을 괴롭히거나 한 기억은 없다. 기억나는 최대 악행은 급식실 새치기 정도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 B 씨도 “히어라는 잘 놀고, 일진이라서 유명한 게 아니라 노래도 잘하고 옷도 잘 입어서 같은 또래들에게 그냥 유명한 친구였다. 일반 친구들과도 잘 놀고 노는 애들과도 노는 마당발 같은 존재인데 그걸 일진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중3 때 히어라와 같이 학원을 다닐 때 제게 먼저 상냥하게 말을 걸어줬다. 이후 고등학교 때 다시 만났는데 입학 후 혼자서 밥을 먹던 찐따 중에 찐따인 제게 유일하게 ‘너는 왜 맨날 밥을 혼자 먹어, 같이 먹자’고 한 게 히어라다. 그래서 평생 제 기억 속의 은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진도 모자이크 없이 함께 공개한 B 씨는 이어 “원주라는 지역 특성상 소도시라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사이이기에 일진이었으면 데뷔했을 때 벌써 걸렸을 거다”라며 “일진, 학폭 하는 애라면 저 같은 애를 왜 도와주나. 돈 뜯어낼 찐따가 옆에 있는데… (일진) 무리로 다니는 일 없이 말수 없이 다니며 가끔 명랑하게 1 대 1로 말하는 애였는데 여기서부터 저는 (일진설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C 씨도 “히어라는 1학년 학기 초에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 모임에서 멀어져 잠시 괴롭힘을 당하던 제게 먼저 친하게 지내자며 다가와 준 친구였다. 그 덕에 자연스레 따돌림당하던 분위기도 줄어들었었다”며 “애초에 빅상지에서 노는 아이들도 모두가 다 골칫덩어리 양아치들이 아니었다. 소수의 몇몇이 좀 그런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몇몇에 히어라는 속하지 않았다. 누굴 괴롭힌 적도 없고 담배도 안 폈고 선생님들과도 잘 지냈다”고 말했다.
2021년 김히어라와 함께 나눈 인스타그램 DM(쪽지) 대화 내용도 함께 공개한 C 씨는 “히어라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동네방네 자랑하고픈 고마운 친구다. 제 중학교 시절이, 되돌아 생각해도 그 추억이 반짝반짝 빛나는 기억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친구 덕분이었다”며 “부디 비난하실 건 하시더라도 좋은 모습도 있으니 앞으로의 김히어라의 행보를 한 번 더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학창 시절 과거 행실을 비난하는 폭로가 나왔지만 추가 피해 제보 없이 동창생들의 옹호와 미담글만 이어진 것은 앞서 배우 조한선의 학폭 허위 폭로 이후 김히어라의 사례가 처음이다. 2021년 3월 당시 조한선으로부터 중학생 시절 학폭을 당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지만 동창생들이 “(조한선이) 맞았으면 맞았지, 누굴 괴롭힐 그럴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다”라며 직접 반박에 나서자 폭로자는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이처럼 동창들의 반박으로 허위 폭로라는 점이 드러났지만 조한선은 한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고통받아야 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원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2021년 동시다발적인 연예계 학폭 폭로 이후 비슷한 사례가 나오면 대중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자극적인 폭로 내용엔 즉각 반응하지만, 이후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사실과 다른 점이 지적될 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미지가 가장 큰 자산인 연예인으로서는 한 번 주홍글씨가 붙게 되면 그 이전의 이미지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허위나 과장된 폭로 한 번에 그야말로 밥줄이 다 끊겨버릴 수 있다”며 “실재하는 피해 사실을 부정하거나 축소하자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는 비단 연예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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