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조직표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돼, 대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예비후보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손학규 후보가 악수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문재인 |
▲ 김두관 후보가 8월 11일 전남 나주지역위원회 주최로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 사진제공=김두관 |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실패작이라고 다들 평가하지만 좀 더 두고 봐라. 오는 25일 제주경선부터 촌각을 다투는 박빙승부가 될 것이다. 경선 흥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애초 민주통합당은 경선인단 모집 목표를 200만 명으로 했지만 턱없이 높게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안철수 바람으로 흥행요소가 반감된 것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현재로선 100만 명의 경선인단 모집도 불투명해 민주통합당 전략국 관계자의 앞선 언급이 뜬금없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면 경선이 막상 시작되면 크게 바람몰이를 할 수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국민참여 선거인단 모집에서는 실패했지만 후보선출 ‘게임’에서는 성공요인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의 뒤에는 초반 주말대첩의 판세가 그야말로 안갯속에 있다는 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빅3’ 가운데 누구도 1등을 차지할 수 있다는 가변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초반 제주-울산 주말대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2위 후보와 지지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엄살에 가까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문 후보는 최근 서울 담쟁이캠프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우리가 조직력 면에서 제주와 울산에서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초반 순회경선 지역인 제주와 울산의 판세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문 후보는 “제주와 울산 초반만 잘 넘기면 뒤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초반 경선에서의 문재인 대세론 붕괴 가능성은 나머지 두 주자, 김두관-손학규 후보의 ‘로또 당첨’ 가능성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사실 오는 25일, 26일로 예정된 제주, 울산의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흘러가고 있다. 200만 명의 경선인단을 모집하겠다던 당의 당초 기대와 달리 100만 명 정도에서 경선을 마쳐야하기 때문에 ‘국민참여경선’이 ‘조직동원경선’으로 전락한 탓이다. 현재 민주통합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 3강, 정세균 후보 1중, 박준영 후보 1약 구도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3강 중 누가 제주 울산 주말대첩에서 승기를 잡느냐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전략국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 울산의 경선 참여자를 파악하고 있지만 각 캠프에서 오버해서 계산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투표로 얼마나 연결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예상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누가 1등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박빙승부 또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라도 하면 경선 흥행은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제주에서의 이변이 C급 태풍 정도라면 울산은 그야말로 A급 태풍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제주는 현역 의원들의 대권주자 지지분포가 정립 양상을 보여 승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여기에 전통적인 야도 지역이라 누가 이기든 그 정치적 의미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울산은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지역이라 ‘한표’의 정치적 의미가 제주에 비해 크고, 영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영남후보론을 떠올리게 하는 장점이 있다.
초반 주말대첩의 판세는 전혀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 무드로 흘러가고 있다. 선거인단 모집인원이 적기 때문에 조직표에 의해 승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경선흥행이 이뤄져 바람이 분다면 선거인단 수도 늘어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1등의 흐름이 잡힐 수 있지만 적은 수가 되다보니 예측이 쉽지 않고, 누구도 1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 후보 진영은 저마다 “이미 1등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문재인 후보 측은 여론조사 대세론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바닥에서부터 조직싸움을 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캠프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앞선다는 것이 자발적 참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후보가 직접 제기하면서 지지그룹들의 활동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제주, 울산에서 초반 대세론을 형성해 강원, 충북으로 여세를 몰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 측은 주말 2연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한번 해보자’는 전투적 분위기도 감지된다. 남해향우회, 하동 출신 출향인사 등의 ‘고향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뛰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두관의 기적이 주말대첩에서 이뤄진다면 순수한 ‘개미표의 결집’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초반의 낮은 여론지지율 때문에 고전을 했지만 전략수정, 조직 정비 등을 통해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확실히 잡혔다”며 “제주에서 김 후보 지지자들이 집중적으로 경선 참여 등록을 했기 때문에 초반부터 1등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학규 후보 측은 최근의 조용한 부상과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그대로 경선 초반전에 이어가려는 전략을 세웠다. 캠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대통령 후보로서 안정감이 워낙 떨어져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후보를 대적할 만한 사람은 역시 손 후보밖에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제주와 울산 승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이며 그 속에서 손 후보가 1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초반 제주-울산 경선 판세를 예측해보기로 했지만 접촉했던 민주당 관계자들이나 여론조사 전문가들 거의 대부분이 ‘정말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대체적인 흐름을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는데, 제주는 문재인-김두관-손학규 세 후보 모두의 초박빙 승부, 울산은 김두관의 박빙우세로 모아진다.
전계완 MBN정치아카데미 대표는 이에 대해 “제주는 민주당 현역의원 세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손학규 후보를, 또 한 사람은 김두관 후보를 지지했고 나머지 한 명은 중립을 선언했다. 세 후보 모두의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누가 1등을 할지 제주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반면 울산의 경우 김두관 후보의 박빙우세가 예상된다. 김 후보는 원래 민중의 당 출신으로 오랫동안 진보정당 운동을 해왔던 인연 때문에 노동계와도 친분이 깊다. 이번 울산 경선에서도 노동계가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 손학규 후보도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오름세에 있긴 하지만 조직이라는 것이 며칠 사이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울산 승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안철수 바람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얘기가 많다. 하지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림픽 금메달 스토리’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국민들의 관심도 뜨거워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민주당 대선후보는 더 단단해지게 되고 그 저력을 발판으로 안철수 바람을 넘어 박근혜 대세론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
고진동 언론인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경선주자 캠프 국회의원 분포는
여의도는 ‘문재인 대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각 캠프의 ‘현역 국회의원 모셔가기’가 치열하다. 128명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중 절반가량인 69명이 5명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후보 측이 28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정세균(16명), 손학규(16명)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김두관 후보(8명)와 박준영 후보(1명)는 현역 의원 영입에 다소 주춤한 상태다. 여기에 전직 국회의원들과 측면 지원하는 현역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가히 국회의원 대리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반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은 의원은 57명 정도다. 이들 중 지지선언을 고민하고 있거나 직접 캠프에 몸담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각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국회의원 분포도만 놓고 보면 ‘1강 2중 2약’으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 문재인 후보 측이 28명으로 가장 많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포진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담쟁이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노영민·우윤근·이상민 의원(3선)과 5명의 재선의원을 제외한 다수가 초선의원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곳은 16명의 현역 의원들이 함께하고 있는 정세균-손학규 후보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캠프 구성원에 대해 “다수의 다선 중진 의원들이 포진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후보도 만만찮은 세를 과시하고 있는데 경선 초반 10여 명에 그쳤던 의원 분포도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지지투표 1위와 함께 우원식, 설훈, 이춘석, 김민기, 박완주 의원의 합류로 세가 불어났다.
반대로 김두관 후보 측은 초반보다 이탈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보다 전·현직 의원들의 참여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재 8명의 현역 국회의원들만이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애초에 김 후보 출마에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A 의원은 “지지선언을 했지만 막상 캠프에 가보니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며 현재는 김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대신 김 후보 캠프에는 11명의 전직 의원들이 힘을 싣고 있다.
이처럼 각 캠프에 포진한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목적과 역할이 주어지게 된다. 선거대책본부의 각 장으로서 핵심적인 역할과 지역구 기반을 이용해 순회경선에 지지 세력을 모으는 역할. 마지막으로 캠프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