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나경원 피부과’에 김윤옥 여사도 과거 1년여간 다닌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장의 구속으로 인한 후폭풍이 주목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특히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영부인’ 김윤옥 여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D 클리닉은 홈페이지가 없고 따로 광고도 하지 않지만 최고급 시설과 뛰어난 효과 덕분에 ‘입소문’만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특히 정재계와 연예계 유력 인사들이 관리를 받았다는 얘기가 돌면서 더욱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연회비 1억 원을 내고 다닌다는 한 주간지 보도로 논란을 일으켰던 클리닉이 바로 이곳이다.
경찰수사 결과 나 후보가 실제 낸 돈은 550만 원이고, 연회비는 3000만 원선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올 초엔 야권의 한 정치인이 자신의 부인을 D 클리닉 회원으로 등록시키는 과정에서 과도한 ‘할인’을 요구했다 뒷말을 낳기도 했다.
클리닉이 호황을 이루면서 김 원장 역시 강남 지역에선 ‘스타급’ 의료인으로 통했다. 김 원장은 지인들에게 병원 출입 고위층 인사들을 거론하며 ‘인맥’을 자랑했다고 한다. 김 원장과 친분이 있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원장은 전·현직 의원들과 대 기업 임원들 부인이 클리닉 고객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다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사들”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가 김 원장으로부터 들었다는 고객들 명단엔 대기업 총수, 지방자치단체장, 현역 의원 등의 부인들도 망라돼 있었다. 또한 중견급 여성 톱 연예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일요신문>은 김 원장 주변의 복수 관계자들로부터 “김 원장이 영부인 김윤옥 여사 이름을 자주 언급했다”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09년 3월부터 1년간 D 클리닉에서 노화방지 치료를 받았다는 한 대기업 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대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릴 당시 김 여사가 클리닉에서 1년 가까이 관리를 받았다는 것을 김 원장으로부터 들었다. 영부인이 한때 자신의 고객이었다는 것을 뿌듯하게 여겼다. 또 홍보의 수단으로도 이용하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나경원 피부과’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강남 일대에선 김 여사가 김 원장 단골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고 한다. D 클리닉에 인접한 또 다른 클리닉 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영부인이 되기 전 김 여사가 D 클리닉에 다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것이다. 김 여사가 얼마나 자주 방문했는지는 모르지만 김 원장이 현 정부 출범 후 이를 부각시켰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원장이 로비 청탁을 받게 된 배경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김 원장이 영부인을 포함한 유력 인사들과 가깝게 지낸다는 소문을 듣고 재계 인사들이 거액을 건넸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조 아무개 씨는 2010년 오리온그룹의 국세청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김 원장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무개 씨 역시 2010년 인천지검이 횡령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김 원장을 찾아가 선처를 부탁했다고 한다. 검찰은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스포츠토토’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다가 조 씨 계좌 등에서 김 원장 관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검찰은 김 원장이 조 씨 등으로부터 부탁받은 로비가 실패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세청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나 한 씨가 횡령 및 배임으로 불구속(징역 3년 집행유예 5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로비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원장이 받은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영부인 등과도 서로 교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김 원장과 현 정권 고위층 사이의 관계를 믿고 있던 조 씨 등이 철저하게 속은 것은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김 원장 역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정관계 인사들과의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살아 움직이는’ 수사의 속성상 그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원장이 받은 돈의 흐름을 쫓다 보면 의외의 변수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꼭 성공해야만 로비냐. 강남에서 잘 나가는 클리닉을 운영하는 김 원장이 고작(?) 돈 2억을 챙기겠다고 그런 짓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김 원장 인맥을 감안하면 ‘대어’가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수사팀은 김 원장이 재계 인사들로부터 받은 돈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러한 움직임에 청와대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만에 하나 김 여사가 김 원장 로비에 연루돼 있을 경우 그 충격파는 지금까지의 친인척 비리 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사실 여부를 떠나 김 여사가 언급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김 여사 이름이 오르내리자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체적으로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민정 파트에서 확인 중이라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김 원장이 일방적으로 김 여사 이름을 팔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