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초전도 특성 없음” 보도, 연구소 두 달 넘게 무소식…권영완 교수 특허 출원인 포함 두고 분쟁
그 사이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함구했던 내부 갈등은 표면화하고 있다. 특허 소유권을 두고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 사이 공방이 시작됐다. 권 교수는 지난 3월 30일 퀀텀에너지연구소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인물이다. 이후 7월 22일 독단적으로 LK-99 논문을 공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초전도체에 대한 대중 관심은 LK-99 논문 공개 전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구글에서의 검색량을 0에서 100으로 지수화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초전도체 검색 지수는 지난 1월 1일부터 LK-99 논문 공개 사흘 후인 7월 25일까지 1 이하였다. 그러다 7월 26일 7, 7월 27일 15, 7월 28일 100으로 급증했다. 7월 29일 54, 7월 30일 37로 줄었다가 7월 31일 42, 8월 1일 92로 다시 올랐다. 하지만 9월 들어 초전도체 검색량은 급감했다. 9월 지수는 1에서 4를 오갔다.
초전도체 검색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이공계 연구기관이 밀집한 대전광역시였다. 대전에선 9월에도 10 이상의 초전도체 검색 지수가 세 번 나타났다. 9월 9일 14, 9월 17일 13, 9월 20일 15다.
LK-99가 정말로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면 노벨상감이라는 소식에 기대감이 고조됐다가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자 관심이 사그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획기적인 발명임은 분명하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체를 말한다. 초전도체를 쓴다면 전력 손실도 0이 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만들어진 초전도체는 매우 낮은 온도(영하 수백℃) 혹은 높은 압력이라는 조건이 필요해서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에선 퀀텀에너지연구소 논문에 적힌 방법대로 LK-99를 만든 뒤 초전도체인지 확인하는 재현 실험에 나섰다. 하지만 검증 결과는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국내에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 주도로 연구기관 8곳에서 LK-99 재현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중 6곳에서 초전도 특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머지 2곳 실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LK-99 검증위원회는 9월 말까지 재현 실험을 이어간 뒤 실험 결과와 해외 논문 등을 종합해 10월 중 백서로 공개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증거를 연구진들이 찾아냈다"며 "중국, 미국, 유럽 연구진이 실험과 이론을 종합해 LK-99에 초전도 특성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8월 16일 보도했다.
그렇다고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논문에 결함이 있거나 재현 실험은 실패했더라도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직접 만든 LK-99는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현은 힘들다고 해도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우연히라도 만들었다면 엄청난 성과다.
하지만 퀀텀에너지연구소는 7월 22일 논문 공개 이후 두 달 넘게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퀀텀에너지연구소는 LK-99 검증 결과와 초전도체 이론 체계 등을 종합해 8월 말에서 9월 초 공개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여러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9월 말이 되도록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9월 25일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에게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LK-99 개발 논란이 잠잠해진 사이 소문만 무성했던 퀀텀에너지연구소 내부 갈등이 겉으로 드러났다. 권 교수가 7월 22일 LK-99 논문을 공개한 뒤 몇 시간 만에 권 교수 이름을 제외한 LK-99 논문이 또 공개되면서 내부 갈등설이 불거졌다. LK-99 논문에 참여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는 "권 교수가 다른 연구진 동의 없이 논문을 공개했다"며 "권 교수가 공개한 논문은 이중출판이자 자기 표절"이라고 8월 8일 윌리엄앤드메리대 학보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
논문뿐 아니라 특허 분쟁도 본격화했다. 권 교수는 LK-99 논문 공개 9일 후인 지난 7월 31일 특허청에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화합물' 등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출원한 특허에 자신이 출원인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냈다. 권 교수는 이석배 대표 등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 자신의 특허 권리를 양도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특허 발명자는 이 대표, 김지훈 연구소장, 권 교수 3인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22년 8월 12일 특허청에 보정서를 제출해 권 교수를 발명자로 추가했다. 반면 출원인은 퀀텀에너지연구소 단독으로 돼 있다. 특허권은 출원인이 갖는다. 발명자에겐 아무런 권리가 없다.
특허청은 지난 8월 28일 권 교수 의견을 받아들였다. 특허법에 따라 발명자 전원이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특허청은 특허 출원자를 발명자 전원으로 하거나 특허 권리 양도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특허 등록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권 교수에겐 출원인 적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권 교수는 고려대에 재직하고 있다"며 "고려대 다른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는 고려대에 있으므로 권 교수는 출원인 적격이 없음이 자명하다"고 지난 9월 20일 특허청에 보낸 소명서에서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대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협의가 종결되는 대로 협의안에 따라 고려대를 공동출원인으로 하는 서면이나 퀀텀에너지연구소 단독 출원에 동의하는 서면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권 교수와의 분쟁이 시작된 후 상표권 확보에 나섰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퀀텀에너지연구소' 'Quantum Energy Research Centre' 'QCentre' 'QE' 등 상표를 특허청에 8월 3~4일 출원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08년 7월 회사를 설립한 지 15년 만에 상표를 출원했다(관련기사 [단독] '초전도체' 특허 분쟁 대비? '퀀텀에너지연구소' 설립 15년 만에 상표 출원).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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