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구현 소식에 덕성·서남·서원·고려제강 등 급등…직접적 관련도 낮아 변동성 주의해야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체다. 저항이 없어 전기를 비롯한 정보의 전달을 손실 없이 이룰 수 있다. 폐쇄회로에 전류를 계속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 전기 에너지의 저장과 보관도 가능하다. 특히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Meissner) 효과는 자기부상 열차와 같은 이동수단에도 활용된다.
다만 초전도 현상은 그동안 극저온과 고압에서만 구현됐다. 이 같은 환경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를 감안하면 초전도 현상의 이점이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그동안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가 되지 못한 치명적인 이유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LK-99가 극저온이나 고압과 같은 환경이 아닌 일상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나타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현실화되면 발열이나 손실 없는 에너지의 이동과 전달, 물체의 공중부양 등이 비교적 쉽게 가능해진다. 양자컴퓨터 제조도 획기적으로 쉬워진다. 초전도체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성능이 뛰어나지만 극저온 환경이 필요해 개발에 애로를 겪고 있다.
1996년 미국 버지니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동식 고려대학교 교수가 금속이 아닌 고분자 화합물로 초전도체를 만들었다. 당시 최 교수와 함께 연구하던 이석배 교수, 김지훈 대학원생이 1999년 신물질 LK-99를 만든다. LK-99는 두 사람의 성을 딴 작명이다. 당시엔 제조공정과 원리가 정립되지 않아 학계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지 못했다. 2008년 고려대학교가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설립되면서 최 교수가 이끄는 연구가 재개된다. 최 교수는 2017년 세상을 떠나지만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20년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화합물’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다. 2021년에는 상온, 상압 초전도 물질로도 특허를 신청한다. 이번에 공개한 기술이 이때 특허를 신청한 내용이다.
관건은 전세계 과학계의 검증이다. LK-99와 비슷한 시도는 앞서 해외에서도 있었다.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네이처에 15℃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검증 결과 데이터 조작이 드러났고 논문은 철회됐다. 현재 LK-99에 대한 과학계의 반응은 신기원에 대한 기대보다는 뭔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이다. 국내 초전도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LK-99를 상온 초전도체라고 입증하기엔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확실한 결론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제공할 샘플을 검사해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정말 개발이 가능한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설령 개발이 가능해도 상업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증시에서는 테마주가 형성됐다. 한국전력과 LS 등이 초전도 케이블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고 2차전지 테마 열기가 식으면서 개인자금이 또다른 테마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8월 첫 주(7월 31일~8월 3일)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상승률을 보면 덕성 158%, 서남 152%, 서원 76%. 고려제강 68% 등이다. 하지만 초전도체와 직접적인 관련도는 깊지 않다. 초전도체와 관련된 연구 등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로 분류된 모습이다. 기대로만 만들어진 급등이어서 LK-99 성공 여부 등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덕성은 합성피혁과 합성수지 제조·판매가 주력이다. 초전도와 관련된 것은 2004년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균일 중력제어장치, 2008년 초전도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장치용 회전손실 자동 측정기 및 측정방법, 2009년 초전도 원리와 원심력의 설명을 위한 초전도 부양 회전장치 특허를 받은 것이 전부다. 특허 받은 초전도 환경이 상온과 상압이 아니라는 점에서 LK-99로 얼마나 수혜를 볼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덕성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매출 1333억 원에 영업이익 52억 원이다. 자기자본은 830억 원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1500억 원가량으로 연간 이익의 30배, 순자산의 1.8배 수준이다. 2020~2021년 주가가 급등했다가 지난해 급락했다. 이번 급등으로 지난해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하는 모습이다.
서남은 2세대 고온초전도 선재를 만드는 업체다. 금속기판에 세라믹으로 만든 초전도 물질을 얇은 막 형태로 붙인 테이프 형태의 전선이다. 구리 전선보다 1000배가량의 용량의 전류를 손실 없이 송전할 수 있다. 고온초전도 선재를 이용한 초전도 케이블은 일반 구리 선재 케이블 대비 전력 손실은 절반 이하로 줄이고, 송전용량은 최대 10배까지 늘린다.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이를 활용한 선재와 케이블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하는 모습이다. 서남은 지난해 매출 63억 원에 2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으로 640억 원 이상을 조달했지만 누적된 적자로 자본잠식이 진행 중이다. 1분기 말 현재 남은 자본은 78억 원뿐이다.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은 역대 최대로 치솟아 2500억 원에 육박한다. 순자산의 30배가 넘는 수준이다.
서원은 동합금을 제조하는 업체다. 초전도 관련 제품과 아직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다만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구리가 주요한 원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 2757억 원에 영업이익은 2억 원이 채 되지 않았다. 2021년에는 2616억 원 매출에 15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 1362억 원으로 부채(1300억 원)보다 많아 재무적으로는 탄탄한 편이다. 시가총액은 1050억 원 수준으로 여전히 순자산에 못 미친다. 최근 주가 급등에도 현재 가격은 2021년의 고점 대비 60% 수준이다.
고려제강은 로프와 선재를 만드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이 2조 원을 넘고 영업이익도 1335억 원에 달한다. 1조 5000억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포함해 자기자본도 1조 7000억 원 이상인 우량기업이다. 다만 초전도체와 직접적인 연관은 깊지 않다. 핵융합로용 초전도선재를 개발 중인 것이 전부다. 시가총액은 7735억 원으로 연간 이익 대비 6배 미만이고 순자산보다도 적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주가 수준은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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