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완 탄핵 찬성 10여 표 추정 ‘용산발 공천설’ 항의 뜻 해석도…12월 쌍특검 표결 또 다른 변수 전망
지난 9월 2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치권 관심을 모은 표결 안건이 여러 개 올라왔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려 있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도 정치적 의미가 남다른 안건이었다.
이들 안건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통과, 검사 탄핵 모두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민주당 내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 가결을 던진 의원 수가 30여 명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은 안 검사 탄핵소추안에서 국민의힘 내 발생한 이탈표를 주목하고 있다.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안 검사는 2014년 5월 유 씨를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는 검찰이 이미 2010년 기소유예한 내용이었다. 유 씨가 ‘간첩 조작’ 의혹을 폭로하고 여기에 연루된 검사를 고소한 직후 다시 기소하자 보복성 기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2021년 대법원은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라며 대북송금 혐의에 대한 검찰 공소를 기각했다.
안 검사 탄핵소추안은 총 투표 의원 287명 중 찬성 180표, 반대 105표, 무효 2표로 가결 처리됐다.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의 가결 175표보다 5표 많았다. 입원 중이라 본회의에 불참한 이재명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 의원 167명에, 정의당 의원 6명, 기본소득당, 진보당,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까지 모두 끌어 모으면 180명이 나온다.
하지만 안 검사 탄핵소추안에는 8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무기명 표결로 이뤄진 만큼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의원이 투표하지 않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사 출신 등 검찰과 꾸준히 소통을 하고 있는 의원 중 일부는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에 부결에 투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해외순방 중이라 불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10명에, 시대전환, 한국의희망, 국민의힘 성향 무소속 의원들까지 다하면 114명이 나온다. 그런데 반대는 105표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는 안 검사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10여 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쏘아올린 검사 탄핵소추안으로 국민의힘 내홍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잦아들지 않았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참모진과 윤 대통령 친정인 검찰 출신들이 대거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것이란 소문 때문이었다.
대통령실에서 출마 하마평에 오른 이는 30여 명에 달한다. 수석급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거론된다. 비서관급에서는 강명구 국정기획·강훈 국정홍보·전희경 정무1 등이 오르내린다. 행정관급은 정무수석실 이승환 전 행정관과 법률비서관실 최지우 전 행정관이 이미 대통령실을 나와 총선행보에 들어갔고,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 김인규 정무수석실 행정관, 김찬영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정호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검찰 출신들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실의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검찰에 몸담고 있거나, 검찰을 그만두고 변호사직을 수행하는 측근들 중에서도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는 이들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참모·검찰 사단 출마가 유력한 지역구는 대부분 서울 강남3구나 PK(부산·울산·경남) TK(대구·경북) 등 ‘국민의힘 텃밭’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차기 총선에서 검찰 사단 등 본인 측근들을 국민의힘 유리한 지역구에 대거 공천해 국회에 입성시킬 것이란 전망은 이미 취임 초부터 있었다”며 “그런데 TK·PK에는 당연히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다. 그럼 ‘낙하산 측근’과 현역 의원의 공천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PK 지역 중진 정치인들이 현 지역구를 떠나 서울의 험지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풀이된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월 열린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검사 공천하지 않겠느냐, 검사 공화국 되지 않겠느냐 말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차출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이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고 전해지면서, 윤 대통령 측근들의 ‘낙하산 공천’ 가능성이 무게를 더했다.
검찰 권력에 경고를 날리기 위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안 검사 탄핵소추안에 가결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공천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은 “지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대통령실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총선 공천이 가까워지고, 본인이 공천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 전초전으로 무기명 투표에 힘을 빌려 검찰 권력을 흔들어본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권력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오는 10월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더 거세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수사관 출신 김태우 후보를 무리해서 다시 출마시킨 게 윤석열 대통령실 의중이라는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보궐선거를 ‘윤석열 심판 선거’ ‘총선 전초전’ 성격을 만들었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론으로 내홍이 심해질 것이다. 그때 공천 위기에 직면한 의원들이 윤 대통령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오는 12월 화천대유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특검 등 ‘쌍특검’ 표결에서 내홍이 정점에 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쌍특검’이 본격적인 총선 정국인 12월에 법안이 처리된다. 윤 대통령이 차기 총선 공천에 적극 관여해 당내 갈등이 극심해지면, 현역 의원들이 쌍특검 표결에서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쌍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배우자와 검사 출신들을 보호하려 거부권을 발동했다는, 이른바 ‘방탄’ 논란도 총선 공천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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