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월드투어 이후 멤버들 개인활동 본격화…로제는 YG엔터 잔류, 제니·지수·리사 독자노선 유력
블랙핑크는 2016년 데뷔해 케이팝의 글로벌 시대를 연 주역이다. 방탄소년단(BTS)과 더불어 케이팝을 대표하는 ‘투톱’으로 꼽히는 이들은 최근 1년여 동안 전 세계 34개 도시를 아우르는 월드투어 ‘본 핑크’를 성공적으로 이끈 저력을 과시했다. 초대형 월드투어로 동원한 전 세계 누적 관객이 무려 18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폭발력을 지닌 그룹이다. 월드투어 도중인 2023년 4월에는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열린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맡아 약 25만 명을 동원한 대기록까지 세웠다.
때문에 블랙핑크의 행보는 단순히 이들 그룹 내부의 문제를 벗어나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움직이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9월 말 제니와 지수가 YG엔터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기사화됐을 때 YG엔터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4명의 멤버 가운데 로제만 YG엔터에 잔류하고, 제니와 지수, 리사는 1인 기획사 혹은 독자적인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YG엔터 측은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할 뿐이다. YG엔터로서는 글로벌 히트작인 블랙핑크를 유지하기 위해선 ‘재계약’이 절실한 상황. 하지만 이미 글로벌 파워를 갖춘 멤버 4인의 셈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제니와 지수, 1인 기획사 설립 추진?
블랙핑크 멤버 가운데 제니와 지수는 그룹으로 무대에 오르면서도 솔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주인공들이다. 제니는 유명 팝스타들과 함께 미국 HBO의 드라마 시리즈 ‘디 아이돌’에 출연하면서 해외서 먼저 연기를 시작했다. 지수 역시 드라마 ‘설강화’의 주연을 맡아 연기자로 나섰고, 최근에는 강동원 주연의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통해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니와 지수의 1인 기획사 설립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기 활동 외에도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를 맡아 전 세계를 누비는 두 사람은 그룹 활동만큼이나 개별 일정도 분주하다. 그룹을 제외한 작품, 광고,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 등은 1인 회사를 통해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하지만 YG엔터는 제니, 지수와의 재계약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제니와 지수가 개인 활동을 위한 회사를 설립하더라도, 그룹 블랙핑크 활동은 YG엔터와 함께하기 위한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쪽에선 블랙핑크의 데뷔를 이끌고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로의 이적 가능성도 제기된다. YG엔터의 그룹 빅뱅의 태양 역시 일찌감치 더블랙레이블로 이적했고, 배우 박보검 역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블랙핑크의 데뷔는 사실상 프로듀서 테디의 손에서 이뤄진 만큼 이들의 더블랙레이블 이적설에도 힘이 실린다. 이런 과정에서 ‘리사의 해외 음반사 이적’, ‘로제의 YG엔터 재계약’ 등 여러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가능성이 높은 쪽도 있지만 아직 어느 것도 공식화되지 않았다.
#이미 시작된 ‘각자 활동’
사실 블랙핑크는 9월 ‘본 핑크’의 서울 공연을 끝으로 이미 개별 활동에 돌입했다. 1년의 시간을 월드투어에 쏟아 부은 만큼 그동안 미루거나 기다려왔던 솔로 활동에 본격 돌입한 분위기다. 물론 솔로 활동의 방향은 멤버 4명의 성향과 개성만큼이나 각기 다르다.
가장 먼저 독자 활동에 나선 주인공은 태국인 멤버 리사다.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크레이지 호스’ 공연 무대에 올랐다. 일명 ‘19금 쇼’로 통하는 크레이지 호스 공연은 ‘물랭루주’ ‘리도’와 더불어 파리의 3대 아트누드쇼로 꼽힌다. 여성과 예술을 주제로 하면서도 섹슈얼리티를 강조하는 공연인 탓에 케이팝 스타 리사의 출연에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무대에서 소화하는 의상의 노출 수위가 높아 리사의 공연 참여를 놓고 블랙핑크 팬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그런 리사의 독자 행보를 적극적으로 응원한 이들은 다름 아닌 블랙핑크 멤버들이다. 지수와 로제는 직접 파리까지 날아가 리사의 쇼를 관람했다. 다정하게 찍은 공연 후기 사진을 SNS에 공개하고 우정을 과시하며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무대를 마친 리사는 “파리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만족했다.
리사는 사생활에서도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 초부터 리사의 열애설 상대로 지목된 인물은 세계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 CEO 프레데릭 아르노. 글로벌 명품브랜드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7월 미국 LA 공항에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고 최근에도 파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명품숍에서 다정하게 쇼핑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멤버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 활동에 주력했던 제니는 시선을 국내로 틀어 대중 친화적인 전략을 시도한다. 그 첫 시도는 예능프로그램. 제니는 방송인 유재석, 배우 차태현과 호흡을 맞춰 tvN 신규 예능 ‘아파트 404’(가제)에 고정으로 출연한다. 제니가 국내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파트 404’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출연자들이 펼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다. SBS ‘런닝맨’ 등을 만든 제작진이 기획했다. 유재석과 차태현 외에도 최근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무빙’으로 스타덤에 오른 연기자 이정하도 합류해 제니와 호흡을 맞춘다. 제니는 무대에서의 화려한 모습을 잠시 접어두고 꾸밈없이 밝고 편안한 실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로제와 지수는 숨 고르기 중이지만 각자의 방향은 분명하다. 로제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가장 신중하게 YG엔터와의 재계약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누구보다 음악에 재능 있고 욕심도 많아 향후 솔로 음반 활동 등 음악에 주력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수는 연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으로 보인다. 드라마 ‘설강화’를 통해 배우 신고식을 치렀고, 최근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까지 동참하면서 연기에 의욕적인 모습이다. 특히 다른 멤버들이 여러 차례 열애설에 휘말리면서도 한 번도 그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 달리, 지수는 배우 안보현과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연기’라는 공통의 직업과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각별한 애정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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