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클릭 응원’ 논란, ‘대깨문’ 필터링 도마 위…주가조작 의혹 수사 이어 가상자산 관련 고발까지
카카오는 국감 시즌에는 더욱 ‘저자세’를 취하는 대응 전략을 선택했다. 먼저 내부조사를 통해 결과를 공개하고 관련된 사안을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당 국민의힘은 다음 검색어 논란까지 제기하며 카카오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한·중 축구 경기에 중국 클릭 응원이 93.2%
포털 사이트 다음의 클릭 응원이 논란이 된 것은 10월 1일 아시안게임 축구 8강 한국과 중국의 경기였다. 카카오 내부 확인 결과, 다음스포츠의 전체 클릭 응원은 약 3130만 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한국 클릭 응원이 6.8%(211만 건), 중국 클릭 응원이 93.2%(2919만 건)였다. 특히 해외 IP 비중은 5%밖에 안 됐는데 총 클릭 응원 수에서는 86.9%나 차지했다.
네덜란드 IP 79.4%(1539만 건), 일본 IP 20.6%(449만 건)의 비중이었는데 해당 IP의 클릭은 경기가 끝난 2일 0시 30분 이후에 이뤄졌다. 다만 실제 네덜란드와 일본 거주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린 것인지 국내나 제3국에서 IP 주소를 속인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경기 다음날인 2일 의혹을 제기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 포털에 중국 세력이 개입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고, 중국 IP를 우회해 국내서 작업하는 북한의 개입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도 북한, 좌편향, 친 민주당세력들이 포털 아이디를 도용해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고 여론전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과 경찰 수사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부처의 제재, 국정조사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한 여론조작 시도이기에 ‘제2의 드루킹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대통령실의 입장도 곧바로 나왔다. 대통령실은 ‘관계자 발(發)’ 입장을 통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기가 이뤄진 이틀 뒤인 3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여론이 왜곡되는 상황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론 왜곡, 조작과 같은) 그런 우려에 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자 카카오도 ‘적극 협조’ 자세를 취했다. 대통령실의 지적이 나온 다음날인 4일 “분석 결과, 한중 8강전 클릭 응원 수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한다”며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면서 경찰에 수사도 의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도 내사 진행 중…처벌 가능할까
카카오가 수사 의뢰 등 적극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경찰은 이미 내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나온 지 하루 만인 10월 4일부터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된 ‘중국 응원 과다 클릭’ 사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세력이 고의로 응원 수를 조작하는 등 포털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하지만 수사와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몇 개의 PC만 동원됐다 하더라도 우회 IP에 접속한 곳이 해외일 경우 수사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응원 클릭을 과도하게 누른 것이 어떤 업무를 방해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국제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만에 하나 중국에서 이뤄졌다고 하면 강력사범에 대해서는 수사 협력이 잘 이뤄지지만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가 아니라면 어느 국가에서 이뤄졌는지에 따라 수사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이프봇, 정치적 표현에 가림 처리
카카오는 바짝 엎드렸지만, 국민의힘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10월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을 비판하는 표현하는 ‘대깨문’을 인공지능(AI) 기반의 댓글 필터링 기능(세이프봇)을 통해 가려왔다는 사실을 문제제기했다. 2020년 12월 다음의 댓글에 처음 적용된 세이프봇은 욕설과 비속어를 포함하거나 게시물 운영 정책을 위반한 댓글을 AI 기술로 분석해 자동으로 필터링하는 기능인데, 정치적 표현에 대해 가림 처리를 하는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의 경우만 하더라도 ‘대깨문’을 정치적 표현으로 간주해 AI로 관련 표현이 들어간 댓글을 자동 삭제·가림 처리하지 않는데, 다음의 결정은 ‘정치적’이라는 게 여권의 지적이다. 카카오는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의미하는 동시에 사람에 대한 비속어로 사용된다”며 “대가리가 포함된 ‘대깨’는 비속어로 판단해 해당 어휘가 포함된 경우 가리기 대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쥐박이’, ‘닭근혜’ 등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그대로 노출하게 한 것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비판 포인트다.
#김범수 겨눈 검찰 수사 본격화되나
야당에서 이를 놓고 ‘포털 길들이기’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본격적인 카카오 사정당국 시즌’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김범수 창업자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최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조치했다. 시민단체는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 임원들은 가상자산 클레이를 발행한 뒤 상장 전 비공개로 일부를 판매해 1500억~3000억 원의 투자금을 모집했으나 이를 관련 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주장하는 상황. 검찰 수사도 불가피하다.
주가조작 의혹도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련 의혹으로 카카오를 수사하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은 최근 김 창업자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금감원 수뇌부는 당시 카카오 최고경영진이 시세조종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강한 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가까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다음이 예전에 아고라를 운영하는 등 진보적인 색채를 띤 포털 사이트였다는 점을 잘 알기에 여러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며 “금감원에서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수사 의지가 상당하다는 얘기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기에 서울남부지검과 서울경찰청 등에서 카카오 관련 수사들이 국감 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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