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속 내부 단속 못한 경찰 비난 직면…모임 참가자 25명보다 많을 수도, 다른 공무원은 없어
8월 27일 오전 5시 즈음 서울 용산구 한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에서 현직 경찰관이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이는 강원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장 30대 A 씨로 경찰청에 ‘관외 여행’을 신청한 뒤 서울에 방문했다가 추락사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4층에서 누군가 투신해 추락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현장을 찾았다. 아파트에는 7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운동 동호회’ 모임을 가졌다고 밝히며 “A 씨가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정체불명의 주사기와 알약 등이 발견되면서 7명 가운데 5명에게 간이시약 검사를 벌였는데 여기서 케타민, 엑스터시(MDMA), 코카인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렇게 추락 사망 사건은 마약사건으로 전환됐다.
경찰 수사를 통해 그 아파트에 있다가 A 씨가 추락한 직후 현장을 빠져나간 이들이 8명 더 있었다고 밝혀졌다. 며칠 뒤에는 그 외에 5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최근 3명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현재까지 확인된 모임 참석자는 A 씨를 포함해 모두 25명이다. 경찰은 사망한 A 씨를 제외한 24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중국인으로 이미 홍콩으로 출국했다.
관건은 현직 경찰인 A 씨도 마약을 투약했는지 여부였다. 이미 사망해 국과수 약독물 감정 결과를 통해 확인이 가능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A 씨가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휴대폰으로 케타민 등을 검색하고 엑스터시의 은어인 ‘캔디’를 온라인에서 구매하려 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9월 25일 A 씨의 소변과 모발, 혈액 등에서 필로폰, 케타민, 엑스터시와 신종 마약인 메스케치논, 펜사이클리딘 유사체 성분 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A 씨의 약독물 감정 결과를 경찰에 통보한 국과수는 사인에 대해서는 “전신에 강한 둔력이 작용해 형성된 치명적 손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추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상에 따른 사망이라는 의미다.
한편 경찰은 이날 모임 장소를 제공한 이를 비롯해 참가자 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A 씨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 이도 구속했다. 다만 국과수 약독물 감정을 통해 A 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드러났지만 경찰은 A 씨가 이미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해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사실 A 씨의 마약 투약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기는 했다. 당시 모임이 마약 집단투약을 위한 자리로 알려진 데다 A 씨가 휴대폰으로 마약을 구매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과수의 약독물 감정 결과는 경찰 입장에서 최악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현직 경찰관의 마약 투약 자체도 뼈아프지만 필로폰, 케타민, 엑스터시를 비롯해 메스케치논, 펜사이클리딘 유사체 성분 등 신종 마약 성분까지 검출됐기 때문이다.
유아인 마약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검찰에 그를 불구속 송치하며 유아인에게 8종 이상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를 적용한 바 있다. 유아인이라는 유명 연예인이 마약 투약을 했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무려 8종 이상의 투약 혐의에 연루됐다는 부분이 더 화제가 됐다. 경찰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현직 경찰관에게서도 무려 5종의 마약류가 검출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9월 18일 서면 기자간담회를 통해 “법을 집행하는 책무를 지닌 경찰관이 이러한 사건에 연루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 점 의혹 없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 마약류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8명에서 25명으로 늘어난 그날 모임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모임 참가자 전체 인원 파악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만큼 모임 관계자들이 진술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25명이지만 모임 참가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왜 현장에 남아 있던 정체불명의 주사기와 알약 등을 치우지도 못한 채 대부분의 모임 참가자가 아파트를 떠나는 데 더 서둘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까닭에 모임 참가자들의 직업 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25명의 모임 참가자 가운데 A 씨를 제외하면 경찰관이나 공무원은 없다고만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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