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등에 업은 ‘쿠팡이츠’ 추격 매서워…‘GS리테일 시너지’ 부족, 돌파구 찾을지 주목
#2등 사업자의 고민
올해 9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426만여 명으로 전월 대비 5%가량 증가한 반면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는 1954만 명과 588만 명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각각 3%, 12%가량 감소했다. 쿠팡이츠는 모회사 쿠팡을 등에 업고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앤데믹(풍토병화) 국면에도 1900만~2000만 명의 이용자 수를 꾸준히 유지해 온 1등 사업자 배민 역시 65%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이 무기다. 배민은 쿠팡이츠의 단건배달 서비스가 시작되자 배민1을 출시해 대응했고 와우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쿠팡이츠가 10% 할인쿠폰을 출시하자 마찬가지로 할인쿠폰을 뿌렸다. 발빠른 견제로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를 차단하는 모양새다.
2등 사업자 요기요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4월 쿠팡이츠의 할인 서비스가 시작되자 요기요는 올해 5월 월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제 서비스 ‘요기패스 X’를 내놓았다. 1만 7000원 이상 주문할 경우 배달요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출시 이후 주문 비중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것이 요기요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신규 이용자 유입을 통한 점유율 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기요가 요기패스X를 출시한 5월 MAU는 약 668만 명이었으나 7월에는 663만 명, 9월에는 588만 명으로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음식 단골들에게 호응을 얻기에 좋은 서비스다. 그런데 앤데믹 국면을 맞이하면서 소비자들이 배달 플랫폼 이용을 줄이는 추세에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으니 타이밍이 안 맞았다”며 “쿠팡이 하는 건 다 따라하던 배민이 요기요의 구독 서비스는 왜 놔두고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독제는 수익성에 부담을 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이 내는 구독료는 한정적인 데 반해 수요가 늘수록 플랫폼 측에서 부담하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출혈경쟁이 지속된다면 요기요가 버티기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배민은 지난해 약 4000억 원의 흑자를 냈다. 쿠팡이츠는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이 버티고 있다. 반면 요기요는 지난해 1115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적자 규모를 100억 원 수준으로 줄였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적은 금액에도 플랫폼을 옮겨가면서 이용하는 습성이 있어서 출혈 마케팅을 멈추기는 어렵다”며 “요기요도 단독 멤버십보다는 차라리 쿠팡의 경쟁사들과 연합해 멤버십을 구성한다거나 하는 방식이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요기요 관계자는 “적자폭을 줄이는 게 앞으로의 사업 목표”라며 “구독서비스 모델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리텐션(재방문)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의 묘수는?
딜리버리히어로의 품에 있던 요기요는 2019년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 규제 방침에 따라 2020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1년여간의 인수협상 끝에 GS리테일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이 2021년 10월 요기요를 인수했다. GS리테일은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30%의 지분을 인수하며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2021년 7월 GS홈쇼핑과의 합병을 통해 초대형 온·오프라인 유통사로 거듭난 GS리테일은 당시 상대적으로 열세인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 온라인 플랫폼 '마켓포'에 GS샵, GS프레시몰, 랄라블라 등을 한데 모으기로 기획했다. 2021년 4월에는 배달대행 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도 19.53% 확보했다. 요기요에 대한 투자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선택이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퀵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GS리테일이 보유한 슈퍼마켓, 편의점 등 오프라인 자산과 퀵커머스를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GS리테일과 협업한 요기요는 지난해와 올해 요마트와 요편의점을 잇달아 출시하며 GS리테일이 보유한 약 1만 7000개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주문 즉시 상품을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직은 내세울 만한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GS리테일이 보유한 점포가 워낙 많아 처음에는 폭발적인 시너지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2021년 지분 가치를 170억 원으로 평가한 메쉬코리아 지분을 지난해 전액 상각 처리했다. 지난해 말 랄라블라 사업도 접고 준비하던 마켓포 플랫폼도 중단했다. 올해는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요기요를 운영하는 주체인 위대한상상의 전신인 컴바인드푸드딜리버리리미티드(CDPI)의 장부가액은 요기요 인수 첫 해에 2973억 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위대한상상의 장부금액은 2786억 원으로 200억 원 가까이 감소한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워낙 시장이 안 좋아 이커머스 쪽 플랫폼들 가치가 다 떨어졌으니까 투자를 잘못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온라인 장보기 사업을 중단하고 슈퍼 중심의 근거리 배송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포트폴리오 조정 계획을 밝혔으니 앞으로 요기요 인프라를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요기요와 관련한 추후 사업전략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타사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고객들을 유도하고 점주들과도 상생을 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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