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그린카, 쏘카 인수로 해결 꾀하나…“경영권 확보 순조롭지 않을 것” 주장도
현 주가의 3배가 넘는 가격에 지분을 매입한 점 등을 봤을 때 롯데렌탈이 협상에서 우위에 있지는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어떻게든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업계 1, 2위 업체를 모두 보유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도 넘어야 할 산이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3월 쏘카 주식 13.29%인 386만 6075주를 1746억 원에 취득했다. 주당 가격은 4만 5172원이다. 롯데렌탈은 투자 당시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임을 강조해 왔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쏘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해당 투자가 향후 경영권 확보를 위한 초석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를 증명하듯 롯데렌탈은 보호예수 종료 후 1년 동안 대주주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최대주주 및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최대주주 변경을 대비한 카드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쏘카 최대주주인 유한책임회사 에스오큐알아이(SOQRI, 소쿠리)와 유한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소풍)는 롯데렌탈과 쏘카 상장 후 주식 보호예수 기간 만료일부터 6개월 안에 발행회사 주식의 최대 5%를 롯데렌탈에 매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2018년 쏘카에 투자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도 지난해 쏘카가 기업공개(IPO)에 나서기 전 풋옵션과 동시에 동반매도청구권도 확보한 바 있다. 동반매도청구권은 내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할 때 상대방 주식을 강제로 팔도록 하는 조항이다.
IMM PE는 쏘카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인 헤르메스투유한회사를 통해 지난 8월 22일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러자 소풍도 롯데렌탈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즉 IMM PE가 행사한 풋옵션 주식 105만 2000주를 롯데렌탈이 매입한 셈이다. 주식 양도는 9월 22일 마무리됐다. 주당 가격은 4만 5172원으로 총 매수 가격은 약 547억 원이었다.
롯데렌탈은 같은 달 8월 31일에도 SK그룹이 보유한 쏘카 지분 587만 2450주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가격은 2만 2500~2만 4900원이고, 매매 총액은 1321억~1462억 원으로 책정됐다. 거래 성사시 롯데렌탈 지분은 32.91%로 오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따라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20%(상장회사 15%) 이상 취득할 때 해당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롯데렌탈은 기업결합 승인이 완료된 후 거래대금이 지급되면 SK와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며, 2024년 9월 13일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이 쏘카 경영권을 확보해 그린카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현재 그린카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쏘카와 합병이 부진의 늪에서 탈출할 해결책이 될 수 있어서다. 그린카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쏘카와 다르게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약 755억 원으로 같은 시기 약 3976억 원을 기록한 쏘카와 약 5배 차이가 난다. 그린카의 적자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부진한 실적의 원인으로는 잦은 앱 오류와 고객 응대 불만에 따른 사용자 이탈이 꼽힌다. 그린카는 지난 5월 말 앱 업데이트 과정에서 데이터 송수신 오류로 차량 반납 오류나 차 문이 열리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2020년에도 발생했던 사고다. 해마다 앱 오류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센터 응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거세다. 한 소비자는 “빌렸던 차량이 고장 나서 대체 차량을 받으려고 택시 타고 이동했는데 차가 없었다. 고객센터 응대 인원이 몇 명인지는 모르겠는데 전화 연결에만 1시간을 썼다. 연결된 상담원은 차량 탁송이 안 이뤄졌다며 야외 주차장에서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린 내가 또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일을 겪고 나니 다시 차량을 빌릴 마음이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롯데렌탈 관계자는 “그린카 서비스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IT 투자를 단행해 시스템 개선 및 안정화가 진행됐다. 신규 시스템이 안정화 단계에 있는 만큼 그린카의 서비스 품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두 회사 간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꼭 합병하진 않더라도 롯데렌탈이 쏘카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렌탈은 SK와 거래를 마무리하면 쏘카의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35.38%)과 격차를 2.47%포인트까지 좁힐 수 있다. 롯데렌탈 측은 쏘카의 2대 주주가 되는 지분 매입이기에 기업결합심사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후 롯데렌탈은 대주주 지분 우선매수권을 활용하거나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롯데렌탈의 경영권 확보가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단 협상 우위는 여전히 최대주주에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와 맺은 풋옵션, 그리고 최대주주가 투자자와 맺은 풋옵션 때문에 롯데렌탈은 현 주가의 3배가 넘는 가격에 지분을 매입해야 했다. 소란 없이 거래가 성사됐다는 건 이 판에서 롯데렌탈의 힘이 그리 세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애초에 롯데렌탈이 협상 우위에 있었다면 풋옵션의 반대 개념인 콜옵션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업계 1위 쏘카와 자회사 그린카를 함께 손에 거머쥔다면 시장 점유율 90%를 넘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 자체가 쏘카 독점 체제로 기울어졌다. 소비자들의 충성도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둘 간의 합병으로 시장이 크게 달라질 거 같지는 않다. 다만 공정위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면 최대주주들과 최대한 우호적으로 협상을 하는 등 완급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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