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기술 개발 막바지” 3억 원 투자받고 샘플 제작 못해…당시 법원, “성과 과장” 투자사 손 들어줘
C 교수가 상온 초전도체 공개 이후 벌어질 논란을 30년 전 예견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C 교수는 1993년 언론 인터뷰에서 "마이스너 효과(자석에 반발하는 반자성)가 반드시 나타나야 초전도체라는 전제가 초전도체 연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세상에 공개된 LK-99는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지 않아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C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 연구 성과를 부풀려 소송당한 끝에 투자금을 돌려줬던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K-99의 상온 초전도체 여부와 별개로 C 교수의 치적이 과대평가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스피 상장사 S 사는 C 교수에게 3억 원 반환을 요구하는 소를 1999년 3월 제기했다. S 사의 소송 상대는 C 교수가 속한 K 대 법인이었다.
S 사가 C 교수와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된 과정은 이랬다. S 사는 1997년 2월 최대주주가 중견 의류업체 B 사로 바뀌었다. 이후 화공약품 판매업, 전자제품제조 판매업 등을 영위하던 S 사는 첨단과학 분야 진출을 추진했다. 마침 C 교수는 초전도체 개발 자금을 지원해 줄 업체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S 사는 C 교수가 상온 초전도체 합성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말을 믿고 1997년 6월 C 교수와 상온 초전도체를 활용한 차세대 액전(液電) 전지 및 냉동 시스템 개발 지원 계약을 맺었다. S 사는 C 교수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3억 원을 바로 지급했다.
S 사는 뒤이어 추가적으로 2억 원을 C 교수에게 1997년 9월부터 1998년 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지급하기로 했다.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 개발 완료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개발 일정을 구체화한 계약서도 썼다. S 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경영 활동과 관련한 중요한 사실'로 C 교수와의 계약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C 교수는 계약 이후 S 사에 연구개발 실적을 보고하지 않았다. 6개월 안에 완료하기로 한 상온 초전도체 샘플 제작에도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S 사는 1998년 1월 계약 위반을 이유로 C 교수에게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이후 계약금 3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외환위기로 S 사와 모기업 B 사가 자금난에 빠졌던 점도 S 사의 인내심이 바닥난 원인이었을 수 있다. 당시 B 사 계열사 여러 곳은 부도를 냈다. S 사는 1997년 재무제표상 흑자를 냈다. 그러나 후일 B 사가 수사받는 과정에서 S 사는 1997년 적자 상태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S 사는 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던 것이었다. S 사 역시 2000년 2월 부도를 냈다. S 사는 2002년 6월 최대주주가 바뀐 뒤 2002년 8월 채무 변제를 완료했다.
이와 별개로 법원은 S 사와 C 교수의 계약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C 교수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완패했다. 1심과 2심 모두 S 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2003년 7월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법원은 일관되게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연구 업적으로 평가됨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고 의미를 짚으면서 "S 사는 C 교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C 교수가 상온 초전도체 합성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믿어 착오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C 교수는 실용적 상온 초전도체 합성 기술 개발에 성공해 관련 기술에 대한 모든 권리를 보유했고 샘플 제작 등 실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만이 남은 단계라고 과장된 설명을 해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또 "계약 체결 당시 C 교수의 초전도체 연구는 이론 정립 단계에 불과해 초전도체 합성 기술도 개발하지 못한 실험실 단계의 개발 초기 단계였다"고 꼬집었다.
K 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2심도 S 사가 승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S 사는 C 교수의 연구가 실험실 차원의 개발이 끝나 샘플 제작 등 단계에 이르렀다고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며 "S 사가 이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또 "상온에서 실용 가능한 초전도체 합성 기술은 아직 개발이 안 된 것"이라며 "액전 현상 이론은 아직 학계에서 검증된 바 없는 C 교수의 독창적인 이론"이라고 판단했다.
C 교수 이론에서 액전은 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자유전자가 액체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C 교수는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을 액체적 파동 현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주장했었다. 주류 학계의 초전도체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C 교수가 저서에서 "이 이론을 어떤 물리학자에게 들러주었더니 '그건 학문이 아니라 소설'이라고 했다"고 적을 정도였다.
C 교수 이론에서 액전은 초전도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C 교수 제자인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2004년 6월 박사학위 논문에서 액전 현상 이후 전자들의 집단 진동이 발생하면 전자가 저항 없이 움직이는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등 LK-99 연구진은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의 이론 등을 통해 초전도체 이론을 보완했다. 하지만 여전히 C 교수의 이론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 대표 등 LK-99 연구진은 지난 4월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C 교수의 액체론을 LK-99의 이론적 배경으로 제시했다.
K 대의 상고로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및 사실 오인이 없다며 2003년 7월 K 대의 상고를 기각했다.
C 교수는 4년간 재판 과정에서 상온 초전도체 개발을 곧 완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1999년 발견된 LK-99로 추정되는 물질도 언급됐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C 교수는 재판에서 "1994년경 상온 초전도체 합성 기술을 개발해 1999년 7월경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1000여 개의 시편을 추출해 냈는데 이를 순수한 물질로 분리하지는 못했고 2001년 12월경 완벽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C 교수는 또 "2억 원만 있으면 액전 현상을 이용해 실용 가능한 액전 전지를 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C 교수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변리사에게 액전체 관련 자료를 한 차례 제시한 적이 있을 뿐"이라며 "정식으로 이에 관하여 협의하거나 특허출원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는 "C 교수는 자신이 1999년 7월 상온에서 기능하는 초전도체 시편을 만들어 추출했는데 이를 순수물질로는 분리하지 못했으며 설계연구 개발 단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초전도체 합성 기술을 개발하지는 못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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