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후보는 외가 쪽 형부인 한승수 전 총리를 연결고리로 수많은 재계 인사와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은 2008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4월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공시 하나가 화제를 일으켰다. ‘박근혜 테마주’로 알려진 대유에이텍의 주식 매도에 관한 것이었다. 4월 20일 대유에이텍은 “박영우 회장의 자녀 박은진 씨의 보통주 109만 8161주를 1주만 남기고 모두 장내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박영우 회장의 장모는 박근혜 후보의 이복형제인 박재옥 씨다. 현대자동차 등에 자동차시트를 납품하는 대유에이텍은 지난해 1월 박영우 회장이 박근혜 후보의 조카사위라는 것이 공공연히 퍼지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불과 3개월 뒤 박 회장의 딸이 28억 원가량을 현금화한 것이다. 이후 은진 씨는 신주인수권과 유상증자를 통해 대유에이텍 주식을 평균 1737원에 91만 3000주를 재매입 해 12억 3000여만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일부 투자자들은 당시 거래를 보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H 투자증권의 정 아무개 씨는 “호가에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를 무작정 탓할 수는 없다. 다만 박근혜 후보와 혈연관계에 있는 인물이 박 후보 테마주로 알려지고 주가가 급격히 오르던 시점에 매도했기 때문에 도덕적인 잣대로 비판할 수는 있다. 정치인 테마주의 경우 통상 이런 식의 매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도 정부당국의 관리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앞의 주식 거래를 박근혜 후보의 책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박 후보의 의사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이런 일들이 결국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는 후보 본인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친인척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비등해지고 있다.
박 후보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과 직접 연결되는 혼맥은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혼맥을 그대로 이어받아 막강한 정·재계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친가에서 시작한 혼맥이 외가 쪽 형부인 한승수 전 총리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굴지의 기업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한승수 전 총리는 육영수 여사의 언니인 육인순 전 혜원여고 이사장 딸 홍소자 씨와 결혼하면서 박근혜 후보의 사촌형부가 됐다. 현재 19대 국회에서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의 경우 한승수 전 총리의 딸 한상은 씨와 결혼하면서 박 후보와 연결 고리가 형성된 경우다. 김세연 의원의 아버지는 부산에서 5선을 지내며 한나라당 부총재를 역임했던 고 김진재 전 의원이다. 그런가 하면 김진재 전 의원의 아버지는 동일고무벨트 창업자인 김도근 회장이다. 동일고무벨트에 ‘박근혜 테마주’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에는 이러한 혈연관계가 바탕이 됐다.
부산 지역의 한 구의원은 “김진재 전 의원은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기업인으로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젊은 시절부터 부산 지역에서 새마을운동을 이끄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꽤 과시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때부터였다. 그는 81년 제11대 민정당 의원을 시작으로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당이 바뀌는 동안에도 5선을 지켜냈고 이후 아들인 김세연 의원이 지역구를 물려받은 셈이 됐다.
한승수 전 총리에게는 또 다른 재계라인이 형성돼 있다. 그의 장남인 한상준 씨 부인 이 아무개 씨가 코스피 상장기업인 유니드 이화영 회장의 딸인 것이다. 이화영 회장은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동양제철화학그룹(현 OCI) 이회림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이회림 회장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정치권과도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의 구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을 당시에는 주위 기업인들의 정계 진출을 억제시켜 왔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재계를 넘나들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이런 관행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고 박태준 전 회장은 생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 친인척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연합뉴스 |
고 박태준 전 회장 일가의 구성을 살펴보면 자녀들의 혼맥이 사모펀드와 대기업으로 뻗어나가 있다. 박 회장의 막내딸인 박경아 씨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혼인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인 김병주 회장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뒤 ‘MBK파트너스’라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회사를 세웠다. MBK는 ‘마이클 병주 김’이라는 그의 영문 이름에서 따왔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야권에서는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사모펀드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 실현할 것 같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이 기업들과 혈연관계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벌써부터 수많은 기업들이 친박 측에 줄을 대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 않은가. 캠프 측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준 회장의 또 다른 아들인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이사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딸 지은 씨와 혼인을 맺었다. 정도원 회장의 또 다른 딸인 지선 씨의 남편은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다. 두 기업은 대기업의 어두운 관행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데 삼표그룹은 삼표로지스틱스에,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주는 불공정 거래로 여론의 뭇매를 맡은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부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한 박 후보 측의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언론사 기자는 “4촌 이내로 한정해 친인척을 관리한다는 것은 박 후보의 가족 구성으로 봤을 때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다. 사촌들은 전부 현직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로 문제의 핵심은 그 아래 자녀들과 사위들이다. 박 후보의 경우 알려진 인물 외에도 나머지 친척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어 이 부분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출발은 박근혜 후보의 사촌인 박설자 씨로부터 시작한다. 설자 씨는 벽산그룹 창업자인 김인득 씨의 아들 김희용 동양물산그룹 대표이사와 백년가약을 맺었는데 벽산그룹은 LG그룹을 공동 창업한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장녀 허영자 씨와 사돈지간으로 맺어져 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씨 딸 성은 씨는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옛 LG벤처투자) 사장과 부부사이다. 결국 2007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두 정치인은 박근혜 후보 일가 → 벽산그룹 → 삼양통상 → LG그룹 → 이명박 대통령 일가로 이어지는 ‘사돈지간’이었던 셈이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