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페디 등 에이스 투수들 “몸 불편하다” 호소…‘KS 등판 제외’ LG 플럿코는 미국으로 떠나
#한 차례 번복된 페디의 등판
NC는 이번 준PO의 완벽한 승자였다. 10월 22일과 23일 원정지 인천에서 열린 1·2차전을 연거푸 승리한 뒤 25일 안방 창원에서 치른 3차전까지 일사천리로 잡아냈다. 한 번도 지지 않고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PO)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강인권 감독은 2차전 승리 뒤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3차전에는 나올 줄 알았던 페디가 다음 경기도 못 던지게 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여서다.
페디는 올해 20승,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달성한 리그 최고 에이스다. SSG를 상대로도 강했다. 정규시즌 2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1.38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10월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팔뚝에 타구를 맞았지만, 부상이 크진 않아 준PO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 후 페디의 선발 등판 시점은 양 팀 모두의 관심사가 됐다.
페디는 순조롭게 부상을 털어내는 듯했다. 심지어 강 감독은 준PO 2차전을 앞두고 "페디는 3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이제는 나갈 때가 됐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매일 페디의 몸 상태를 체크했고, 충분히 회복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디는 경기 전 불펜 투구를 마친 뒤 다시 "불편한 느낌이 든다"며 병원을 찾았다. 병원 진단명은 '충돌 증후군'. 투구에 큰 지장은 없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페디는 계속 불안감을 호소했다.
강 감독은 결국 3차전 선발 투수를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태너 털리로 바꿔야 했다. 태너는 10월 19일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이닝 5실점 하고 물러난 뒤였다. 5일 휴식 후 등판이라 일정상 문제는 없지만, 페디만큼 믿을 만한 투수는 아니다. 강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페디는 3차전에 아예 안 나올 것 같다"며 "우리가 2승을 먼저 해서가 아니라, 선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틀간 몸 상태를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씁쓸해했다.
NC는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쳐 어렵게 준PO에 왔다. 그런데 에이스 없이도 먼저 2승을 올려 PO행을 눈앞에 뒀으니, 하루빨리 준PO를 끝내고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3차전에서 페디 카드를 꺼내 3연승으로 준PO를 마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터다. 그러나 기분 좋은 2승 뒤 페디의 등판 불가 소식이 날아오자 난감해졌다. 당시로선 페디가 4차전에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기에 더 그랬다.
#맥카티도 감감무소식
벼랑 끝에 몰린 SSG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투수가 부족한데, 마운드의 주축 전력인 맥카티가 개점휴업 상태였다. 올 시즌 선발투수로 뛰면서 24경기에서 9승 5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한 맥카티는 9월 2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내복사근을 다친 뒤 한 달 넘게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부상 부위는 회복했지만, 어차피 선발 등판은 불가능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중요한 순간 1이닝을 막아줄 불펜투수 역할을 기대하고 맥카티를 준PO 엔트리에 포함했다. NC에는 수준급 왼손 타자가 많아 왼손 투수 맥카티가 필요했다. 맥카티 역시 1차전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2차전부터는 경기에 투입될 것으로 보였다. 김 감독도 "2차전부터는 맥카티가 (불펜에) 대기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맥카티 역시 2차전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맥카티가 경기 전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는 뒷얘기도 나돌았다. 김 감독은 2차전 후 다시 맥카티에 관한 질문을 거듭 받자 잠시 숨을 고른 뒤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3차전에서는 대기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페디 없이 3차전에서 끝냈다
실제로 NC 더그아웃은 3차전에서 다시 한 번 페디의 얼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페디 대신 3차전에 선발 등판한 태너가 2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5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타선이 1회부터 3점을 뽑아줬지만, 2회 최정에게 역전 만루홈런을 얻어 맞았다. 다행히 NC는 그 후 제이슨 마틴의 역전 3점포로 다시 승부를 뒤집어 3차전을 이기는 데 성공했다. 페디가 공 하나 던지지 않았는데도 불펜의 힘을 앞세워 PO에 진출하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반면 SSG는 맥카티 카드를 마침내 활용하고도 뚜렷한 소득은 얻지 못했다. 맥카티는 이날 SSG가 6-7로 추격한 4회 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임무를 완수했다. 그는 선두 타자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은 뒤 손아섭의 2루 도루를 저지하려면 포수 이재원의 송구 실책으로 1사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박건우를 삼진, 제이슨 마틴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5회 말에도 1사 후 안타와 볼넷, 2사 후 내야안타를 허용해 만루 위기에 몰렸다가 3루 주자 서호철이 런다운에 걸려 무사히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정작 SSG 타선이 마지막까지 침묵해 그대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강 감독은 PO 진출을 확정한 뒤 "준PO 4차전이 열린다면, 페디가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남은 기간 큰 이상이 없다면, 10월 30일 열리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는 등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리그 최고 에이스 페디가 마침내 KT 위즈를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다는 발표였다. 그러나 NC가 경계하는 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을' 확률이다. 페디는 보름 가까이 실전 등판을 하지 않다가 PO에 출격한다. 실전 감각 회복 여부가 변수다. 페디는 또 정규시즌 KT전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페디의 시즌 평균자책점(2.00)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다. 올 시즌 페디가 상대한 9개 구단 중 롯데전(3.38) 다음으로 KT전 평균자책점이 높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어차피 페디가 (PO에선) 정상적으로 던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페디가 등판하면 등판하는 것이고, 못 나오면 못 나오는 대로 우리 팀에 유리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플럿코는 결국 떠났다
핵심 외국인 투수의 부상 고민은 NC와 SSG만 겪은 문제도 아니다. 정규시즌 우승팀 LG 트윈스도 전반기 맹활약한 에이스 애덤 플럿코가 골반 타박상으로 이탈한 뒤 자의로 복귀를 거듭 늦춰 시즌 막판 애를 먹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결국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끝났다. (플럿코는) 이제 아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플럿코는 지난해 LG 소속으로 KBO리그에 데뷔한 뒤 15승 5패, 평균자책점 2.39로 활약했다. 올해는 전반기에만 11승 1패,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하면서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그가 LG의 전반기 1위에 큰 힘을 보탠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4경기에서 2패(평균자책점 3.38)를 기록한 게 전부다.
플럿코는 8월 26일 NC전에서 왼쪽 내전근에 불편함을 느껴 조기 강판했다. 정밀검진 결과 골반뼈 타박상 진단과 함께 "복귀까지 4주 정도 걸린다"는 소견을 들었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뒤에도 플럿코가 "부상 부위가 불편해 던질 수 없다"고 버텼다는 점이다. 국내 의료진은 "부상은 회복했고, 투구에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지만, 플럿코는 "여전히 불편하다"며 정규시즌 잔여 경기 휴식을 원했다. 한국시리즈까지 시간이 충분히 남았는데도 플럿코가 '태업'에 가까운 주장을 굽히지 않자 염 감독도 결국 결단을 내렸다. 10월 14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플럿코는 (한국시리즈에) 없다고 생각하고 준비한다. 아쉬움은 크지만,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안되고 아프다고만 하는데 팀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내가 아쉬운 소리를 또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아웃"이라고 했다.
염 감독과 LG가 플럿코에게 이 정도로 단호한 자세를 취하는 건 지난해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플럿코는 지난해 정규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9월 25일 SSG전에서 등에 담 증세를 느껴 한 타자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LG는 그 여파로 SSG에 2경기 차 뒤진 2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플럿코는 이후에도 "경기 감각을 한 번 점검한 뒤 PO 마운드에 오르자"는 구단의 권유를 듣지 않고 자신만의 재활 방식을 고집하다 실전 공백 한 달 만인 10월 25일 PO 2차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더 나빴다. 플럿코는 1⅔이닝 6실점(4자책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LG는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LG 입장에선 '2년 연속 당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플럿코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플럿코는 출국 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글을 남겨 "지난 2년간 우리 가족의 안식처가 되어 준 LG 팬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사드린다"며 "나 역시 2년간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질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LG의 우승을 위해 노력해왔다. LG가 왕조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함께할 수 있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응원한다"고 인사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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