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 현상 더 심해질 것…집값‧출산율 등 사회문제도 커질 것으로 예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30일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에서 경기도 김포시 등 서울 생활권 도시들을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후 국민의힘은 김포처럼 서울시와 인접한 광명, 과천, 하남, 구리 등 경기지역들도 원하면 서울 편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나아갔다. 주변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시켜 ‘메가시티 서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메가시티는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권을 말한다. 인구뿐 아니라 생활, 교통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돼 작동하는 도시권역이다. 세계적으로 도시가 광역화하는 추세에서 ‘메가시티 서울’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인구, 일자리, 문화 등이 서울로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는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재근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안 그래도 인구나 많은 인프라들이 서울에 너무 집중돼 있다는 비판들이 20~30년 전부터 있었다”며 “그래서 행정수도도 이전했던 건데 다시 거꾸로 되돌려서 서울 중심으로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에서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50.6%)이 국토에서 불과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살고 있다. 한국의 수도권 비중은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나라 중 가장 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특히 20대 청년들의 수도권 유입 인구가 많았는데, 서울로 순유입 20대 인구는 10년 전인 2013년 2만 1000명에서 2022년 5만 4000명으로 늘어났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원인으로는 학교, 일자리, 문화 및 의료서비스 등이 비수도권과 격차가 크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이 전국적으로 의료, 인구 등 모든 것을 빨아들여서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에서 왜 서울을 더 키우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방이 지금만큼이라도 유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서울이 1963년 이후로 면적을 확장하지 않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은 1963년 대대적으로 면적을 확장한 이후 60년 동안 지금과 비슷한 면적을 유지하고 있다. 최 소장은 “서울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주변인 경기도가 발전하고, 경기도가 발전하면서 또 그 주변 지역으로 인구가 일부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 자체를 확장했다면 이런 효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사회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도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저출산, 집값 폭등, 환경오염 등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서울 중심의 메가시티 조성은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더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집값이 폭등하고,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출산율은 내려갔다”며 “서울을 자꾸 키우면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 교수는 “서울은 집적의 경제를 넘어서 집적의 불경제로 가고 있다”며 “이건 나라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구, 주택, 기업 등 각종 자원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그보다 주택 가격 상승, 교통 혼잡, 출산율 하락 등의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마 교수의 설명이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쏠려서 부동산 문제, 환경 문제, 교통 문제가 심화되고, 출산율도 훨씬 낮다”며 “서울을 키우겠다는 것은 수도권 집중현상을 더 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메가시티화로 서울 및 수도권으로 자원이 몰리면 우수한 인재들도 수도권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기업도 여기에 입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그게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의 출산은 급감했지만 청년이 유입된 수도권의 출산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해 전국 출산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중심의 메가시티보다 지역 거점 메가시티를 먼저 논의하거나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광주 전남권이나 부울경(부산‧울산‧경남)권 메가시티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서울의 행정구역 개편이나 통합보다 지역의 행정구역 개편과 통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강래 교수는 “교통과 통신이 계속 발달하면서 초광역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 지자체를 연결하는 메가시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지방에서 먼저 메가시티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간 협업관계를 맺어 초광역권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방식의 지역 메가시티화가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것보다 지역 소도시들끼리 연합하는 방식이나 비수도권 지역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인구를 빨아들이는 곳은 크게 수도권, 대도시, 신도시”라며 “지역에 메가시티를 조성한다는 것은 비수도권 지역의 대도시와 인근 지역까지 하나로 통합해 규모를 키우자는 건데 그렇게 되면 메가시티가 된 지역에만 인구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방의 작은 도시들이 각자도생하지 말고 연합해서 대중교통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교통으로 지역이 연결되면 생활권이 하나가 돼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영 소장은 “지역을 합치고 권역을 만들어야 도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수도권 지역에는 메가시티보다 세금 혜택 등 각종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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