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장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당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라고 성토했던 김태랑 전 의원이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쏟아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태랑 전 의원은 1971년 신민당에 입당한 이후 40년이 넘게 동교동계로 활약해 왔다. 특히 영남 출신임에도 오랫동안 민주당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현재 김두관 후보 캠프의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한 김 전 의원은 “정치를 하다보면 여러 일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뭘 그런 일로 찾아오셨나. 안 나가야 할 기사가 나간 것 같다”며 처음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오랫동안 참아왔다는 듯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장례식장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당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라고 이야기한 이유를 묻자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민주당 지지율이 30%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현재는 20%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애당심을 가지고 지켜본 당원들과 대의원들의 울분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라고 밝혔다.
▲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김 전 의원은 박 원내대표와 같은 동교동계로 묶이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박 의원은 DJ와 오랫동안 일해 온 사람은 맞지만 본질적으로 동교동계는 아니다. 나를 비롯해 권노갑 한화갑 의원들이 1세대고 80년 서울의 봄 때 함께한 설훈 최재승 의원들이 2세대, 그리고 87년 평민당을 만들 때 함께했던 분들이 3세대다. 박 원내대표는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함께한 범DJ계 정도지 동교동계는 아니다”라고 거리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모바일 투표에 관해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람이 박 원내대표였다. 대선경선이 시작되고 계속 문제점이 나오는 데도 그 뒤로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투표율이 낮고 흥행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은 둘째 문제다. 모바일 투표 비중이 90%가 넘는다. 이러면 정당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심과 모바일 투표의 괴리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 전 의원은 “모바일 투표 때문에 유효 무효 기권 외에 중도 포기하는 기형적인 유권자들이 생겼다. 농촌에 살고 나이가 좀 있는 당원들은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인증번호 누르고 주민등록번호 누르고 하는 게 어려워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당을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이 모바일 투표라는 시스템 때문에 투표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해찬 대표에 관해서는 “정치에 미련 없다더니 ‘꾀보(잔꾀가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정치’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고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당에서 그렇게 나와 달라고 사정했을 때는 끝내 고사하더니 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나는 어떤 후보로 결정되든지 별 상관없지만 우리 당이 망가지고 있는 것에 관해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김두관 캠프 측 한 관계자는 “김태랑 고문만 욕을 먹는 상황이 안타깝다. 민주당 지도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