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번 민주당의 위원회 명칭을 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인재영입위원회’였는데, 이번에는 ‘영입’이 빠진 ‘인재위원회’라고 정해지면서다. 국민의힘이 출범시킨 기구 역시 ‘인재영입위원회’다. 박성준 대변인은 “과거에는 주로 외부의 신진 인사 영입에 주력했지만, 이번에는 당 내부 인재 및 당무에 참여한 정무 경력이 있는 외부인사들을 포함해 발탁할 계획”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 총선을 앞두고 외부인사로 영입돼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 중 정치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해 실수하고, 그게 큰 타격을 준 일들이 많았다. 이에 정치권 내부에서는 외부인사 영입 무용론이 제기돼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차기 총선 이후는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무감각이 있는 당내 인재를 발굴해 출마시키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외부인사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야권 한 관계자의 말이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과 방송 장악으로 민주당을 향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영입인사로 입당하면 검증의 십자포화를 받게 될 게 뻔하다. 자칫 검찰의 수사선상에까지 오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외부 인사들이 민주당의 영입 제의를 꺼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민주당에서도 영입인사에 대한 여권의 강한 공세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인재 모시기’에 앞서 더 신중하게 검증하느라 고심이 깊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당대표가 직접 인재위원장을 맡았는데, 거물 외부인사 영입이 없으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이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인재위원장을 자처했다는 것은, 이미 사전에 조율된 ‘빅사이닝’ 영입이 한두 명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반 국민이 총선 출마 인재를 직접 천거하는 ‘인재 국민 추천제’도 가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재위는 “연령·성별·경력 불문 평범한 시민부터 전문가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폭넓게 인재 풀을 확장하고자 한다”며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더 많이 발굴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재위는 △경제·산업 △과학·기술 △기후·환경·에너지 △민생 △검찰·사법개혁 △외교·안보·국방 △노동·일자리 △보건·복지 △체육·문화·예술 △동물 복지 △지역 등 11개 분야에 걸쳐 추천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기준 추천이 나온 총 786명을 대상으로 1차 검증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비이재명계)’에서는 외부 인재 영입보다 당내 인재 발굴·육성에 중점을 두는 것에 대해 ‘친명 체제’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11월 10일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인재위원장 겸임에 대해 “인재영입위도 나하고 가까운 사람들을 모아 공천하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앞서 오현정 전 서울시의원의 경우 11월 11일 저서 ‘좋은 정치’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오 전 시의원은 내년 총선에 ‘이낙연계’ 전혜숙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광진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이 대표가 영상 축사를 보냈고, 송영길 전 대표·박찬대 최고위원·임종성 경기도당위원장·문진석 원내부대표·박성준 대변인·현근택 변호사 등 친명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대표는 총선과 공천을 모두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 대표의 측근들이 어느 출마 예정자 행사에 참석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의중을 읽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