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황의조 선수 불법 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한 말이다. 2023년 6월 소셜미디어(SNS)에 성관계 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된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에 황의조가 유포자를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유포된 영상이 동의하지 않은 촬영이었다는 혐의가 발견되면서 11월 20일 경찰은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성관계 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된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사진=KFA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24/1700767318225258.jpg)
황의조가 ‘합의된 영상’이라는 점을 강조하자 피해자 측에서는 즉각 반박이 나왔다. 21일 피해자 측 이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가 과거 잠시 황 선수와 교제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나 그 후로나 여타 민감한 영상 촬영에 동의한 바 없고, 계속해 삭제를 요청했다”면서 “당초 황 선수가 불법 촬영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불법 촬영한 영상이 유포되기 전에 삭제했다면 피해자가 불법 촬영으로 상처 입고 유포로 두 번, 세 번 인격을 난도질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2023년 6월 황의조가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와 유포자를 빨리 잡기 위해 고소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피해자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유포자를 잡지 못하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고심 끝에 유포자도, 황 선수도 정식으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22일 논란의 ‘2차 가해’ 입장문이 나온다. 이날 황의조 측 법무법인 대환은 “촬영에 사용한 영상 장치는 황의조가 사용하던 일반 휴대전화였으며,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응했다”는 내용의 추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기에 황의조 측은 “상대 여성은 방송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 최대한 여성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공식적 대응을 자제했다”고 덧붙였다.
이 입장문을 두고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피해자 여성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논란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B 변호사는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피해자 신상을 일부 공개한 건, 이 사건이 커지면 피해자 신상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면서 “피해 당사자로서는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그 정도 단어만 나와도 움찔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측에서 경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3일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는 황의조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과 통화 녹취록도 일부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24/1700789438836527.jpg)
이 변호사는 “피해자는 가해자가 영상을 찍을 것이라 늘 예의주시하고 휴대전화를 어딘가에 두면 촬영 중인지 알아야 하느냐”면서 “황의조 측이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상대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는 주장은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셀프 유죄 인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 변호사는 2023년 6월 영상 유출 뒤 황의조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과 통화 녹취록도 일부 공개했다. 피해자와 나눈 통화 내용에는 “내가 싫다고 분명 이야기를 했고 그날도 그렇게 얘기했었어”, “내가 보여달라고 하고 분명히 지워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게 왜 아직도 있었냐”고 물었다. 황의조는 “그때 건 다 지웠다. 그다음에 찍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황의조는 “나도 계속 힘들었고, 일단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지금 피해 안 가게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6월 27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황의조가 “노력 많이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진짜 피해 안 가게 하겠다”면서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다. 한 번 더 변호사에게 얘기 잘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피해자는 “내 인생이고 내 전부다. 제발 부탁한다”고 했고 황의조는 “응 나도 너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자 피해자는 “난 진짜 너 원망한다. 너 알게 해준 사람도 원망할 거다”는 대화가 오갔다.
![황의조 유포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와 황의조 사이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이은의 변호사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124/1700767385765351.jpg)
이어 이 변호사는 이번 자료 공개까지 가게 된 이유는 황의조 측의 ‘2차 가해 입장문’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신상 일부를 공개한 황의조 측 입장문이 발표되면서 피해자가 힘들어하고 고통을 호소했다”면서 “추가로 황의조 측을 고소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의 2차 가해는 심각한 법 위반 행위로 재판에서 양형으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신상정보를 공개한 황의조 측 법무법인의 제재를 위해 “대한변호사협회도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의 불법 촬영뿐만 아니라 유포 등 추가 성범죄 혐의 의혹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 형수로 알려진 유포 피의자 영장실질심사에 내가 피해자 측 변호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때 유포자가 ‘황의조가 지인들과 불법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취지 발언을 했고, 그 외에 추가 범죄행위 가능성도 언급했다. 상당히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발언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 유죄 입증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직 공개할 필요가 없어 드러내지 않은 카드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변호사를 선임한 피해자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도 기자간담회 과정에서 공개됐다. 이 변호사는 “만약 유포자 주장대로 피해자 영상을 공유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범죄 피해가 더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다른 피해자들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면서 “최소한 피해자는 한 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그 피해자는 황의조 부탁으로 유포자에 대해 처벌불원서를 냈다. 유포된 영상이 전부 피해자 것이 아님을 밝히기 위함이며 이는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가 누구에게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했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다. 황의조 유포 혐의에 대해 경찰 수사가 더디면 추가로 이 부분도 추가 증거를 공개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황의조가 자신의 형수 말처럼 불법 영상을 전달한 게 사실이라면 일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불법 영상을 전달했을 경우 유포한 유포자 외에도 저장, 시청했을 때도 처벌되기 때문이다. 앞서 서초동 B 변호사는 “2020년 개정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 제4항에 의해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 구입, 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된다”면서 “황의조 말대로 촬영에 합의했더라도, 유포에 동의를 얻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촬영물이다”라고 말했다.
황의조가 만약 유포한 대상이 또 다른 국가대표 축구선수거나 축구계 인사일 경우 사건 파장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유포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가 “황의조 휴대전화가 소위 ‘정준영의 황금폰’이 될 수도 있다”고 한 말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을 수 있다.
B 변호사는 “피해자 측 의사는 모르지만 지금 나온 내용만을 봤을 때는 황의조가 합의에 나서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는 계속되지만, 최소한 형량을 크게 낮출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황의조가 처벌되길 강력히 원한다’고 밝혔고, 황의조 측도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는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