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원대 다단계 사기극 주범 조희팔 씨. |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조희팔 사망설’을 둘러싼 갖가지 억측과 소문이 난무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조 씨가 평소 심장질환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등 건강상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사망설을 부인했다.
이런 와중에 검찰이 중국 정보원으로부터 “조 씨를 최근 산둥성 옌타이와 청두의 한 유흥주점에서 목격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를 확보해 조 씨의 중국 주거지 등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사망발표에도 조 씨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상태다. 통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수사를 종결하지만 검찰은 조 씨가 ‘위장사망’ 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은밀히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조 씨의 소재가 파악되는 대로 중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다.
‘죽었다’던 조 씨가 살아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검찰 수사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조 씨의 신변을 확보할 경우 수사 대상은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물론 현 정권 실세들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경찰이 조 씨를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며 수사당국과 조 씨의 유착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조 씨가 밀항 전부터 철저한 준비를 해 왔고, 수사기관의 철통 같은 수사망을 뚫고 유유자적 밀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그를 비호하는 숨은 세력들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사당국뿐만 아니라 현 정권 실세 등 거물급들이 조 씨를 비호하고 있다는 얘기도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실제로 조 씨는 사업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그 측근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기극을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희팔 사건’의 진원지인 TK(대구 경북)지역 출신 권력 실세들이 조 씨의 비호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은 현 정권 실세로 통했던 A 씨가 조 씨와 가까운 사이였고, 조 씨가 수사망을 뚫고 밀항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A 씨의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을 잡고 은밀히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죽었다’던 조 씨는 살아 있을까. 조 씨가 정말로 살아 있다면 그는 자신의 죽음까지도 조작한 희대의 사기꾼이 될 것이다. 또한 조 씨가 살아 있고 검찰이 그의 신변을 확보할 경우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물론 현 정권 실세들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희팔 사건’은 그야말로 메가톤급 태풍으로 진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