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설비 문제로 수소 공급 차질…‘백업 시설’ 구축과 액화수소 설비 도입 시급
최근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수소 생산설비 세 개 중 두 개가 고장나면서 수도권·충청권·강원도 일부 수소충전소에 수소 수급이 안 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현대제철의 수소기기 압축기에 문제가 생겨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부품 수입이 늦어졌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수송용 수소는 연간 약 3500톤(t)으로 중부지역 수요량의 20~30%를 공급한다. 수소충전소에 수소를 유통하는 당진수소출하센터에의 수소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수소충전소에 수급 차질이 발생했다.
수소차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11월 23일부터 중부권 일부 지역 23곳의 수소충전소는 운영시간을 밤 10시에서 저녁 5~7시로 앞당겼다. 수소차 커뮤니티에서는 ‘1시간을 기다려 겨우 충전했다’, ‘차주들이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 성토가 이어졌다.
현재 수소충전소 운영은 안정화된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월 24일 수소수급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다른 수소 생산 설비의 여유 물량이 수소가 부족한 충전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했다. 지난 11월 28일 산업부는 11월 29일부터 운영이 단축됐던 수소충전소가 정상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소유통정보시스템을 보면 11월 30일 기준 중부권 23곳의 수소충전소는 모두 영업시간이 정상화된 상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12월 중순까지 생산설비를 정상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그 전까지는 외부 수소 생산업체에서 (수소를) 구매해 유통사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가까이 수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국내에 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진 외에도 울산·여수·삼척·평택 등에 국내 수소생산시설이 있다. 하지만 한 곳의 설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소생산업계에 따르면 수소 생산업체들은 대부분 여유분을 두지 않고 수요량에 딱 맞춰서 수소를 생산하는 상태다.
이번 충전 대란으로 인해 수소 생산시설의 백업 설비 구축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 생산시설에서) 여유 생산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든지, 수소를 저장해둬서 문제가 생겼을 때 여유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단기적으로라도 수소를 비축·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대응된다”며 “민간 수소 생산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비축 시설을 갖추기가 어려우면 정부에서 비축 시설을 갖추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원유나 광물 등 중요한 자산은 정부가 비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현실적으로 수소를 저장해서 비상용으로 여유분을 저장해 둘 수 있는 저장 시설을 갖추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수소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면에서 고정비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 지원책을 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업 시스템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준범 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충분히 다른 수소 생산기지에서 수소를 일부는 공급할 수 있다고 본다. 상황별로 프로토콜을 마련해두는 백업 플랜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전력도 예비력이 어느 정도 있는지 등을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다. 수소생산시설이나 수소출하센터별로 수소가 얼마나 비축되어있는지 등을 정부가 파악했다면 수소 충전 대란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수소충전소 운영사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 관계자는 “수소출하센터에 공급되는 수소가 부족할 경우 수소출하센터 자체적으로 다른 수소출하센터에 부탁해 수소 일부를 공급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은 수소 생산시설 간 혹은 수소출하센터 간 네트워크가 미비한 면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액화수소 생산시설이 도입되면 수소 수급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액화수소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영하 253℃에서 냉각해 액화하는 과정을 거친 수소다. 수소차에 쓰이는 수소는 대부분 석유 자원에서 나오는 찌꺼기 가스를 활용한 부생수소다. 하지만 이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시설을 돌려야 나오는 부산물이기 때문에 공급에 한계가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부생수소는 기체라서 보관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12월에 국내에 액화수소 연간 3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액화수소 생산 기지가 완공된다. 액화수소는 운송이나 보관이 편리하다. 공급 면에서 숨통이 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액화수소 생산 기지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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