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박 원내대표는 “지도부의 소통 부족, 대선에 대한 낙관론, 국민 시각을 의식하지 않은 리더십에 대해 많은 주의를 요구하는 말씀들이 있었다”며 미소를 머금은 채 “기자들은 실망했겠지만 다행인 것은 지도부 퇴진론 관련 얘기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자신이 했다고 소개한 발언 내용은 한술 더 뜨는 것이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말을 차용해 “우리가 민주당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불만 가득한 의원들을 오히려 가르쳤다는 얘기다.
정계 입문 후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박 원내대표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날 그의 모습은 적잖은 당내 인사들의 화를 돋우었다. 마치 많은 의원들의 불만이 자신과 상관 없는 것처럼 박 원내대표가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는 것이다.
한 초선의원은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못 낼 수도 있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는데 당 최고 지도부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이래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 3선 의원은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공천헌금 사건 등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바람에 민주당의 대여 투쟁 화력이 약해진 게 사실”이라며 “‘정치 9단’이라면 이런 때에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