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리수가 운영하는 서울젠더클럽은 남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무대 공연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을 극단적인 혐오의 대상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정체성을 용기 있게 드러낸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도 있으며, 한편에선 이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이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취재진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는 한 직장인 남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외모가 여자보다 더 섹시한 반면 여전히 ‘중요부위’는 남성의 그것인 상반된 모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껏 전혀 느껴보지 못한 이색적인 성적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 현실공간에서 트랜스젠더들을 만나보고 싶은 욕구를 느꼈고 실제 성매매를 하는 트랜스젠더와 접촉해 보기도 했다. 최근 일부 성매매 업자들은 인터넷 채팅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트랜스젠더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한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제3의 성인 그들에 대해 강한 성적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든 현재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KBS Joy에서 방송된 본격적인 트랜스젠더 토크쇼 <XY그녀>. 비록 한 주 만에 방송이 중단됐지만 MC를 맡은 신동엽은 기자회견에서 “처음에는 나도 편견이 있었지만 내가 색약인 것이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인 것처럼 트랜스젠더도 그럴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트랜스젠더들이 집단으로 등장하는 첫 토크쇼로 기록됐다. 그만큼 이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KBS가 이 같은 방송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트랜스젠더 부추기는 KBS 반대 국민연합’이 지난 8월 말 <XY그녀>의 방송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가 여전하다는 걸 감안한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집회였다.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다름 아닌 ‘생계 문제’다. 이들은 일반인들과 달리 ‘능력’이 아닌 ‘성’ 자체로 차별을 받는다.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면서 살고 있다. 결국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아르바이트 식의 단순 비정규 업무나 트랜스젠더바 등의 업소 출근, 그것도 아니면 성매매라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에도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아는 언니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일을 하는 데 별 무리가 없었고 그곳을 찾는 손님들도 나를 좋아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나를 대하는 시선이 이상해졌다. 언니도 결국에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더 이상 나를 고용하기 힘들다고 했다. 아직도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지 않았음을 절감했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그렇다면 그녀들의 생계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 최근 생겨나고 있는 ‘건전한 트랜스클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트랜스젠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하리수 씨가 ‘서울젠더클럽’이라는 색다른 형태의 트랜스젠더 공연을 시작했다. 잠깐 둘러본 이들의 공연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밤무대류의 외설적인 공연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은 단번에 깨졌다. 화려한 트랜스젠더쇼와 다면구조로 이루어진 입체적인 무대연출이 돋보였다.
이날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우연히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린 남성들이었다. 고객 중에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여성들은 물론 나가요걸도 보였다. 은퇴한 운동선수 A 씨 일행과 인기 상한가의 아이돌그룹 B 의 남성멤버 C까지 마주쳤다. 결코 적지않은 고객층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거래처 고객 접대차 룸살롱 대신 이곳을 찾아 왔다는 최 아무개 씨는 “말로만 듣던 트랜스젠더쇼를 직접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며 “여성스러우면서도 다이내믹한 공연이었다. 이곳만의 묘한 분위기 탓인지 함께 온 남성 고객이 룸살롱보다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리수 씨는 이곳 서울젠더클럽을 ‘성인들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성인 남성과 여성들이 함께 유흥을 즐길 건전한 밤문화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성인 엔터테인먼트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외국에 비하면 국내에는 제대로 된 유흥문화가 현저하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양성화된 클럽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클럽은 경영도 열악하고 거기서 일하는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대우도 형편없다. 그나마 업소 숫자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제3의 성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트랜스젠더. 그들의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구성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