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페이스 못 맞추고 야당과 공조 막막…지자체는 각자 셈법에 엇박자
최근 두 달간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위원회’를 운영하며 관련 논의를 주도해온 국민의힘은 김포와 구리의 '서울 편입 특별법', '메가시티 지원 특별법' 등을 발의한 것으로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 다만 연말 ‘한동훈 비대위 체제’란 변수를 만난 상황. 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도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통화에서 “일단 당내 상황이 새로운 비대위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각 특위 위원장들이 사의 표명을 하는 등 아직 이월 단계에 있는 것 같다”며 “그 과정이 좀 지나봐야 뉴시티 특위의 그간의 성과물을 어떻게 이어갈지 논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여당은 일단 지난 21일 종료된 ‘뉴시티 특위’ 활동 기한을 내년으로 연장하고, 향후 특위를 총선 선대위원장 직속기구에 배치해 계속 힘을 불어넣겠단 구상을 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 필요한 건 정부의 화력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다수당인 야당의 협조다. 우선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 유관 정부 부처에선 지금까지 여당 특위가 소집한 몇 번의 회의자리에 내부 직원을 출석시킨 것이 전부라고 설명한다. 대통령실 차원에선 아직 가시적 움직임이 없다. 때문에 여당은 특별법에 담은 ‘특별광역시’ 명칭 설정안, 국무총리 소속 ‘시·도 통합지원위원회’ 설치안, 중앙정부의 주요 행정기능 이양안 등에 대해 정부의 뚜렷한 반응을 듣지 못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달 사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메가시티 관련 회의를 위해 국토부 직원을 부른 바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하거나 통화가 성사되지 않는 등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여당 차원에선 되도록 직접적 부담은 주지 않으려는 눈치다. 뉴시티 특위 부위원장인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고, 당정 협의로 정부 부처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총선은 당이 치르는 것이지 대통령실이 치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입장 발언이 꼭 필요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 주변에선 관련 이슈에 대한 대통령실의 속내가 꽤나 복잡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가시티 그림'이 결국 일부 지자체에만 해당되는 ‘선별적’ 특성이 있어 전체 국민의 ‘민심’을 감지해야 하는 대통령실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말 뉴시티 특위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바 있는 한 대학교수 A 씨는 “혹시라도 서울의 확대 등에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있을 수 있다면 정치적으로 별로 이득이 없는 게 아니냐는 판단을 대통령실이 할 수 있겠단 생각은 개인적으로 든다”며 “워낙 큰 총선 이슈이다 보니 대통령실이 계속 붙잡고 있기에 어려움을 느끼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당 입장에선 이미 골이 깊어진 야당과 공조가 막막하다. 여당의 구상이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남북도’ 분할론과 대립각을 세운 상황에서 ‘메가시티 법안’ 처리에 민주당 협조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일단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메가시티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력을 짚으며 협조를 압박 중이다. 뉴시티 특위 위원장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 대선 공약으로 메가시티를 내놓고 현재는 야당 입장이라서 그 공약을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라며 “여야가 빨리 공조해 우리나라가 도시경쟁력을 잘 갖출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서울 편입이 거론되는 주요 지자체 단위에서도 ‘동상이몽’이 감지된다. 여당 주도 드라이브에 일제히 올라탄 상태지만 지역 내 민선 정치 가도에서 고민도 드러난다.
현재 구리시와 과천시 등이 사실상 ‘서울 편입 조건부’로 제안한 ‘특별자치시’ 모델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로 바로 편입시키지 않고 수년간 ‘특별자치시’ 지위를 유지하며 종전의 행정 재량권을 행사하게 해달라는 요구인데 이는 곧 지자체장 입장에서 다음 지방선거를 동시에 챙겨야 하는 고민도 담겨 있다. 한 경기도 지자체에서 ‘서울 편입 추진위’를 이끌며 여당 특위에 참여 중인 인사 B 씨는 “서울의 구청장은 관리형 지자체장이고 경기도의 시장은 관리에 기획까지 할 수 있어 권한이 다르다”며 “경기도의 현 시장이 재선을 할 때까지 권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울시 자치구로 편입을 6~7년 유예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메가시티 구상에 부정적인 이웃 지자체와 신경전을 벌이는 곳도 있다. 서울 편입 선두에선 김포시와 이에 인접한 인천시가 일례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난 15일 한 토론회에서 “30년 전 인천시로 편입된 검단이 지금이라도 다시 김포로 환원한다면, 검단과 손잡고 서울로 편입할 생각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인천시와 서구 검단지역 등을 동시에 자극한 것으로, 여당 소속임에도 현재 메가시티 구상에 부정적인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공개 분풀이를 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미 서울 편입 검토 대열에 올랐는데도 지자체장이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 중인 곳도 있다. 하남시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서울 편입에 대한 주민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높은 곳으로 분류돼 있지만 이현재 하남시장은 “주민 요구를 먼저 들은 뒤 이를 반영해 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여당이 이미 ‘서울-하남 편입 특별법 발의’를 공개 예고했음에도 시 차원에서 발을 맞추지 못해 답답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하남감일·위례 서울 편입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는 “특별자치시를 요구하려면 시장이 먼저 서울 편입에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그다음 순서로 ‘이 방식으로 편입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야 맞는데 계속 의견 수렴 중이란 말만 하고 있어 특별자치시 요구 단계에는 아예 가지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논의의 한 축에 서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편입을 희망하는 김포·구리·고양·과천 등 지자체들과 장기적인 공동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 정도만 밝히며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려는 분위기를 띠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의 몸집 키우기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감지돼 총선을 앞두고 ‘민심 리스크’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당발 ‘메가시티 이슈’는 앞으로 선거 정국에서 여당만의 '효자상품'이 되기보다는 여야 모두의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별 민심 향방에 일일이 맞춰 대응해야 하는 ‘핀셋 관리’의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련 이슈가 총선 정치공학에 과도하게 몰입돼 자칫 비효율, 예산 낭비 정책으로 변질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건축학부 교수 C 씨는 “서울의 일부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쓰일 예산이 앞으로 다른 (편입)지역에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며 "국가와 지방의 예산을 실제 필요한 곳, 지역 간 연결성을 좋게 해주는 곳에 우선 투자하는 게 맞고, 수요가 적은 곳에 정치적으로 뿌려주는 것은 예산 낭비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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