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 번의 반감기 1년 후 최고점 찍어…“연속적인 채굴량 감소로 이젠 연관성 불분명한 시점” 지적도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블록을 추가한 자에게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주고 있다. 이 과정을 채굴(Mining)이라 일컫는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을 2100만 개로 제한하고 있으며 일정 수량이 유통되면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통상 4년을 주기로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를 ‘비트코인 반감기’라고 부른다.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는 한 블록당 비트코인 50개가 주어졌다. 첫 반감기였던 2012년에는 그 보상이 25개로 줄었다. 이후 보상량은 2016년 12.5개, 2020년 6.25개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다음 반감기를 올해 4월쯤으로 예상하며 채굴 보상은 3.125개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40년께는 비트코인 채굴이 종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반감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세 번의 반감기 전후로 가격 변화 유의미한 공통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시작된 비트코인은 1년 동안 가격이 올라 최고점을 경신하는 특징을 보였다. 첫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 비트코인 가격은 1만 4000원대였다. 1년이 지난 2013년 11월 30일 비트코인 가격은 약 175만 원까지 올랐다. 두 번째 반감기였던 2016년 7월 가격은 80만 원대였다. 그 후 2017년 12월 2600만 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2020년 5월 세 번째 반감기를 맞이했다. 1000만 원 초반에서 출발한 비트코인은 2021년 4월 8100만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최고점을 찍은 후 1~2년 동안 폭락의 길을 걸었다. 첫 번째 반감기에는 고점 대비 약 87%, 두 번째에는 약 85%, 세 번째에는 약 78% 가격이 하락했다.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내려간 비트코인은 반감기 1년 전부터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반감기를 맞이하며 1년 뒤 다시 최고점을 경신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이러한 패턴이 세 번이나 동일하게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네 번째 반감기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세 번째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2022년 12월 2000만 원대를 찍으며 저점에 도달했고, 이후 가격은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급등과 조정을 반복했고, 지난 1월 2일 6000만 원을 돌파했다. 2022년 12월 대비 3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고점 돌파 후 얼마나 오르느냐도 관심사다. ‘생애 처음 비트코인’이라는 책에서는 반감기 가격 대비 고점 가격의 상승률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1차 반감기에 1만% 상승한 비트코인 가격은 2차 반감기에 3300% 상승했다. 3차 반감기에서는 약 800% 상승했다. 상승률이 반감기마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책의 계산대로라면 이번 반감기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은 약 266% 수준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기준 종가로 계산했을 때 1년 뒤 비트코인 가격은 1억 5000만 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가격 상승률이 줄어드는 이유는 갈수록 반감되는 비트코인의 보상량의 격차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리서치팀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채굴량 감소에 따라 반감되는 비트코인의 절대량 역시 줄어들었다. 초기의 반감기로 인한 공급량 변화는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라고 분석하기엔 어려운 시점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반감기는 ‘실제적 이벤트’에서 ‘심리적(Sentiment) 이벤트’로 전환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반감기마다 등장하는 변수가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 번째 반감기를 앞두고 변수로 떠오른 이슈는 ‘비트코인 현물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 지수 펀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ETF 승인 여부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 6000만 원을 돌파한 데는 반감기보다 ETF 승인 시한인 오는 10일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서비스 제공업체 매트릭스포트의 전략 책임자인 마르쿠스 틸렌이 보고서를 통해 겐슬러 SEC 위원장이 1분기 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고팍스 리서치팀은 “비트코인 ETF 출시는 전통 금융시장에서의 자본법을 적용받으며 안정적으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상자산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신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또 비트코인뿐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다양한 상품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금융권의 더 많은 자본이 공급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트코인 이외 암호화폐를 일컫는 알트코인의 가격 상승 여부에도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릴 전망이다. 대다수 알트코인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비트코인 가격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암호화폐 2대장으로 불리는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2차 반감기에 가격이 1만 3000원대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던 2018년 1월 6일 이더리움 가격은 240만 원까지 올랐다. 3차 반감기에도 2020년 23만 원대에 거래되던 이더리움은 2021년 11월 580만 원을 돌파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과 다르게 대부분 발행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이더리움의 최대 발행량은 무제한이며, 지난 3일 기준 총 공급량은 1억 2018만 개에 달한다. 클레이튼도 총 발행량은 58억 개 수준이다. 알트코인은 해당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정책에 따라 발행량과 유통량이 조정된다. 이더리움도 합의 알고리즘을 바꾸는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추가 발행량이 기존의 10% 수준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대신 개별 블록체인 네트워크마다 정책과 이슈에 가격이 더 민감하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알트코인 시장의 경우 새해부터 ‘오르빗 브릿지’ 해킹 사태가 불거지며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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