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쿠팡‧네이버의 대항마로 떠오른 가운데 ‘가품 논란’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 시선이 쏠린다. 지적재산권 강화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짝퉁천국’의 오명은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가 가품 방지책으로 발표한 프로젝트 클린 대책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을 통한 가품 식별‧배제 △브랜드 권리자‧소비자 신고 시스템 운영 △가품으로 의심되는 상품 구매 시 3개월 내 100% 환불 보장 및 무료 반품 서비스 △법률 지원 서비스 △브랜드 관리자 및 소비자와의 협력을 통한 내부 규제 강화 등을 포함한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짝퉁 상품 문제가 지적되자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후 두 달 동안 지적재산권 침해 위반이 의심되는 상품 97만 7151개를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여전히 한국 브랜드의 가품이나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가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샤넬’, ‘구찌’, ‘루이비통’,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 이름을 검색하면 결과 값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명품 가방’, ‘여자 가방’, ‘남자 패딩’ 등으로 검색하면 가품이 수두룩하게 검색된다. 가품 판매 자체를 없앤 게 아니라 검색만 안 되도록 막아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제기가 가능한 지점이다.
또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의 패딩은 ‘TB 브랜드’ 제품으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제품은 ‘abodisi’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심지어 '100% 정품’이라는 홍보 문구를 믿고 샀는데 가품이었다'는 후기 글도 올라와 있다. 현재 가품 판매가 확인된 한 국내 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당사 제품을 공식적으로 납품한 적이 없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당사 제품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가품이 맞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들은 가품 유통에 이미 익숙해 하는 분위기다. 세간에선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것보다 알리에서 정품 찾는 게 더 어렵다’는 말도 회자될 정도다. 소비자들이 가품임을 인지하면서도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저렴한 가격 때문.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국내 스포츠 브랜드 D 사의 가품을 구매했다는 B 씨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40만 원대에 판매하는 패딩 제품이 알리에서는 3만 원대에 팔고 있어 호기심에 구매해봤다”며 “받아보니 역시나 교묘하게 브랜드명이 다른 가품이었고 집 앞에 잠깐 나갈 때만 입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품의 기승이 정품을 포함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유통되는 상품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점이다. 박 아무개 씨(37‧여)는 “브랜드 옷은 믿을 수 없어서 알리에서 애초에 사질 않는다”며 “가방도 사봤는데 품질이 너무 떨어져서 다시는 안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품으로 의심되는 상품을 구매했을 때 100% 환불을 보장한다'는 알리익스플레스 측 정책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많다. A 씨(39‧남)는 “알리에서 품질 문제나 파손 등을 이유로 환불을 요청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직접 일일이 사진 찍어서 문제점을 소명해야 했다”며 “소명을 하고 나서도 환불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후기도 많아서 귀찮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과 오명 속에도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점유율은 계속 성장 중이다. 지난 12월 30일 모바일데이터전문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의 지난 2023년 11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707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기록인 343만 명에서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규모다. 국내 업체들과의 통합 순위에선 1위인 쿠팡, 2위인 11번가에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했다.
날로 체급이 커지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가품 유통 문제, 근본적 해결은 가능할까.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단기간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국내법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업체가 아니다 보니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 청구에 어려움이 크고, 무엇보다 가품 유통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에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는 게 문제라는 설명이다. 지적재산권법 전문변호사인 최유나 법률사무소 가까이 대표변호사는 “해외 회사와 분쟁이 생겼을 때는 국내법으로 해결이 어렵고, 특히 중국 업체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자국 내에서도 잘 이뤄지지 않아 논외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이 국제 소송까지 하기엔 비용적 부담도 크고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정부 차원의 강력한 개입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 외에 달리 도리가 없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커머스 업체를 신뢰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인데 이커머스업체에 대한 규제는 허술하고, 특히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기준과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품을 판매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유통 질서를 무너뜨리고 기존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소비자들은 제품을 유통하는 기업을 믿고 물건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고, 정부에서도 가짜 상품이 유통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고, 앞으로 3년 동안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힘쓸 계획”이라며 “가품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발견했을 때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불만 신고를 할 수 있고, 해당 신고에 신속히 대응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